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링 무비는 영화 작품을 단순히 별점이나 평점으로 평가하는 것에서 벗어나고자 합니다. 넘버링 번호 순서대로 제시된 요소들을 통해 영화를 조금 더 깊이, 다양한 시각에서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편집자말]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 메인 포스터.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 메인 포스터.ⓒ 워너브라더스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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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인기리에 상영 중인 <신비한 동물사전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의 전편이었던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2016)은 1926년 뉴욕을 배경으로 한다. '검은 존재'가 거리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미국의 마법의회 MACUSA의 대통령과 어둠의 마법사를 체포하는 오러의 수장 그레이브스가 이를 추적하는 혼돈 속에 영국의 마법사 뉴트 스캐맨더(에디 레드메인)가 등장한다.

그의 목적은 세계 곳곳에 숨어있는 신비한 동물들을 찾기 위한 것.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크기의 신비한 동물을 구조해 안에 마법의 공간이 있는 가방에 넣어 다니며 보살핀다. 하지만 은행을 지나던 중 금은보화를 좋아하는 신비한 동물인 니플러가 가방 안에서 탈출을 하고 이 일로 전직 오러였던 티나와 노마지 제이콥과 엮이게 된다.

이 사고로 뉴트와 제이콥의 가방이 바뀌면서 신비한 동물들이 대거 탈출을 하고 그들은 동물들을 찾기 위해 뉴욕 곳곳을 누빈다. 한편, '검은 존재'의 횡포는 더욱 거세져 결국 인간 사회와 마법 사회를 발칵 뒤집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 모든 것이 뉴트의 소행이라는 오해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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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거 게임>(2012), <메이즈 러너>(2014), <다이버전트>(2014). 2010년대 초반 헐리우드에서 시리즈물은 대단히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였다. 지난 <스타워즈>, <반지의 제왕>, <혹성 탈출>, < X-Men > 등의 작품들이 성적을 통해 보여준 바 있었듯, 제작사나 배급사 입장에서 대표할 만한 시리즈 물을 안고 가는 것은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장기간 관객들의 기대와 시선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이점이다.

매번 캐릭터가 달라지기는 하지만, DC 코믹스나 마블 스튜디오의 라인업이 쉬지 않고 쏟아지는 이유도 동일하다(솔로 무비의 히어로들을 통합하는 <어벤져스> 시리즈의 진행은 마블 측의 기획된 장치다). 지금도 할리우드의 대형 제작, 배급사들은 차후 몇 년간 자신들의 텐트폴(Tentpole Movie) 역할을 해 줄 시리즈물을 발굴하는 데 여념이 없다.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 스틸컷.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 스틸컷.ⓒ 워너브라더스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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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흐름 속에서 <해리포터> 시리즈 역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공식적으로 '워너 브라더스'가 북미 극장가에서 <해리포터> 시리즈 7부작(총 8편, 마지막 7편의 경우 1부와 2부로 분할 제작되었다)으로만 벌어들인 금액이 자그마치 약 23억 8천만 달러(한화 약 2조 8000억 원)에 달하는 실로 어마어마한 금액이었으니 말이다. 이런 시리즈를 '워너 브라더스' 측에서 쉽게 놓아줄 리 있을까?

게다가, 원작자인 '조앤. K. 롤링' 역시 고맙게도 해리포터 시리즈를 놓지 않고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원작 시리즈가 끝난 뒤에도 그녀는 자신의 뿌리와도 같은 '해리포터 시리즈'를 활용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최근에는 <해리포터와 저주 받은 아이>라는, 본 편에서 한 세대가 지난 시점의 이야기를 영국 웨스트엔드의 연극 무대 위에 올리기도 했다.

본 편의 마스코트나 다름없었던 다니엘 래드클리프, 엠마 왓슨, 루퍼트 그린트는 너무 성장한 나머지 이제 더 이상 시리즈를 이어갈 수 없는 처지가 되어 버렸지만, 방법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아마도 워너 브라더스 측은 이런 생각을 했을 것 같다. 그래? 그렇다면 우리는 본 편에서 한 세대 이전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시리즈로 만들어내 보자.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는 그렇게 탄생했다. 사전 형식으로 편찬된 동명의 도서 시리즈에 추가적인 스토리 라인을 독자적으로 입혀 스크린으로 옮겨낸 또 하나의 '해리포터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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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이 작품은 기존의 <해리포터> 시리즈와는 동일한 세계관을 공유할 뿐,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개봉 당시 많은 선재물을 통해 알려졌던 것처럼, <해리포터> 시리즈 본편의 세계관을 확장한 '프리퀄' 시리즈인 셈이다. 간단히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이 기존에 존재했던 <혹성탈출> 시리즈의 기원을 밝히는 '프리퀄'이었던 것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처럼 새로운 시리즈인 <신비한 동물사전>은 모든 배역의 인물과 관계가 바뀌기 때문에 기존의 <해리포터> 시리즈를 사랑했던 관객들이 이질감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 앞서 언급했듯이, <해리포터>를 떠올리면 아무래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다니엘 래드클리프와 엠마 왓슨이 아닌가. 제작 과정에서도 이에 대한 우려는 분명 존재했을 것이다.

이에 그들이 내놓은 해답은 인물의 상이함에서 오는 어색함을 세계관의 공유라는 방식으로 상쇄시킨다는 것.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진입 장벽을 최대한 낮춰보겠다는 것이다. 오프닝 크레딧 이전에 '워너 브라더스'의 타이틀과 함께 들려오는, 익숙한 <해리포터> 시리즈의 메인 테마 사운드 역시 같은 목적을 지닌 장치다. 새로운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를 이제 막 앞두고 있는 관객들의 추억과 설렘을 자극하기에 조금도 모자라지 않다.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 스틸컷.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 스틸컷.ⓒ 워너브라더스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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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모습은 기존의 <해리포터> 시리즈가 보여주었던 그 방식과 정확히 일치한다. 철저한 기승전결의 구조에 기반하여 영화의 초반부에서는 인물들의 성격과 관계를 정립하고, 중반부의 지루함은 마법 세계에서만이 제시할 수 있는 새로운 요소들의 흥미로움으로 상쇄시킨 후, 마지막으로 엔딩에서는 어떤 메시지와 주인공의 성장된 모습을 제시하는 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과거의 해리포터(다니엘 레드클리프)라는 인물이 뉴트 스캐맨더로 바뀌었다는 것 외에는 조금도 다르지 않다.

더불어 <해리포터> 시리즈의 특장점 중 하나인 현실과의 밀접한 요소들을 통한 표현력 또한 이번 작품에서 일관성 있게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수사본부의 마법 위기 표시기는 언젠가 에너지 절약 표시 스티커에서 본 듯한 모습을 하고 있고, 장면에 등장하는 모든 '신비한 동물들' 역시 현실 속 동물들과 닮아 있다. 이 영화의 마지막 즈음에 등장하는 '노마지'(No Magic: <해리포터> 시리즈의 머글과 똑같은 표현. 마법을 쓸 수 없는 보통 사람을 뜻한다)들이 제이콥(댄 포글러)이 만들어 낸 신비한 동물들의 모습을 한 빵을 보고 흥미로움을 나타내는 것이 바로 이 영화를 바라보는 관객들의 모습과 동일시되어 표현되고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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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기존의 시리즈와 달리 '노마지'라고 불리는, 마법사가 아닌 인간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본 편의 <해리포터> 시리즈의 설정과 달리 인간과 마법사가 서로를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마법사들이 인간의 눈을 피해 숨어 살고 있다는 설정을 가진 <신비한 동물사전>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두 가지의 이질적인 세계가 그려지는 모든 이야기에는 그 중간에서 연결자의 역할을 하는 인물들이 있기 마련이다. 오래 전,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신과 인간의 연결자 역할을 했던 '프로메테우스', '헤라클레스'와 같은 이들 말이다. 영화 < E.T >(1982) 속에서 외계인과 인간의 연결자 역할을 했던 엘리어트(헨리 토마스)라는 꼬마 아이. 이 작품에서 노마지의 대표적인 인물로 그려지는 제이콥은 그래서 중요하다. 이 작품의 연결자적 책임을 부여 받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진중한 성격을 가진 뉴트 스캐맨더와의 무게감을 조절하기 위해 다소 희화화된 느낌이 없지는 않지만, 그의 역할은 무게를 갖는다. 그는 위의 연결자적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다음에 이어질 시리즈 내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엮어낼 인물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뉴트 일행과 함께 했던 기억을 잃어버리게 되지만, 이틀 동안의 모든 기억들이 모두 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되는 이유다.

하늘에서 내리던 비는 분명히 '나쁜 기억'을 없애는 용도의 물약으로 만들어진 것이었으며, 결정적으로 기억을 잃은 뒤에 자신의 빵집을 찾은 퀴니(앨리슨 수돌)와 재회하는 장면에서 그녀의 얼굴을 보며 목 뒤의 상처를 긁적이던 그의 모습을 떠올려 보자. 이는 기존 시리즈의 해리포터 이마 위 상처가 볼드모트와 연결되던 설정과 그 궤를 같이 한다. 아무런 의미도 담겨있지 않을 리 없다.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 스틸컷.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 스틸컷.ⓒ 워너브라더스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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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작품에도 안타까운 부분들은 존재한다. 스토리 라인 위에서 그레이브스(콜린 파렐)라는 인물의 정체성을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했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그가 이용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모데스티(페이스 우드 블라크로브)라는 인물과 뉴트 사이에서 그 역할이 다소 애매해진 느낌이다. 시리즈의 시작인 이번 작품에서는 확실히 뉴트 스캐맨더 측 인물들을 설명하는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자체는 그 동안 데이빗 예이츠 감독이 보여준 그 어떤 작품들보다 완성도가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다. 심지어 그는 '제2의 세일럼 회'라는 집단을 통해 머글 집단과 마법사 집단 사이의 관계를 비유해내는 능력까지 보여준다. 모데스티가 옵스큐러스라는 존재를 만들어 낸 것이 노마지 어머니의 학대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라는 설정이 바로 그 부분이다. <쇼생크 탈출>(1994)의 대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비 맞는 제이콥의 행동 역시 데이빗 예이츠 감독이 성장했음을 알려주는 장면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는 단순히 관객들의 미소를 짓게 만드는 오마주, 혹은 패러디로서의 기능을 넘어 뉴트 일행을 따라다니던 '노마지' 제이콥에 대한 해석을 달리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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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다시 한번 에디 레드메인이라는 배우에 대한 감탄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의 첫 등장에서, 가방을 무릎에 얹고 첫 대사를 건네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지난 작품인 <대니쉬 걸>(2016)의 릴리를 순간 떠올리기도 했다. 그만큼 전작에서 그가 남긴 인상이 대단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가 조금씩 뉴트 스캐맨더로 변해가는 모습이 느껴질 정도로 그는 이전의 모습과 같지만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지금 할리우드에서는 많은 배우들이 자신이 갖고 있는 기존 이미지를 벗기 위해 히어로물을 선택하고자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로운 히어로 캐릭터는 상대적으로 적은 부담으로 마블이나 D.C.의 인기를 끌어안기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와 대비해 본다면 에디 레드메인의 행보는 기존의 <해리 포터> 시리즈의 무게를 기꺼이 짊어지고, 또 매년 쉼 없이 자신의 모습을 바꾸어 가는 그의 모습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가 없다. 현재 5부작으로 알려진 <신비한 동물 사전>의 긴 호흡이 긍정적이지만은 않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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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이든 하나의 작업을 10년 이상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은 그 결과를 떠나 박수를 보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시리즈는 그에 상응하는 대단한 결과까지 손에 얻었다. 물론 그 세월을 지나는 동안 몇 번의 감독이 바뀌고, 그 시절의 배우들은 더 이상 동화 속 어린이들이 아니게 되어버렸지만, 새로운 이야기를 또 한 번 확장해 낼 수 있는 '해리 포터'라는 브랜드의 힘은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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