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링 무비는 영화 작품을 단순히 별점이나 평점으로 평가하는 것에서 벗어나고자 합니다. 넘버링 번호 순서대로 제시된 요소들을 통해 영화를 조금 더 깊이, 다양한 시각에서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편집자말]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 : 그린델왈드의 범죄> 메인포스터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 : 그린델왈드의 범죄> 메인포스터 ⓒ 워너브라더스


**이 글은 [넘버링 무비 117] 영화 <신비한 동물 사전> 다시 보기 와 관련이 있습니다.

01.
2년 전, <해리포터>의 이야기를 이을 새로운 시리즈의 시작인 <신비한 동물사전>이 개봉한 후에 이에 대한 평가는 반반이었다. 과거의 향수를 이어 새로운 시리즈가 시작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쪽과 시리즈를 이어간다고는 하나 완전히 다른 이야기에 당혹스러워 하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던 쪽. 대부분의 속편, 혹은 리부트 작품들에 대한 평가가 어느 한 쪽으로, 대개는 부정적인 쪽으로, 편향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세간의 평가와는 별개로 <해리포터> 시리즈에 이어 이번 시리즈 '신비한 동물사전'까지 배급하고 있는 워너 브라더스 측은 새로운 시리즈의 첫 시작에 기뻐할 수밖에 없었다. 약 1억 8천만 달러로 추측되는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 월드 와이드 8억 달러가 넘는 성적을 거두었으니 말이다. 영화의 모든 것이 흥행 성적으로 판단될 수는 없으나, 영화 산업 역시 자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산업'의 일종이며, 흥행이 곧 수익으로 환원되는 배급사의 입장에서는 반기지 않을 수 없는 결과였다.

심지어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가 5부작이 될 것이라고 이미 공식 선언을 한 상태에서 얻은 결과라, 이보다 더 좋은 출발은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신비한 동물사전> 관련 글에서 언급한 대로 엄청난 인기를 누리며 세계적인 팬덤을 형성한 <해리포터>의 그림자를 짊어지고 시작하는 시리즈였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웠던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신비한 동물사전>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진 부분은 새로운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풀어놓는 것이었다. <해리포터> 시리즈와는 세계관만 공유할 뿐 완전히 다른 인물들이 등장하기에 관객들이 빨리 익숙해지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었다. 특히, 주인공인 뉴트 스캐맨더(에디 레드메인 역) 측, 그러니까 선한 역을 맡고 있는 인물들에 영화의 오랜 시간을 할애했다.

이번 작품 <신비한 동물사전 : 그린델왈드의 범죄>에서는 선과 악의 본격적인 대립구조를 구축하며 메인 스토리 라인을 그려나감과 동시에 <해리포터> 시리즈와는 별개로 이번 시리즈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신비한 동물'들을 보여주고 활용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후자인 신비한 동물들에 대한 부분을 놓지 않는 것은 작품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첫 번째 작품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어진 바 있었던 것처럼, 앞으로 진행될 시리즈에서도 새로운 동물을 제시하고, 그들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될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다. 물론, 이 지점에서 발생할 수 있는 메인 스토리 라인의 전개와 신비한 동물들의 적극적인 활용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은 감독의 뛰어난 역량이 필요한 지점이며, 시리즈 전체의 행보를 좌우할 키가 될 것이다.

결국, 이 작품의 메인 타이틀인 '신비한 동물사전'은 앞으로도 지속될 이 시리즈의 미션(Mission) 혹은 전체적인 방향성과도 같은 것이며, 뒤에 따라오는 부제는 시리즈 각 작품의 주제(Subject)와도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 : 그린델왈드의 범죄> 스틸컷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 : 그린델왈드의 범죄> 스틸컷 ⓒ 워너브라더스


02.

이번 작품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만 놓고 보자면 위에서 언급한 균형은 생각보다 잘 잡혀있다고 판단된다. 메인 캐릭터 수준으로 등장하는 니플러와 보우트러클의 활용은 이 시리즈의 마스코트 역할을 부여할 수 있을 정도로 적극적이며, 이 외에 등장하는 뉴트의 수많은 동물들은 이 작품의 타이틀이 왜 '신비한 동물'인지를 알 수 있게 해 준다. 이번 작품에서는 중국에 서식하는 거대한 동물로 설명되는 '자우(Zouwu)'가 지난 작품의 '에럼펀트'와(전작에서 뉴트가 에럼펀트를 가방으로 유인하기 위해 구애의 춤을 춘다) 유사한 역할을 부여 받는다.

한편, 메인 스토리 라인의 중심에 있는 인물, 그린델왈드(조니 뎁)와 관련된 이야기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전편에서 뉴트의 활약으로 인해 미합중국의 마법부에 붙잡혔던 그가 유럽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탈출하는 장면과 함께 이야기가 진행되며, 그가 장담했던 대로 순혈 마법사 세력을 모아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 노마지(No-magic, 해리포터 시리즈의 머글)를 지배하려는 야욕이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03.

전작에 이어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부분은 하나 더 있다. 노마지인 제이콥(댄 포글러 역)이다. 기존의 시리즈와 달리 이번 시리즈 '신비한 동물사전'에서 두드러지는 또 하나의 특징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전편의 이야기를 하면서, 제이콥이 두 가지 이질적인 세계인 인간과 마법사 사이의 연결자적 역할을 부여 받고 있다고 했었다. 그것은 이번 작품에서도 다르지 않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만, 이번 작품에서 그는 자신의 연인인 퀴니(앨리슨 수돌)가 그린델왈드 쪽으로 돌아서게 만드는 촉매제로 활용된다. 순혈 마법사들을 회합해 노마지 세계를 지배하려는 그린델왈드가 제이콥과 퀴니 사이의 불안정한 관계, 두 사람이 공식적인 결혼을 선언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퀴니는 그린델왈드가 새롭게 이룩할 세계가 자신이 현재 겪고 있는 부조리함을 없애줄 것이라 믿게 된다.

제이콥은 분절된 듯 보이는 시리즈를 이어내는 또 하나의 장치로도 활용된다. 그는 전작에서 하늘에서 내리던 비를 맞고 결과적으로 뉴트 일행과 함께 했던 기억을 잃어버리게 된다. 결정적으로 기억을 잃은 뒤에 빵집을 찾은 퀴니와 재회하는 장면에서 그녀의 얼굴을 보며 목 뒤의 상처를 긁적이는 모습에서 하늘에서 내리던 비가 '나쁜 기억'만을 없애는 용도의 물약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었던 부분이 이번 작품에서 다시금 언급된다.

물론, 제이콥과 퀴니의 에피소드가 아니라 그린델왈드가 탈출에 성공하는 것만으로도 전작과의 연결에는 문제가 전혀 없지만, 이러한 장치들은 이야기를 조금 더 공고히 만들어주는 부분이 있다.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 : 그린델왈드의 범죄> 스틸컷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 : 그린델왈드의 범죄> 스틸컷 ⓒ 워너브라더스


04.

이번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작품의 부제에 해당하는 '그린델왈드의 범죄'에 대한 부분이다. 사실 이 작품에서 악역인 그린델왈드는 생각보다 그리 나쁜 짓을 많이 하지 않는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악역을 도맡았던 볼드모트에 비하면 다소 약하다. 심지어 영화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비밀 회합 장면에서는 마법이나 힘으로 강제하여 선동하는 것이 아니라 목소리만으로 감정에 호소하며 자신의 편을 만든다. 그런데 범죄라니. 여기에는 선역과 악역에 대한 편중된 시선과 이를 이용하는 그린델왈드의 영리함이 숨겨져 있다.

그린델왈드의 범죄에 대해 이야기 하기에 앞서, 이 작품은 많은 부분에 있어 관객들에게 편중된 시각을 강요한다. 마법부는 정의롭고 언제나 선의 편이며 그린델왈드는 무조건적인 악이다. 사실 이 구도는 <해리포터> 시리즈에서도 동일하게 그려진 바 있다. 다만, 그때의 악역이었던 볼드모트는 이 구조를 힘으로 무너뜨리려는 쪽이었다. 이 시리즈의 악역인 그린델왈드는 다르다.

그는 무조건적인 선도 항상 옳을 수는 없다는 점을 내세운다.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유죄를 선언하는 것이다. 실제로 그렇다. 퀴니가 제이콥과 자유로운 연애 및 결혼을 할 수 없는 것도 그렇고, 그린델왈드의 집회에 참석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직까지 직접적인 해악을 저지른 바 없는 청중들 - 아직 그들을 악이라고 부르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퀴니 역시 가담을 하고자 참석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에게 폭력을 선행하여 가하는 것 역시 모두 선으로 일컬어지는 이들 때문이니 말이다.

그러니까, '그린델왈드의 범죄'라고 불리는 것이 실제로 모두 그린델왈드의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여기 남는다. 그것이 비록 그곳에 모인 청중들을 속이기 위해 계획된 거짓이라고 할지라도 그린델왈드가 펼치는 주장에는 분명 일리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것 때문에, 테세우스(칼럼 터너)는 자신과 함께한 동료들에게 절대로 먼저 공격하지 말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이미 커다란 범죄를 저지른 이의 말에 어떤 명분이 주어질 수 있겠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우리가 이미 숱하게 봐왔듯이 군중을 움직이는 데는 명분보다 명목이 더 중요하다. 이번 작품에서의 이 지점에 대한 물음은 이 시리즈가 나아가는 방향에 있어 앞으로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다.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 : 그린델왈드의 범죄> 스틸컷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 : 그린델왈드의 범죄> 스틸컷 ⓒ 워너브라더스


06.

이 작품에 있어 유일한 아쉬움은 진입 장벽에 대한 한계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일 것이다. 단순히 <해리포터> 시리즈가 좋아서 이 작품을 보고 싶었다는 생각만으로는 현재는 물론, 앞으로의 작품들을 따라오기가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작품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만 보더라도, 중후반부에 등장하는 특정 가계의 관계도 장면은 한번에 쉽게 이해되지 않음으로 인해 다소 피로감을 준다.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최소한 가문의 이름이나 가계도, 마법의 종류 및 전체적인 세계관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이 사전에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시리즈는 여전히 '전개'의 지점에 놓여있다. 5부작으로 예정된 시리즈 전체의 흐름을 놓고 보면 이야기는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은 것과 다름없다. 이제 막 대립구도가 형성되기 시작했고, 중립을 고수하던 주인공 뉴트가 자신의 역할을 깨달으며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갈 준비를 하기 시작한 셈이다. 감독이 자주 교체되었던 <해리포터> 시리즈와 달리 데이빗 예이츠 감독이 시리즈 전편을 연출하기로 한 것 역시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에는 긍정적인 부분이다. 2년마다 한 편씩. 2024년이 되면 이 시리즈는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까? 지켜보고 싶다.
영화 무비 신비한동물사전 그린델왈드의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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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숫자로 평가받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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