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리>의 한 장면

<미추리>의 한 장면 ⓒ SBS

 
기다리고 기다리던 유재석의 새 예능 프로그램 SBS < 미추리 8-1000 >(이하 <미추리>)가 시청자들을 찾아 왔다. 첫 회 시청률은 3.1%(닐슨코리아 유료가구 플랫폼 기준)에 그치면서 MBC <나 혼자 산다>의 10.7%에 크게 못 미쳤지만, 화제성만큼은 결코 뒤지지 않았다. 향후 시청률 상승의 교두보는 확실히 마련된 셈이다. 다만, 기대감이 컸던 만큼 아쉽다는 평가도 만만치 않다. 

기시감(旣視感)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미추리> 첫 방송을 본 시청자들이 공통적으로 가졌던 의문이다. 그 익숙함의 정체는 아마도 SBS <패밀리가 떴다>(이하 <패떴>)였을 것이다. 실제로 두 프로그램은 굉장히 흡사하다. 시골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그 곳에서 멤버들이 함께 부대끼며 숙식을 해결해야 한다는 콘셉트가 유사하다(못해 똑같다). 시골이 낯선 멤버들은 좌충우돌하며 웃음을 야기한다. 

게다가 두 프로그램 모두 '정통 버라이어티'라는 장르를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데자뷰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은 더욱 강렬하다. 다행스럽게도(?) 그건 시청자들의 오해가 아니었다. <미추리>의 정철민 PD는 "유재석과 '패떴 참 재미있었는데, 그치'라는 대화로 시작해서 만들어진 프로"라고 이미 시인했다. 그렇다면 <미추리>는 마냥 추억에 젖어 만든 자기복제에 불과한 걸까.

 
 <미추리>의 한 장면

<미추리>의 한 장면 ⓒ SBS

 
딜레마(dilemma)

아직까지 차이점이 도드라지진 않지만, <미추리>만의 특징이 없는 건 아니다. 그게 바로 '추리(推理)'다. 미추리(美秋里)에 소집된 8명의 멤버(김상호, 양세형, 장도연, 손담비, 임수향, 강기영, 블랙핑크 제니, 송강)는 마을 이장으로 분한 유재석으로부터 이 곳에 천 만 원이 숨겨져 있으며, 먼저 찾는 사람이 그 돈의 주인이라는 미션을 받게 된다. 멤버들은 자신들의 힌트 도구를 사용해 마을 곳곳에 숨겨진 힌트를 찾아 나선다.

이처럼 <미추리>는 추리 요소를 가미하면서 '미스터리 스릴러 예능'을 추구한다. 그러나 야심찬 기획 의도와는 달리 90분의 분량이 사실상 '(연예인들의) 시골 적응기'에 맞춰지면서 <패떴>의 향기가 너무 짙어졌다. 서툰 솜씨로 음식 재료를 구하고, 요리를 하는 장면은 너무 뻔한 그림이라 지루하기까지 했다. 아직까지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놓고, 제작진조차도 혼란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미추리>의 한 장면

<미추리>의 한 장면 ⓒ SBS

 
갸우뚱

1회밖에 방송되지 않았지만, 총평은 '갸우뚱'이다. 미스터리 스릴러 예능이라고 하기엔 긴장감이 지나치게 없었고, <패떴> 시즌2라고 생각하고 보기엔 시대가 너무 많이 흘렀다. <미추리>는 중간중간 게임을 진행하기도 했는데, 그러다보니 <패떳>에 <런닝맨>이 섞인 듯한 인상이 강렬했다. 실제로 정철민 PD는 <런닝맨>을 연출했고, 유재석과 함께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다.

결국 기댈 건 유재석뿐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예능에 많이 노출되지 않은 비예능인이 많이 출연하는 만큼 준비된 구슬은 서말이라고 말할 수 있을 텐데, 그들의 유쾌한 매력을 발굴하고 이끌어주는 역할을 유재석이 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유재석은 <무한도전>이나 <런닝맨>에서 그랬던 것처럼, 멤버들의 성격과 특징을 살펴, 이를 예능적 재미로 살리려는 노력을 시종일관 아끼지 않았다. 

과연 유재석의 <미추리>는 순항할 수 있을까? 6부작의 제한된 기회 속에서 <미추리>만의 재미를 각인시킬 수 있을까? <나 혼자 산다>와의 차이를 좁히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까? 관점을 달리해서 본다면, 이런 질문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유재석은 자신의 새로운 도전을 완수할 수 있을까? 안정적이면서 식상하고, 뻔하지만 조화로운 유재석의 특색이 도드라졌던 <미추리>는 유재석의 진가를 확인할 좋은 기준점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미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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