영화 <도어락>의 한 장면.

영화 <도어락>의 한 장면.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공포와 스릴러, 혹은 액션물이나 멜로 등 특정 장르 영화를 즐기는 행위엔 어떤 기대감이 깔려 있다. 장르마다 서로 다른 문법과 특징이 있고, 장르물에 열광하는 관객은 그 이야기나 캐릭터를 살피기 전에 우선 그런 특징 자체로 장르 영화를 즐기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있는 공포물도 꾸준히 흥행할 수 있는 법이다. 공포물만 찾아보는 마니아 층에겐 해당 작품이 얼마나 신선하면서도 동시에 장르적 쾌감을 주는지가 중요한 포인트가 되곤 한다. 12월 5일 개봉하는 영화 <도어락>은 그런 장르물에 충실한, 아니 충실하겠다고 선언한 작품인 만큼 이 영화가 속한 장르의 문법과 맥락 면에서 따져보는 게 우선 맞을 것이다.

장르 문법과 캐릭터
 
 영화 <도어락>의 한 장면.

영화 <도어락>의 한 장면.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한 여성이 있다. 남에게 싫은 소리 못하고 소심하고 소극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경민(공효진)은 밤마다 집 문을 두드리거나 강제로 열려고 하는 낯선 존재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영화는 초반부부터 귀갓길 여성의 공포심을 십분 활용해 괴한이 특정 오피스텔 주변을 배회하고 있다는 사실을 묘사한다. 

도어락을 상징물로 삼고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를 영화적 소재로 끌고 왔다는 것까진 신선함으로 이해할 수 있다. 공효진, 김예원 등 여성 배우를 전면에 배치해 이야기를 끌고 가고 이들의 캐릭터를 묘사하는 방식도 나름 세심하다. 흔한 남성적 시각으로 여성을 피해자로서만 소모하지 않고 적극적인 역할을 찾아 나가게 한다는 설정이라 의미가 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캐릭터 묘사 방식이 아닌 다른 곳에 있다. 여성 범죄를 끌어와 영화로 구현하면서 생기는 공포감을 영화 안이 아닌 외부 요소에 심하게 기대고 있다는 점이다. 장르적 문법으로 극화한 이야기 내에서 해결하고 마는 게 아니라 1인 여성 가구에 얽힌 우리 사회 전반에 깔린 공포감을 이용했다는 뜻이다. 
 
다소 헷갈린다. <도어락>을 보면서 느껴지는 공포감이 영화적으로 잘 구성한 덕인지, 밤길을 조심해야 하는 혼자 사는 여성들의 막연한 공포심을 건드렸기 때문인지 말이다.

의도한 것과 의도치 않은 것들

영화 속 경민과 그의 동료 효진(김예원)은 시종일관 본인들의 힘으로 사건에 맞서 나간다. 때론 보안요원이나 경찰 등 공권력에 호소하지만 번번이 이들은 현장에 늦거나, 오히려 피해자를 타박하고 무안을 줄 뿐이다. 충분히 답답함을 의도한 흐름이다. 연출은 맡은 이권 감독은 "피해자에게 굉장히 불리하게 돌아가는 사회를 담고자 했다"며 "일반적 스릴러에선 힘센 남자가 구해준다거나 하지만 여기선 모든 걸 혼자 겪는 공포에 초점을 맞췄다"고 나름의 차별지점을 설명한 바 있다. 

의도된 답답함이 초중반을 지나면서 후반부에 통쾌함으로 바뀌는 과정을 감독은 제시하고 싶었을 것이다. 출연 배우들 역시 지난 언론 시사회에서 그 지점을 강조했다. 
 
 영화 <도어락>의 한 장면.

영화 <도어락>의 한 장면.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만약 <도어락>이 장르 문법 안에서 이야기를 충실하게 쌓아 나갔으면 충분히 통쾌함으로 다가올 여지가 컸으나, 결과적으로 주인공의 분투와는 별개로 찜찜함이 계속 남는다. 영화 속 악당은 어떤 식으로든 처리가 됐지만 현실은 여전히 혼자 살고 있거나 귀갓길에 불안함을 느껴야 하고, 무심한 공권력을 탓해야 하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적극 증명해야 하는 혹은 증명해야 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현실 자체를 <도어락>이 환기시키는 셈.

어쩌면 <도어락>을 보면서 느낀 공포감이 현실의 영화화라서가 아닌 영화의 현실화에 대한 막연한 걱정 때문은 아닐까. 그간 실제 사건을 다룬 스릴러나 공포 영화는 많았지만 적어도 영화 내에서는 현실감을 많이 지운다거나 하는 식으로 일말의 장르적 맥락을 대부분은 지키려 했다. 대놓고 실제 사건을 극화하진 않았지만 <도어락>은 거기에서 좀 벗어나 있다. 오히려 극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에 맞닿은 것처럼 보일 정도다. 

한 줄 평 : 영화 보단 현실에 가까워진 스릴러, 이상하게 무섭다
평점 : ★★★(3/5)

 
영화 <도어락> 관련 정보

연출 : 이권
출연 : 공효진, 김예원, 김성오, 조복래, 이가섭, 이천희 등
제작 : 영화사 피어나
제공 및 배급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러닝타임 : 102분
상영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 2018년 12월 5일
 
도어락 공효진 김예원 김성오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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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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