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등 토트넘 선수들. 사진 속에선 케인을 제외하고는 모두 외국인 선수다.

손흥민 등 토트넘 선수들. 사진 속에선 케인을 제외하고는 모두 외국인 선수다. ⓒ AP/연합뉴스

 
유럽 각 리그는 저마다의 선수 등록 규정을 보유하고 있다. 각 리그의 규정은 기본적으로 비슷하지만 세세한 부분에서 차이가 존재한다. 선수 등록 규정은 자국 선수, 특히 유망주들을 보호함과 동시에 무분별한 선수 영입과 보유를 방지함으로써 리그의 균형을 유지하는 기능을 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가장 중요한 규정은 자국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한 '홈그로운' 제도다. 각 클럽은 국적에 상관없이 18세 이전까지 잉글랜드 혹은 웨일즈에서 3년 이상 훈련받은 선수를 8인 이상 등록해야 한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선수 등록은 최대 25인까지 가능하다. 만약 홈그로운이 부족할 경우 그 자리를 비워둬야 한다. 또한 시즌이 시작하는 해를 기준으로 21세 이하 선수(U-21)는 25인 로스터에 등록하지 않아도 출전할 수 있다. 유스 선수들을 활용할 경우 선수단 운용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다.

라리가는 홈그로운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 대신 논-EU 규정이 존재한다. EU 가입국 이외의 국가 출신 선수는 3명까지만 등록할 수 있다. 하지만 스페인 시민권을 통해 이중국적을 취득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게다가 남미 선수의 경우 스페인 시민권 획득이 상대적으로 쉬운데, 조상이 유럽인이거나 스페인에서 5년 이상 선수생활을 하면 스페인 시민권 획득이 가능하다. 라리가는 25명까지 선수를 등록할 수 있으며 필드 플레이어는 23인까지 가능하다. 라리가는 프리미어리그와 달리 19세 이하 선수(U-19)까지 로스터 등록 없이 출전이 가능하다.

독일의 분데스리가는 선수 등록 수에 제한이 없다. 게다가 따로 외국 선수에 대한 조항도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해당 클럽에서 15~21세 사이에 훈련받은 선수를 4인 이상, 독일 클럽에서 15~21세 사이에 훈련받은 선수를 8인 이상으로 등록하면 된다. 해당 선수의 국적은 무관하다. 또한 독일 국적 선수를 12인 이상 등록해야 한다. 선수 수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외국 선수에 대해서는 자유로우며 단지 자국 선수들을 보호하기만 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이탈리아 세리에A는 선수 등록 규정이 4대 리그 중 가장 까다롭다. 각 클럽은 1년에 타리그로부터 논-EU 선수를 2명까지만 영입할 수 있다. 또한 이 선수들은 3년 이상의 프로 경력이 있어야 한다. 다만, 리그 내의 이적은 논-EU 규정에 제한되지 않는다. 논-EU선수의 출전과 보유에 관한 제한은 없다. 즉, 영입하는 것이 어렵지 보유는 무제한 가능하다. 최근에는 자국 선수 보호 규정도 추가되었다. 각 클럽은 16~21세 사이에 해당 클럽에서 3년 이상 훈련받은 선수 4인, 21세가 되기 이전에 이탈리아 클럽에 3년 이상 소속되어 있던 선수 4인을 겹치지 않게 등록해야 한다. 국적은 관계없다. 선수 등록은 25인까지 가능하다. 프리미어리그와 마찬가지로 21세 이하는 등록하지 않아도 된다.

선수 등록 규정은 어길 수 없는 절대적인 규칙이다. 때문에 모든 클럽에게 중요한 사안이 된다. 아무리 좋은 선수를 영입해도 등록할 수 없다면 리그 경기에 나설 수 없다. 선수 등록 규정 덕분에 특정 국적 선수의 가치가 오르기도 하고, 때때로 규정 변경이 선수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지난 몇 시즌간 프리미어리그 내에서 영국 국적 선수들의 몸값이 지나치게 오르는 현상이 발생했는데, 홈그로운 제도 역시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지난 2015년 4900만 파운드(한화 약 720억 원)의 비싼 이적료로 리버풀에서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한 라힘 스털링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당시 홈그로운 기준이 강화됐고 홈그로운 선수가 부족했던 맨시티가 거액을 주고 어린 홈그로운 선수인 라힘 스털링을 데려온 것.

영국축구협회(FA)는 또 한 번 홈그로운 제도를 개정할 전망이다. 영국 <더 타임스>의 13일(현지 시각) 보도에 따르면, EPL 구단은 1군 등록 선수의 절반 이상을 '홈그로운' 선수로 채워야 한다. FA가 제도 개정에 성공한다면 앞으로 프리미어리그 내에서 영국 국적 선수의 몸값은 더욱 오를 예정이다.

선수 등록 규정은 자국선수 보호를 위한 제도이기 때문에 비유럽권 국가 선수들의 경우 간혹 유럽 선수 생활에 지장이 생기기도 한다. 올 시즌 지로나 FC의 1군 등록을 기대했던 백승호 선수는 결국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이를 두고 논-EU 선수인 더글라스 루이스가 맨체스터 시티에서 지로나로 임대 온 탓이 아니냐는 분석이 많았다. 선수 등록 규정은 클럽과 선수들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토트넘 홋스퍼FC에서 활약하고 있는 손흥민 역시 이번 홈그로운 제도 개정으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FA가 홈그로운 제도를 변경한다면, EPL 구단들의 판도는 어떻게 달라질까.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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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5기 서서빈
해외축구 EPL 라리가 분데스리가 세리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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