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들이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이전에도 많은 작품들이 소설을 원작으로 각색되곤 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홍보되지 않아 관객들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원작 도서의 소비가 극장 수익의 대체재로 여겨지던 시기.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해리포터> 시리즈의 성공적인 이식이 그런 분위기를 많이 전환시켰다고도 볼 수 있다. 이제는 완전히 다르다. 영화화에 힘입어 리뉴얼 된 책이 서점가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기도 하고, 어떤 작품들은 시나리오와 대본이 정식으로 출간되어 독자를 영화관으로 이끌기도 한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경우에는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 올컬러로 제작되기도 했다.

공포 소설의 대가로 알려진 스티븐 킹(Stephen Edwin King)은 이 분야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1973년 첫 장편 소설 <캐리>(Carrie)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그는 지금까지 장단편을 모두 포함해 500여 편의 작품을 남겼으며, 그 중 70여 편이 넘는 작품이 스크린과 TV로 옮겨졌다.

평범한 일상을 한 순간에 전복시키며 일상적 공포를 선사하는 그의 소설은 많은 감독들에게 흥미로운 소재였다. 가장 최근에는 안드레스 무시에티 감독의 <그것 Part 1>(It)이 영화화 된 바 있다. – 이 작품의 그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TV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다. – 스탠릭 큐브릭, 브라이언 드 팔머, 로브 라이너,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 등 이름만으로도 무게감을 느끼게 하는 이들이 선택했다는 그의 작품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01.
<캐리(Carrie)>

1978년 9월 17일 국내 개봉 / 98분 / 청소년 관람불가
감독 : 브라이언 드 팔마 / 출연 : 씨씨 스페이식, 에이미 어빙, 존 트라볼타

 
영화 <캐리> 스틸컷 영화 <캐리> 스틸컷

▲ 영화 <캐리> 스틸컷영화 <캐리> 스틸컷ⓒ 유나이티드 아티스트(UA)


스티븐 킹의 첫 장편 소설로 가정폭력과 집단 따돌림으로 극도로 억압된 사춘기 소녀 캐리 화이트의 심리를 초자연적인 능력과 피의 속성을 결합해 표현해 낸 작품이다. 캐리 화이트 시점에서 자전적으로 서술되는 내용과 인터뷰, 법정 기록, 신문 매체 등의 제 3자적 요소들의 시선이 교차하며 진행된다. 영화의 종반부에 등장하는 참사와 결말의 파장이 대단히 커서 원작 소설은 물론, 영화가 개봉한 뒤에도 큰 반향을 얻는다. 2013년에 킴벌리 피어스 감독이 클레이 모레츠와 줄리언 무어를 주인공으로 한 리메이크작을 한번 더 연출한다. 오프닝과 엔딩에서 1978년 작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동일한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하기에 큰 틀에서 동일한 내용이다.

02.
<샤이닝(The Shining)>

1980년도 작품, 2016년 1월 스탠리 큐브릭 전으로 상영 / 120분 / 청소년 관람불가
감독 : 스탠리 큐브릭 / 출연 : 잭 니콜슨, 셜리 듀발

 
영화 <샤이닝> 스틸컷 영화 <샤이닝> 스틸컷

▲ 영화 <샤이닝> 스틸컷영화 <샤이닝> 스틸컷ⓒ 워너브라더스


원작 소설의 작가와 영화의 감독 양 쪽 모두가 유명해서 가장 잘 알려진 작품 중 하나지만, 사실 원작의 내용과는 상당히 다른 부분이 많다. 심지어, 스티븐 킹이 자신이 직접 쓴 시나리오를 스탠리 큐브릭 감독에게 전달했지만, 감독은 그것을 읽어보지도 않고 자신만의 시나리오를 써내려 갔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 하지만, 소설과 영화 양 쪽 모두 각각의 매력을 가진 흡인력 있는 작품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당시 잭 니콜슨이 보여준 엄청난 연기와 복도를 따라 움직이는 스테디캠의 이미지가 큰 충격을 줬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라면, "Here's Johnney!"라며 얼굴을 들이미는 잭 니콜슨의 표정을 잊지 못할 것이다.

03.
<스탠 바이 미(Stand By Me)>

1986년 국내 개봉, 2014년 7월 31일 재개봉 / 청소년 관람불가
감독 : 로브 라이너 / 출연 : 윌 휘튼, 리버 피닉스, 키퍼 서덜랜드

 
영화 <스탠 바이 미> 스틸컷 영화 <스탠 바이 미> 스틸컷

▲ 영화 <스탠 바이 미> 스틸컷영화 <스탠 바이 미> 스틸컷ⓒ 콜럼비아 픽쳐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1989), <어 퓨 굿 맨>(1992)로 잘 알려진 로브 라이너 감독의 작품. 스티븐 킹이 쓴 단편집 '사계(Deferent Seasons)' 가운데 가을 편에 속하는 '시체(The Body)'를 스크린으로 옮겨온 작품이다. 참고로, 같은 단편집에 속한 글 가운데 여름 편에 속하는 '우등생(Apt Pupil)'은 브라이언 싱어 감독에 의해 동명의 영화로 연출된다. 국내에서는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1998)로 알려져 있다.

마을 근처에서 벌어진 실종사건과 그 사건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4명의 아이들이 실종자의 시체를 찾기 시작하며 벌어지는 소동과 추억에 대한 이야기다. 당시, 800만 달러라는 저예산으로 제작한 이 작품이 미국에서만 5000만 달러가 넘는 수익을 벌어들이며 화제가 되었다. 23세로 요절한 리버 피닉스의 하이틴 시절을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작품.

04.
<미져리(Misery)>

1991년 3월 1일 국내 개봉 / 청소년 관람불가
감독 : 로브 라이너 / 출연 : 제임스 칸, 케시 베이츠

 
영화 <미저리> 스틸컷 영화 <미저리> 스틸컷

▲ 영화 <미저리> 스틸컷영화 <미저리> 스틸컷ⓒ 컬럼비아픽쳐스


앞선 작품 <스탠 바이 미>를 연출한 로브 라이너 감독이 다시 한번 스티븐 킹의 원작 소설을 선택한 작품이다. 원작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옮겼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소설의 내용에 충실했다. 이 작품에서는 역시 애니 윌크스 역을 맡은 케시 베이츠의 연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시상식과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여우주연상을 차지할 정도였으니 그녀에게 있어서는 잊지 못할 작품이다.

소설가인 주인공 폴 셀던이 미저리 시리즈로 일컬어지는 소설 시리즈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이후, 사생팬을 자청하는 여성 애니 윌크스에게 감금당하며 겪게 되는 일들이 작품 속에서 그려진다. 원작 소설보다 다소 순화된 장면들이 있기는 하나, 그 역시 산탄총을 활용하거나 망치로 뼈를 부수는 등의 장면이기에 조금도 약해 보이지는 않는 장면들이 대부분이다. 타이틀인 '미져리'가 어떤 뜻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고 이 작품을 보더라도 이내 곧 단어의 뜻을 알게 될 것이다.

05.
<쇼생크 탈출(The Shawshank Redemption)>

1995년 1월 28일 국내 개봉, 2016년 2월 24일 재개봉 / 15세 관람가
감독 : 프랭크 다라본트 / 출연 : 팀 로빈슨, 모건 프리먼, 밥 건

 
영화 <쇼생크 탈출> 스틸컷 영화 <쇼생크 탈출> 스틸컷

▲ 영화 <쇼생크 탈출> 스틸컷영화 <쇼생크 탈출> 스틸컷ⓒ 콜롬비아 픽쳐스


영화의 인지도와는 달리 이 작품이 스티븐 킹의 소설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아는 관객은 드물다. 앞서 소개했던 <스탠 바이 미>(1986)가 수록된 단편집 <사계>에 함께 수록된 봄 편, 'Rita Hayworth and Shawshank Redemption'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단편집 <사계>에 수록된 네 편의 작품 가운데 겨울 편에 속하는 'The Breathing Method'만 남은 상태이며, 2020년 영화화될 예정이었으나 소식을 알 수 없는 상태다. 

이 작품에 대해서는 큰 설명이 필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각종 차트에서 죽기 전에 봐야 할 영화, 세계 100대 영화 등의 타이틀을 달고 항상 상위권을 차지하는 작품 중 하나다. 영화와 원작 소설의 가장 큰 차이는 동일한 3인칭 관찰자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그 시작점이 다르다는 것과 앤디의 탈옥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영화에서는 짧은 러닝타임 내에 가장 극적인 연출을 도모하기 위해 탈옥이 실제로 이루어지기 전까지 언급을 최대한 감추려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원작 소설에서 초반부에 언급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의외로 기술적으로도 치밀한 구석이 많아서 조도의 차이나 카메라의 위치에 따라 의미가 부여되는 장면들이 많다.

06.
<그린 마일(The Green Mile)>

2000년 3월 4일 국내 개봉 / 청소년 관람불가
감독 : 프랭크 다라본트 / 출연 : 톰 행크스, 데이빗 모스, 보니 헌트, 마이크 클라크 덩컨

 
영화 <그린 마일> 스틸컷 영화 <그린 마일> 스틸컷

▲ 영화 <그린 마일> 스틸컷영화 <그린 마일> 스틸컷ⓒ 워너브라더스


사형수가 사형집행을 받기 위해 걸어가는 마지막 복도를 '라스트 마일'이라고 하는데, 작품 속 주인공이 근무했던 교도소의 E구역 바닥이 녹색이어서 '그린 마일'이라고 부르던 것이 작품의 타이틀이 되었다. 접촉한 이의 병을 고칠 수 있는 특수한 능력을 가진 존 코피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자매를 살리려다 실패해 살인범으로 몰리게 되는 이야기다. 이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은 사형수들이 '전기의자형'을 당하는 부분이다. 특히, 존 코피의 마지막에서는 안타까움이 극에 달한다. 그의 죽음에는 억울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의 처형을 집행해야 하는 톰 행크스의 연기 또한 일품. 스티븐 킹 작품 가운데 처음으로 북미 1억 달러 이상을 흥행한 작품이며, 작가 본인이 가장 만족스러워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07.
<미스트(The Mist)>

2008년 1월 10일 국내 개봉 / 15세 관람가
감독 : 프랭크 다라본트 / 출연 : 토마스 제인, 마샤 게이 하든, 토비 존스

 
영화 <미스트> 스틸컷 영화 <미스트> 스틸컷

▲ 영화 <미스트> 스틸컷영화 <미스트> 스틸컷ⓒ 메트로 골드윈 메이어(MGM)


<쇼생크 탈출>과 <그린 마일>에 이어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이 세 번째로 영화화한 작품이다. 물건을 사러 마트에 온 주인공 일행 등뒤로 짙은 안개가 끼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생명체들이 습격해 온다는 내용. 괴물들의 모습은 물론, 살이 찢기고 피가 터지며 당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직접적으로 묘사되어 생각보다 끔찍한 장면들이 많은 작품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각기 다른 행동을 취하는 군상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도 이 작품의 매력 중 하나다.

원작 소설의 내용을 그대로 따라가다가 엔딩에 이르러 완전히 다른 결말을 보여주는데, 이 부분에 대한 평가가 상당히 갈리는 편이다. 스티븐 킹 본인은 만족스러워 했다고. 진정한 비극을 경험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감독은 애초에 이 작품을 흑백으로 연출하고 싶어했는데 제작사의 반대로 그럴 수 없었고, 이후에 원본을 흑백 처리하여 DVD에 수록한다. 동일한 내용이지만, 색채감이 다르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차이를 느낄 수 있으며 다라본트 감독이 왜 그런 선택을 하고 싶어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08.
<그것(It)>

2017년 9월 6일 국내 개봉 / 15세 관람가
감독 : 안드레스 무시에티 / 출연 : 빌 스카스가드, 제이든 리버허, 소피아 릴리스

 
영화 <그것> 스틸컷 영화 <그것> 스틸컷

▲ 영화 <그것> 스틸컷영화 <그것> 스틸컷ⓒ 워너브라더스


살인과 실종 사건이 유난히 많은 마을 '데리'. 비가 오는 어느 날 그 곳에서 빌의 동생이 갑자기 사라진다. 27년마다 가장 무서워하는 것의 모습을 한 채로 아이들을 잡아먹기 위해 나타난다는 '그것'이 모습을 드러낸 것. 빌과 그의 친구들은 사라진 아이들을 찾기 위해 '그것'에 대적하기로 한다. 이 작품은 1990년 동명의 TV 시리즈로 제작된 바 있는 작품을 스크린으로 옮겨온 것이다. 원작 TV 시리즈에서의 시간대가 1958년 - 1985년이었던 것과 달리 영화 속에서는 1989년 - 2019년으로 옮겨지면서 세부적인 설정들에 변화가 있었으며, '그것'의 대상이 되는 페니와이즈의 모습이 현대적으로 바뀌게 되었다.

내년에 개봉 예정인 후속편 < 그것 : Part.2 >에서는 이번 작품 속 아이들이 성인이 된 후의 이야기가 진행될 예정. 90년도에 만들어진 TV 시리즈와 내용의 거의 동일하다. 박찬욱 감독의 오랜 파트너인 정정훈 촬영감독이 이 작품의 촬영 감독을 맡아 더욱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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