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방송된 SBS 창사특집 대기획 <운인가 능력인가 공정성 전쟁> 2부의 한 장면.

18일 방송된 SBS 창사특집 대기획 <운인가 능력인가 공정성 전쟁> 2부의 한 장면. ⓒ SBS

 
성공은 노력의 결과인가, 운이 작용했기 때문인가. 지난 18일 방영한 SBS 창사특집 < SBS 스페셜 > '운인가 능력인가, 공정성 전쟁 2부-불운을 피하는 법'은 정규직화와 시험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을 다룬 1부에 이어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고, 불운을 피하는 방안을 다뤘다.

방송은 "노력으로도 안 되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굿을 하는 취업 준비생의 사연으로 시작한다. 불운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 굿에 의탁하는 준비생에게 있어, 성공은 노력의 전부라 말하기 어려운 처지다. 성공의 영역은 한정되어 있고, 그 바늘구멍을 뚫으려 노력을 쏟으나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걸 절감하기도 한다.

반대로 자신 있게 성공이 노력의 결과라는 이들도 있다. 20대에 온라인 속옷쇼핑몰로 대박을 터뜨린 CEO는 쇼핑몰 창업 5년 만에 연간 매출 40억 원을 넘겼다. 그는 "저도 고생을 많이 했다"며 "3년 동안 쇼핑몰 수익이 없었지만 기회를 찾아다닌 결과"라고 했다. 기업가치 1조 원을 앞둔 스타트업 대표도 "열심히 노력해서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자부했다.
 
 18일 방송된 SBS 창사특집 대기획 <운인가 능력인가 공정성 전쟁> 2부의 한 장면.

18일 방송된 SBS 창사특집 대기획 <운인가 능력인가 공정성 전쟁> 2부의 한 장면. ⓒ SBS

 
그러나 '금수저', '흙수저'로 출발선이 다르게 형성되고, 노력해도 희망이 없는 것 같다는 인식이 생길 때 성공의 요소는 노력만으로 특정되지 않는다. 방송에서 한 직장인은 "부모님 '빽'이 성공의 80%"라 말하고, 다른 취업준비생이 "집안을 바꿀 수 없으니 노력하고 있다"고 자조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행운과 불운이 능력의 몫을 결정

부모의 능력도 운이라 일컬어지는 시대, 운이 성공을 좌지우지하는 정도는 얼마나 될까. 이탈리아 카타니아 대학교 연구진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우리 인생과 같이 20~60세에 걸쳐 행운과 불운을 무작위로 겪도록 설정하고, 결과를 살폈다.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이는 바로 능력이 평균적이어도 운이 좋은 사람들이었다. 행운과 불운이 능력의 몫을 좌지우지해 성공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노력만으로 성공을 가늠할 수 없다는 결과인 셈이다.
 
 18일 방송된 SBS 창사특집 대기획 <운인가 능력인가 공정성 전쟁> 2부의 한 장면.

18일 방송된 SBS 창사특집 대기획 <운인가 능력인가 공정성 전쟁> 2부의 한 장면. ⓒ SBS

 
이를 대변하는 인도네시아 라밀레라 마을. 주수익원이 말린 고래고기인 마을에선 고래 잘 잡는 사람이 능력자라고 한다. 여기서 행운은 가장 큰 고래를 잡는 것이다. 고래를 잡는 건 능력이지만 만나는 건 운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고기를 잡더라도 사냥에 참여하지 않는 이들과 몫을 나눈다. 몫을 분배할 권한을 가진 마을 어른인 '아타몰라'는 "저희 것이라기보다는 바다의 것"이라는 말로 그 이유를 대신한다.

결국 몫을 나눠 불운을 줄이는 것이 공동체, 마을을 위한 길이었다는 게 수렵채집의 오랜 지혜였다는 설명이다. 능력을 가진 소수가 운과 능력의 몫을 독점하면 갈등과 분쟁이 생기고, 공동체엔 위협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라밀레라 마을의 사례처럼 공동체의 영속을 위해선 능력에 따른 분배에 관심을 소홀히 할 수 없다. 국가가 능력과 운을 둘러싼 문제에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회를 위해 모두가 동일한 기회를
 
 18일 방송된 SBS 창사특집 대기획 <운인가 능력인가 공정성 전쟁> 2부의 한 장면.

18일 방송된 SBS 창사특집 대기획 <운인가 능력인가 공정성 전쟁> 2부의 한 장면. ⓒ SBS

 
능력주의 사회의 대표적 나라인 미국도 고민이라고 한다. 기회를 줘 운을 만들어주는 투자회사는 활성화됐지만 불운은 개인의 몫이다. 라라랜드의 무대, 로스엔젤레스는 노숙자가 6만여 명에 달할 정도로 텐트 행렬이 이어진다. 운과 능력의 몫을 모두 능력이 가진 자에게로 몰아주고, 불운이 더 큰 불운을 만들어내는 미국식 능력주의의 두 얼굴이라는 진단이다.

이처럼 수많은 낙오자가 생기는 사회를 대안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어느 지원 방식이 더 큰 성공을 이룰까 고민한 카타니아대학교 연구진은 성공을 바라는 1000명을 시뮬레이션으로 놓고 실험한다. 미국식 능력주의와 무작위 지원, 모두 균등하게 지원하는 대안 중 가장 좋은 결과는 모두에게 고정적 돈을 배분하는 전략이었다. 모두에게 기회를 주면 어디서 운이 생길지 모르니 사회로 보면 더 유익하다는 것이다.

이 결과에 비춰보면 사회 발전을 도모하려면 모두에게 기회를 줘야 하고, 자원을 재분배해 모두가 동일한 기회를 얻어야 한다는 답을 얻는다. 사회 전체의 불운을 극복하는 방법은 행운을 나눠 모두에게 균등한 기회를 주는 것이라는 게 연구진의 판단이다.

핀란드에 비춰본 우리 사회의 해답
 
 18일 방송된 SBS 창사특집 대기획 <운인가 능력인가 공정성 전쟁> 2부의 한 장면.

18일 방송된 SBS 창사특집 대기획 <운인가 능력인가 공정성 전쟁> 2부의 한 장면. ⓒ SBS

 
이 같은 방법을 실천하려는 국가가 세계 최고 복지국으로 일컫는 핀란드다. 핀란드는 노키아가 몰락한 뒤 수많은 스타트업이 생겨나면서 경제위기를 돌파한 것으로 유명하다. 여기엔 핀란드 정부의 균등한 지원 전략이 통했다. 안정적 일자리 대신 창업에 나선 청년은 "정부는 학생들에게 저렴한 주택을 제공해 도움을 주고 식비도 저렴하다"며 "안정적 직업은 이 시점에서 선택 사항이 아니다"라고 했다.

결국 도전에 따르는 노력은 필요하되 수반하는 위험은 균등한 지원을 통해 사회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걸 핀란드가 증명하고 있다. 반면 청년들의 실패를 개인의 차원으로 한정 짓는다면, 우리 사회는 '금수저'와 '흙수저' 같은 자조에서 영영 벗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실패로 인한 아픔을 개인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18일 방송된 SBS 창사특집 대기획 <운인가 능력인가 공정성 전쟁> 2부의 한 장면.

18일 방송된 SBS 창사특집 대기획 <운인가 능력인가 공정성 전쟁> 2부의 한 장면. ⓒ SBS

 
이는 결국 한국 사회의 해묵은 논제인 증세 논의와도 맞닿아 있다.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한 일이고 기나긴 과정이 될 것이다. 개인의 성공과 낙오는 노력만으로 특정할 수 없기 때문에, 공동 부조가 이뤄져야 한다는 합의점을 도출해야 한다. 청년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분명 낙오자를 양산하기 바쁜 지금 체제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일이고 이는 공동체의 유익으로 이어질 것이다. 지금껏 핀란드가 증명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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