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베일리 어게인> 포스터

영화 <베일리 어게인> 포스터 ⓒ 씨나몬(주)홈초이스

 
단어에는 강력한 '힘'이 담겨 있다. 사회가 정한 또는 우리가 평상시 사용하는 단어에 따라 그 대상을 대하는 태도나 자세가 달라지기 마련이다. '반려동물'이라는 단어가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과거에는 집에서 키우는 동물을 '애완동물'이라고 불렀다. '애완(愛玩)'은 동물이나 물품 따위를 좋아하여 가까이 두고 귀여워하거나 즐긴다는 뜻이다. 동물을 인간의 소유물로 생각하고 이를 통해 즐거움을 얻는다는 의미로,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호칭이었던 셈이다.
 
반면 '반려'는 짝이 되는 동반자라는 뜻이다. 최근 애완동물 대신 반려동물, 반려견, 반려묘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동물을 통해 즐거움을 얻기 보다는 인생을 함께 하는 동반자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함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은 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소중한 생명으로 대한다. 인간의 즐거움을 위한 존재라기보다는 함께 삶을 살아가는 동반자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베일리 어게인>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모든 이들이 한 번쯤 꿈꾸었을 판타지를 보여주는 영화다. 영화 속 반려견 베일리는 엘리, 티노, 버디의 다른 세 가지 이름을 지닌다. 베일리는 소년 이든과 행복한 삶을 보내나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어 죽게 된다. 하지만 다시 환생한 베일리는 다른 종류의 개로 태어나고 엘리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하지만 베일리 시절의 기억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영화 <베일리 어게인> 스틸컷

영화 <베일리 어게인> 스틸컷 ⓒ 씨나몬(주)홈초이스


개는 유독 사람을 따르고 충실한 면모를 보이는 동물이다. 개와 관련된 감동적인 일화가 다른 동물들에 비해 많은 이유는 이런 천성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일부에서는 개를 의인화해 높여 부르는 견공(犬公)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어쩌면 <베일리 어게인>은 견공에 대한 판타지로 볼 수도 있다. 베일리라는 강아지는 인간처럼 생각하고 모든 걸 기억한다. 여기에 환생이라는 판타지적인 요소가 더해져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영화는 두 가지 측면에서 감동과 재미를 동시에 선사한다. 첫 번째는 앞서 말했던 '견공' 판타지다. 강아지가 인간처럼 말을 하거나 서술자가 되어 이야기하는 영화들은 이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인식은 '개'라는 존재 안에 머물렀다.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거나 인간을 다른 종으로 생각하는 수준에 머문 반면, <베일리 어게인> 속 베일리는 마치 한 명의 인간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이 동물의 자그마한 행동 하나에도 소통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처럼, 비록 언어로 대화는 나누지 못하지만 인간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강아지 베일리의 존재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두 번째는 베일리의 견공적인 면모를 부각시키기 위해 구성된 환생이다. 베일리가 노화로 생을 마감해 소년 이든과 헤어진 후 가진 세 번의 환생은 개가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삶의 모습과 인간과의 관계를 통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보여준다.
 
 영화 <베일리 어게인> 스틸컷

영화 <베일리 어게인> 스틸컷 ⓒ 씨나몬(주)홈초이스


첫 환생에서 경찰견 엘리로 태어난 베일리는 수색을 위한 힘겨운 훈련을 받는다. 동시에 경찰과의 파트너십, 그리고 서로를 향한 믿음과 헌신이 부각된다. 두 번째 환생인 티노는 주인의 결혼과 자신의 결혼을 경험한다. 인간과 달리 너무나 짧은 개의 삶을 통해 인간과 개는 서로 다른 시간을 걸어가고 있음을 강조한다. 세 번째 환생인 버디는 유기견으로 등장하는데 이를 통해 개를 대하는 인간의 잘못된 욕망과 시선을 조명한다.
 
세 번의 환생 속에서 본연의 기억을 간직한 베일리는 더 성장하고 더 인간과 가까워진다. <개 같은 내 인생> <길버트 그레이프> <초콜릿> 등으로 잔잔한 감동을 줬던 라세 할스트롬 감독은 <하치 이야기>에 이어 다시 한 번 반려견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가슴 따뜻한 이야기와 흥미를 자극하는 판타지를 선사한다. 22일 개봉.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 루나글로벌스타에도 실렸습니다.
베일리 어게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