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서대문구 '포방터시장' 편의 한 장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서대문구 '포방터시장' 편의 한 장면 ⓒ SBS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홍탁집 아들'은 일주일 동안 달라진 게 없었다. 앞서 백종원은 엄마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닭볶음탕을 조리할 수 있을 정도로 숙달하라고 했지만, 그것조차 하지 못했다. 홍탁집 아들은 하루에 한번 연습을 하다가 마지막 날이 돼서야 부랴부랴 움직였다. 엄마의 말로는 9번을 했다고 했으나 홍탁집 아들은 서른 번쯤 했다고 부풀렸다.

어설픈 거짓말은 곧 들통나게 마련이다. 더군다나 요리는 눈을 통해 그 숙달된 정도를 금세 확인 가능한 분야가 아닌가. 닭 손질을 하는 그의 손은 어설펐다. 그건 백종원의 날카로운 눈매에 긴장한 탓이 아니라 아직 숙달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닭을 자르는 소리는 균일하지 않았고, 잘린 닭들의 모양도 일정치 않았다. 또, 세제와 설거지 거리가 있는 싱크대에서 닭을 씻는 잘못까지 저질렀다. 

그런 아들이 안타까웠는지 엄마는 계속해서 힌트를 주려 애썼고, 백종원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졌다. 참다못한 백종원은 결국 폭발했다. 과연 이 '드라마'의 결말은 어떻게 귀결될 것인가?

'사람 만들기' 프로젝트까지 하고 있는 백종원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서대문구 '포방터시장' 편의 한 장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서대문구 '포방터시장' 편의 한 장면 ⓒ SBS


최근 들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 것처럼 보인다. 얼마 전까지 요식업 경영의 노하우와 요리 기술이 부족한 자영업자들에게 백종원표 '솔루션'을 제시하는 게 주된 스토리 라인이었다면, 최근에는 '사람 만들기' 프로젝트까지 하고 있다. 이걸 솔루션의 범위가 넓어졌다고 볼 수 있을까? 

이렇듯 갈등과 문제 해결이라는 드라마적 요소는 프로그램의 화제성을 높이고 시청률 상승에 기여했다(5%대였던 평균 시청률은 7%대까지 높아졌다). 화제성도 높아졌고 시청률도 올랐지만, 이것이 옳은 방향인지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

최근 들어 점점 더 문제적인 참가자가 등장하고 있고, 그에 따라 수위 높은 문제적 상황 또한 늘어나고 있다. 흥미로운 건 그럴수록 그 골치아픈 난제를 슬기롭게 해결하는 백종원의 능력과 권위가 더 빛나게 된다는 점이다. 더불어 그의 따뜻한 인간미도 칭송받는다. 물론 이런 요소들 때문에 웬만한 연속극보다 흥미진진하고 몰입도가 높다.

최근 칼럼니스트 위근우는 '징벌 서사'라는 개념을 통해 이 프로그램에 접근했다. 그는 지난 16일 <경향신문>에 기고한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보여준 징벌 서사의 정당화'에서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장르는 징벌"이라면서 "이런 징벌적인 서사 및 쾌감에 대한 당위적 근거를 마련하는 대신 백종원이라는 존재의 권위로 알리바이를 대체"했다고 지적했다.

이 글에서 위근우는 백종원이 "사우디에서 돌아온 삼촌"이라는 화법을 사용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아버지의 권한을 대행하는 형태"를 띠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좀더 들어보자.

"<골목식당>에서 보여주는 백종원의 모습은 자신의 경험에 절대적 지위를 부여하고 복종을 요구하는 가부장적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백종원의 솔루션은 컨설팅보다는 훈육에 가깝다. 그의 권위는 엄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구현된다."

백종원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서대문구 '포방터시장' 편의 한 장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서대문구 '포방터시장' 편의 한 장면 ⓒ SBS


일리있는 지적이라 생각하고, 일정 부분 동의한다. 그러나 백종원의 솔루션을 단순히 '징벌'의 개념에 가둔 채 이해하긴 어렵다. 백종원이 요구하는 건 식당을 운영하는 데 반드시 갖춰야 할 기본적인 기술과 노하우다.

그는 일방적으로 벌을 내리고 있는 게 아니다. 또한 전문가와 비전문가 사이에서 이뤄지는 컨설팅은 일정 부분 훈육적 성격을 띠게 마련이다. 반면, 돈까스 사장님을 대하는 백종원의 태도에는 존중이 담겨 있지 않던가. 

일각에서는 위근우의 지적을 백종원에 대한 저격으로 받아들여 발끈하기도 하지만, 위근우가 겨냥하고 있는 건 <백종원의 골목식당> 제작진이라고 생각한다. 백종원의 해결책이 군기잡기에 가깝다는 위근우의 비판에 동의하진 않지만, 왜 제작진이 백종원의 영역이 아닌 지점에 백종원을 자꾸만 끼워넣으려 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백종원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제작진도 그러리라는 걸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장기적으로 볼 때 유익한 방식이 아니다. '홍탁집 아들'의 경우 어찌어찌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이런 '막장 드라마'를 계속 쓰게 된다면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

초심을 떠올리는 게 필요한 건, 저 솔루션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자영업자들만이 아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 제작진들도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과 태도를 되새겨 봐야 하지 않을까?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가 아니니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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