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부터 시작된 크로아티아와 잉글랜드의 얄궂은 운명은 11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올시즌부터 새로이 시작된 UEFA 네이션스리그(UNL)에서 한 조가 된 크로아티아와 잉글랜드는 18일 오후 11시(한국시각)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UEFA 네이션스리그 리그A 4조 순위 잉글랜드vs크로아티아의 경기결과에 따라 3팀의 운명이 결정된다.

▲ UEFA 네이션스리그 리그A 4조 순위 잉글랜드vs크로아티아의 경기결과에 따라 3팀의 운명이 결정된다. ⓒ UEFA 공식 홈페이지

 

올해만 벌써 두 번째 얄궂은 운명속에 치르는 두 팀의 매치업이다. 4개월 전인 지난 7월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준결승에서 마주한 두 팀은 잉글랜드가 키에런 트리피어가 기가막힌 프리킥골로 앞서나갔지만 이후 번번히 골찬스를 놓친 잉글랜드의 경기 속에 크로아티아는 후반전 이반 페리시치의 동점골에 이어 연장 후반에는 마리오 만주키치의 결승골이 나오면서 잉글랜드를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이 전에도 이런 분수령에 놓인 승부에서 크로아티아가 웃은 기억이 있다. 지금도 팬들의 기억속에 남아있는 2007년 11월 열린 두 팀의 UEFA 유로 2008 지역예선이 대표적이다.

당시 잉글랜드는 유로2008 탈락이냐 본선진출이냐의 갈림길 속에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이 경기에서 스콧 카슨 골키퍼의 실책성 실점속에 전반을 0-2로 뒤진 채 마무리했다.

0-2로 뒤진 채 후반을 맞이한 잉글랜드는 후반전 데이비드 베컴의 교체 투입 속에 반전을 꾀했고 결국 동점을 만들면서 기사회생했다. 하지만 종료를 얼마 남기지 않고 크로아티아의 믈라텐 페트리치의 결승골이 나오면서 크로아티아의 3-2 승리로 끝났고 잉글랜드는 충격적인 유로2008 지역예선 탈락으로 이어졌다.

잉글랜드도 크로아티아를 울린 기억이 있는데 지난 2010 남아공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한 조가 돼, 두 경기모두 잉글랜드가 각각 4-1, 5-1로 물리친 기억이 있다. 여기에 잉글랜드는 우크라이나에게 0-1로 패했는데 잉글랜드의 이 패배는 결과적으로 크로아티아의 지역예선 탈락으로 이어지는 결과였다.

전체적으로 결과물의 임팩트는 크로아티아가 더 큰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올 한해가 지나기 전 두 팀은 또다시 피할 수 없는 대결을 펼친다.

크로아티아 월드컵때의 기적 다시 한 번?

크로아티아가 지난 러시아 월드컵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는 월드컵이 끝난지 4개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팬들의 뇌리에 깊히 박혀있다.

16강부터 4강까지 3경기 연속 연장승부(승부차기 2회)를 펼치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맥없이 무너지는 것이 아닌 그것을 극복하고 한 단계식 올라간 크로아티아는 비록 결승에서 프랑스에게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한 결과였다.

하지만 월드컵 이후 펼쳐진 UNL에서는 그 후유증을 보였다. 대표팀에서 활약하던 마리오 만주키치와 다니엘 수바시치, 베르단 촐루카가 은퇴하면서 공백이 생긴 크로아티아는 첫 경기인 스페인전에서 0-6으로 대패하는 등 불안한 시작을 보였다. 여기에 지난 10월 징계로 인해 치러진 잉글랜드와의 무관중 홈경기에서도 0-0 무승부에 그치며 강등이 눈앞에 다가온듯 보였다.

하지만 지난 16일(한국시각) 스페인과의 홈경기에서 극적인 3-2 승리를 이끌어내며 한줄기 희망을 살렸다. 이 경기를 무승부로 끝냈다면 강등이 눈앞에 다가올수 있는 크로아티아 였지만 잉글랜드전 결과에 따라 내친김에 파이널 진출까지 노릴수 있게 됐다.

지난 러시아 월드컵이 연상되는 크로아티아지만 상황이 녹록치않다. 먼저 잉글랜드의 홈에서 치뤄진다는 부담감 속에 핵심 멤버인 이반 라키티치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잉글랜드와의 경기 출전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올시즌을 앞두고 월드컵에 출전하며 제대로된 휴식을 갖지 못했던 라키티치는 소속팀 바르셀로나(바르사)에서도 혹사논란 속에 바르사의 모든 공식경기에 출전하는등 제대로 휴식을 갖지 못한 채 경기에 출전했다.

그러다가 지난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후반 23분 햄스트링 통증을 호소하며 아웃되었고 3주진단이 나오면서 잉글랜드와의 경기에 출전할수 없게 되었다.

루카 모드리치와 함께 크로아티아 팀 전력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라키티치의 이탈은 큰 타격이다. 그를 대신할 선수로는 마테오 코바치치나 밀란 바델리가 거론되고 있지만 라키티치 만큼 창의성을 보여줄수 있는 선수들이 아니라는 점에서 모드리치의 부담이 상당히 커진 상황이다.

월드컵 이후 대표팀에서 활약해온 선수들의 은퇴속에 힘겨운 여정을 시작한 크로아티아가 라키티치라는 또 한명의 핵심멤버가 이탈한 이 상황을 극복할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리한 잉글랜드? 오히려 부담이 더 크다

크로아티아에 비해 잉글랜드가 상황이 나을수가 있다. 홈경기로 치러지는 경기인데다 비겨도 잔류할 수 있는 잉글랜드의 현 상황이다.

그런데 비기기만 해도 잔류할 수 있다는 것은 잉글랜드에겐 여간 부담이다. 만에하나 크로아티아에게 실점을 허용한다면 무승부도 용납이 안되는 잉글랜드의 현 상황이다.

승점-상대전적-골득실-다득점 순으로 순위를 정하는 UNL의 규정상의 이유다. 지난 10월 크로아티아와의 원정경기에서 득점없이 0-0 무승부를 기록한 잉글랜드는 0-0으로 비긴다면 상대전적에서 동률이지만 골득실에서 크로아티아에 앞서 2위로 잔류를 확정짓는다.

하지만 실점을 허용한체 무승부를 기록한다면 원정경기 다득점 원칙에 의해 상대전적에서 크로아티아에게 밀려 잉글랜드가 강등이 될 수 있는, 잉글랜드에게도 어쩌면 절박한 상황이다.

상황은 전력누수가 있는 크로아티아보단 잉글랜드가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기량이 성장하고 있는 조던 픽포드, 조 고메즈와 같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월드컵에서 활약했던 주축선수들이 여전히 건재한 잉글랜드는 비록 대니 웰벡이 부상으로 이탈해있지만 크로아티아에 비해 전력누수가 적은 것은 사실이다.

또한 러시아 월드컵에서의 패배를 설욕해야 한다는 동기부여도 확고하다. 지난 10월 크로아티아 원정에선 무승부에 그치며 설욕에 실패했던 잉글랜드였는데 이번에는 그때의 아픔을 설욕하고자 한다. 잉글랜드의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 역시 "크로아티아의 콧대를 꺾겠다" 라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두 팀의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팀은 아마도 스페인일 것이다. 초반 2승으로 순항했던 스페인이지만 잉글랜드, 크로아티아와의 경기에서 모두 패하며 2승 2패로 조별리그 일정을 마감한 스페인은 불안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스페인은 두 팀의 무승부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두 팀이 무승부를 거둔다면 승점 6점으로 1위를 기록해 스페인이 우승팀을 결정하는 파이널에 진출한다. 하지만 크로아티아나 잉글랜드가 승리할 경우에는 두 팀중 한 팀에게 1위자리를 내주고 스페인은 리그 A에 잔류하는 데 만족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과연 승부의 신은 누구의 편을 들어줄까? 크로아티아, 잉글랜드, 스페인 모두가 이 마지막 경기 결과에 따라 그 행보가 갈리는 어쩌면 3팀 모두는 얄궂은 운명과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다.

*UEFA 네이션스리그 리그 A 4조 경우의 수* 

잉글랜드vs크로아티아 무승부일 경우
-스코어 상관없이 스페인 1위로 파이널 진출
-0:0 무승부시 크로아티아 강등
-1:1 이상의 무승부시 잉글랜드 강등

잉글랜드 승: 잉글랜드 파이널 진출, 크로아티아 강등

크로아티아 승: 크로아티아 파이널 진출, 잉글랜드 강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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