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더머니3' 산이, 출연하고 싶었어요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래퍼 서바이벌 Mnet <쇼미더머니3> 제작발표회에서 산이가 자신의 명패를 들어보이며 출연소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쇼미더머니3>는 도끼- 더 콰이엇, 스윙스-산이, 타블로-마스타 우, 앙동근 등 총 7명의 프로듀서가 4팀을 이뤄 자신의 팀 색깔에 맞는 래퍼지원자들을 팀 대결로 선발하는 래퍼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7월 3일 목요일 밤 11시 첫방송.

산이. ⓒ 이정민

 
래퍼 산이가 '여성혐오' 논란에 또 한 번 휩싸였다.

산이는 지난 16일 본인의 유튜브 계정을 통해 신곡 <페미니스트>를 공개했다. 제목과 달리 페미니스트 노래의 가사에서는 어김없이 '여성혐오'가 읽힌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더구나 최근 여러 사건으로 인한 '여성혐오' 논쟁이 한창 가열된 상황이라 산이의 신곡에 대한 반응은 더욱 싸늘하다. 앞서 산이는 15일 이수역 폭행사건 영상을 자신의 SNS에 공개하기도 했다. 그후 이어서 <페미니스트>를 발표한 것이다.
 
산이는 <페미니스트>에서 중간중간 "나는 페미니스트(I am feminist)"라며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자처한다. 그러나 신곡 가사들에는 진정한 페미니스트라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내용들이 다수다.

"지금의 너가 뭘 그리 불공평하게 자랐는데"
 
 산이 신곡 <페미니스트> 유튜브 영상 캡처.

산이 신곡 <페미니스트> 유튜브 영상 캡처. ⓒ 산이 유튜브

 
"But 여자와 남자가 현 시점 동등치 않단 건 좀 이해 안 돼.
우리 할머니가 그럼 모르겠는데 지금의 너가 뭘 그리 불공평하게 자랐는데.
넌 또 OECD 국가 중 대한민국 남녀 월급 차이가 어쩌고 저쩌고. f****** fake fact."

 
산이는 "우리 할머니 때라면 몰라도 지금은 여자와 남자가 동등하다"며 "한국의 남녀 월급 차이는 가짜"라고 말한다.

2016년 통계 기준 OECD 국가들의 성별 임금 격차 평균이 14.1%인 데 반해 한국은 36.7%로 압도적인 1위이며, 이 기록은 OECD에서 조사를 시작한 지난 2002년 이래 15년째 계속되고 있다. 따라서 산이의 이런 내용은 엄연한 '팩트'를 무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기 쉽다.

"야 그렇게 권릴 원하면 왜 군댄 안 가냐.
왜 데이트 할 땐 돈은 왜 내가 내. 뭘 더 바라.
지하철 버스 주차장 자리 다 내줬는데 대체 왜.
(중략)
나도 할 말 많아. 남자도 유교사상 가부장제 엄연한 피해자야.
근데 왜. 이걸 내가 만들었어? 내가 그랬어?"


"권리를 원하면 군대는 왜 안 가냐"는 가사에도 많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지난 10여 년 동안 3번이나 병역법 3조 1항(남자에게만 병역 의무를 부과하도록 규정한 조항)을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군대'가 시민권의 유일한 조건인 것처럼 주장하는 일이 어불성설인 이유다. 게다가 정작 산이 본인은 정작 미국 시민권자라서 군 면제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비난 받는 모양새다.
 
"미투 운동 지지해, 알지?
김감독, 조배우 개x끼들 때문에 남자들 싸잡아 욕먹지.
솔직히 but 그런 극단적인 상황 말고 합의 아래
관계 갖고 할거 다 하고 왜 미투해? 꽃뱀?
걔넨 좋겠다 몸 팔아 돈 챙겨."

 
산이는 할리우드에서 시작돼 한국 사회를 강타한 '미투 운동'에 대해서도 폄하를 서슴지 않는다. 이는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백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억압하고 비난하는 것과 다름없다. '김감독'과 '조배우'가 유명인이어서 상대적으로 더 알려졌을 뿐, 이들의 사례가 결코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며 우리 사회 어디에나 존재했다는 것이 미투 운동으로 드러난 한국 사회의 현실이었다. 그러나 "할 거 다 하고 왜 미투해?"라는 가사는 미투 피해 생존자들에게 "왜 그 땐 가만히 있다가 지금 와서 난리냐", "무슨 의도가 있는 거 아니냐"며 손가락질 하던 어떤 모습들을 떠올리게 한다.
 
'소라넷 스타일', '나쁜 년' 노래했던 산이의 과거
 
미온적인 ‘몰카 범죄’ 수사에 분노한 여성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와 불꽃페미액션 회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몰래카메라 범죄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와 불꽃페미액션 회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몰래카메라 범죄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사실 산이의 '여성혐오'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4년 피처링으로 참여한 릴샴의 곡 < Ride >에는 "I'm speaking to you bitch play that 소라넷 스타일"이라는 가사가 등장한다. 소라넷은 17년간 해외에 서버를 두고 불법 촬영물을 유포해 온 음란 사이트로 지난 2016년 폐쇄됐다. 사이트를 운영하고 불법촬영물을 업로드 한 사람은 물론, 소비하는 것만으로도 '범죄'다. 그런데 이를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가사에 언급하면서 많은 비판에 직면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있었던 지난 2016년에는 <나쁜X(Bad year)>이라는 노래를 발표하기도 했다. 노래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나쁜 년'은 표면적으로는 헤어진 전 연인을 향한 것처럼 보이지만, 가사를 유추해 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을 가리키고 있다. 국정농단은 분명한 잘못이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가사에 '나쁜 년', '병신년' 등을 사용한 것은 여성비하적 표현으로 읽힐 여지가 충분했다.

많은 누리꾼들은 산이가 꾸준히 '여성혐오'를 해 왔다며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번 곡 <페미니스트>에는 특히나 조롱과 비난으로 점철된 여성혐오가 포함돼 있어,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그의 곡들은 자극적인 표현으로 주목을 끄는 데는 분명 성공했다. 그러나 딱 그것뿐이다. 그가 내놓은 가사들은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했을 뿐더러, '분열'만 야기시키고 있다.

앞서 기사들에 쭉 '여성혐오'를 부추기는 내용을 담아놓고도, 산이는 마지막에 "난 여자 편"이고 "여자를 혐오하지 않"는다면서 "난 달라"를 외친다. 그러나 그의 랩 가사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그동안 여성혐오를 일삼던 이들이 내뱉은 말들과 정확히 일치한다.

'지금껏 억눌린 여성'을 위한다는 모순된 변명 
 
 래퍼 제이케이 트위터 캡처.

래퍼 제이케이 트위터 캡처. ⓒ 제이케이 트위터

  
래퍼 제리케이는 산이의 <페미니스트>가 화제가 된 직후, 디스곡 < NO YOU ARE NOT >을 발표해 이를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CEO, 고위직, 정치인 자리 대신에 지하철, 버스, 주차장 자리로 내는 생색"이라면서 "매일 계속되는 공포는 니 존재보다 확실"하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래퍼 슬릭도 디스곡 를 통해 "한 오백만년 전에 하던 소릴 하네"라며 "여성혐오라는 글자마저 오독하는 놈이 여성혐오를 논하는 수준"이라고 일갈했다. 

그러자 산이는 18일 새벽 제리케이를 향한 디스곡 < 6.9cm >를 공개하며 다시 반박에 나섰다. 자신의 곡 <페미니스트>는 혐오를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화자로 등장한 남자의 겉과 속 다른 위선과 모순 또 지금껏 억눌린 여성에 관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페미니스트> 속 '남성 화자'는 스스로의 모순을 드러낸다기보다 일관되게 여성들의 말과 행동을 비난하는 주체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산이의 변명은 선뜻 이해되지 않는 측면들이 있다. 그리고 산이는 두 곡 모두에서 '건강한 페미'와 '메갈', '워마드'를 구분 지으면서 이들만을 지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곡 전체에서 겨냥하고 있는 대상은 사실 페미니스트 그 자체에 가깝다.

이는 배경과 맥락은 삭제한 채 일부 과격한 언행만을 문제 삼아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 전체를 부정해왔던 프레임과도 궤를 같이 한다. 여성이 겪는 차별은 없다고 주장하는, 여성들이 직접 성폭력 피해사실을 고백한 '미투' 운동을 조롱하는 '페미니스트'는 당연하게도 없다. 산이의 <페미니스트> 가 수많은 진짜 페미니스트들로부터 비판 받고 있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문화콘텐츠 리뷰 미디어 <치키>에도 실렸습니다(http://cheeky.co.kr/2522).
산이 페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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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변화는 우리네 일상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믿는, 파도 앞에서 조개를 줍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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