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러블리즈가 올해 11월로 데뷔 4주년을 맞이했다.  4년전 교복을 입고 등장했던 소녀들(사진 하단)은 결혼식 신부의 들러리들(사진 상단)처럼 어느새 훌쩍 커버렸다.

걸그룹 러블리즈가 올해 11월로 데뷔 4주년을 맞이했다. 4년전 교복을 입고 등장했던 소녀들(사진 하단)은 결혼식 신부의 들러리들(사진 상단)처럼 어느새 훌쩍 커버렸다.ⓒ 울림엔터테인먼트

   
이른바 '청순' 콘셉트라는 한 우물만을 파온 걸그룹 러블리즈가 올해 11월 데뷔 4주년을 맞이했다.

마치 결혼식의 신부 들러리처럼 한껏 꾸민 신작 음반 속 화보에서 볼 수 있듯이, 체크 무늬 교복을 입고 독특한 분위기의 일렉트로닉 팝 '캔디 젤리 러브'를 부르던 8명의 소녀들도 이젠 어엿한 어른이 되었다. 다양한 장르가 어우러진 곡들을 발표하고 있지만 팀 고유의 분위기만큼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치유>에 이어 약 7개월여 만에 발표된 미니 5집 < Sanctuary >에서도 이러한 기조는 변함이 없다. 어느 소녀의 마음 속에 담긴, 풋풋하기만 한 첫사랑의 감정은 4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유효할까?

신구 작곡진들의 조화... 신작 < Sanctuary >
 
 지난 26일 발매된 러블리즈의 새 음반 < Sanctuary > 표지

지난 26일 발매된 러블리즈의 새 음반 < Sanctuary > 표지ⓒ 울림엔터테인먼트

 
러블리즈의 새 음반 < Sanctuary >은 전작들의 작업을 담당했던 인물 + 새로운 작곡팀들이 공존하는 방식으로 절충의 입장을 취한다. 러블리즈의 틀을 마련하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했던 원피스팀의 스페이스 카우보이, '그대에게' 이후 3년 만에 참가한 흑태, '퐁당', 'Aya'등 주요 수록곡을 만든 제이윤(MC the MAX), '종소리'와 'Shining Star' 등 최근 곡들을 맡아줬던 탁(TAK)+원택(1Take) 등 전자에 해당된다. 반면 JPG팀(황성제, 정수민 등), 정호현(e.one) 등은 후자의 의미를 담고 있다.

최근 1년 사이 원피스를 대신해 '종소리', '그날의 너'(스윗튠 작품), 팬서비스 의도가 다분히 강했던 디지털 싱글 '여름 한조각' (레이저 등 참여) 등 각기 다른 작곡팀들이 담당했던 타이틀 곡의 새로운 책임자로는 원피스의 일원인 스페이스 카우보이가 이름을 올렸다.

현란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짧은 인트로 연주곡 'Never Ending'에 이어지는 '찾아가세요'는 러블리즈 고유의 특징인 청순, 그리고 아련함을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적절히 녹여낸다. 이 곡의 가사는 특이하게 또 다른 프로듀싱 팀 스윗튠이 맡았는데 이는 앞선 활동곡 '그날의 너' 이후의 상황을 담은, 연계성을 고려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전작 '그날의 너'에서 헤어진 후 며칠 동안 울며 지내던 한 소녀는 아픈 기억 털어내며 마음 속 상처를 스스로 '치유'했다. 그런데 '찾아가세요' 속의 소녀는 다른 상황에 놓여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 속 고백은 쉽사리 털어놓지 못한 채 차곡차곡 쌓여만 간다. "날 찾아가"라는 말로 대신하면서 지금의 심정 알아주길 바라는 짝사랑의 심정이 담겨져 있다.

이 곡에서 눈길을 모으는 멤버는 미주다. 최근 '음악방송 출근길 요정'으로 화제를 모은 그녀는 곡의 도입 부분 가창을 비롯해서 뮤직비디오 속 퍼포먼스에서도 중심을 차지하는 등 핵심적인 역할을 도맡아주고 있다.

[러블리즈 '찾아가세요' 공식 뮤직비디오]

이어 진행되는 'Like U'는 투박한 질감의 신시사이저 연주로 역동성 있는 후렴구 진행이 인상적이다. 편의상 같은 일렉트로니카 계열 음악인으로 분류되지만 스페이스 카우보이의 '찾아가세요'와 탁 + 원택 + 애런의 'Like U'는 전혀 다른 성향을 드러낸다. 

스페이스 카우보이는 멜로디 중심이면서 일본 '시부야케'의 분위기를 종종 드러낸다. 그에 반해 EDM DJ 및 리믹서로 유명한 탁(TAK)은 '종소리'의 중심에서 긁는 느낌의 베이스 사운드(일명 '빨래판 베이스')를 밑 바탕에 둔 프로그레시브 하우스의 요소를 담아내는 경우가 많다.

(주: 시부야케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일본 도쿄지역을 중심으로 등장한 장르로 기존 일본 대중음악에 반기를 들고 일렉트로닉 혹은 프렌치 팝의 영향력이 악곡 곳곳에서 드러난다. 프리템포를 비롯해 국내 걸그룹 레인보우의 'To Me'를 작곡한 다이시 댄스도 이 쪽으로 분류되는 일본 음악인이며 윤상 역시 일정 부분 이 장르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발표했던 '그대에게'에 이어 또 한번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Rewind', 비내리는 날이면 가질 법한 우수어린 느낌을 녹인 팝 발라드 'Rain'으로 숨고르기를 한 < Sanctuary >의 후반부는 정호현(e.one), 제이윤이 책임진다. 에이프릴, 우주소녀 등의 작품을 통해 현악기를 적극 활용한 복고풍 음악들을 선보였던 정호현은 러블리즈와의 첫 만남 '백일몽'에서도 특유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차분한 감성을 담아낸 제이윤의 엔딩곡 '꽃점'은 다분히 '찾아가세요'의 버전2라고 이해해도 좋을 만큼 짝사랑의 수줍은 마음을 다시 한번 조심스럽게 전해본다.

그릇에 담는 방식은 달라져도... '음악의 맛'은 그대로
 
 그룹 러블리즈

그룹 러블리즈ⓒ 울림엔터테인먼트

 
일부에선 변화를 요구하기도 하지만, 아직 러블리즈로선 현재의 모습을 유지하는 게 오히려 타팀과의 차별성을 유지하는 나름의 방식처럼 비친다.

지난해 이맘때 발표된 미니 3집 < Fall In Lovelyz >에서 원피스의 이름이 사라졌을때 한편에선 걱정의 목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하지만 러블리즈는 우려감을 떨쳐내면서 꾸준히 양질의 음악을 들려줬다.  

어느덧 청순과 아련함은 데뷔 4주년이란 반환점을 돈 러블리즈 세계관의 가장 큰 핵심이 되었고 새로운 작곡자들이 참여하더라도 일관성 있는 기조를 유지하는 지침서 노릇을 담당해낸다. 덕분에 그릇에 담는 방식은 다소 달라졌을지언정 러블리즈가 만드는 음악의 맛은 4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지난 1년 사이 발표한 '종소리', '그날의 너' 그리고 '찾아가세요'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은 공식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마치 러블리즈표 '짝사랑 트릴로지'(3부작)처럼 읽힌다. 윤상의 이름이 없어도 러블리즈 고유의 색깔을 고스란히 유지한다는 건 이제 이 팀이 확실한 틀을 마련했음을 보여주는 청신호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https://blog.naver.com/jazzkid)에도 수록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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