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와이번스는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2012년을 끝으로 작년까지 야구팬들의 관심에서 다소 멀어졌다. 삼성 라이온즈가 통합 4연패를 달성하며 김성근 감독 시절의 SK를 능가하는 굳건한 왕조시대를 열었고 9번째 구단 NC다이노스와 10번째 구단 KT 위즈가 차례로 1군 무대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 사이 SK는 2015년과 2017년 와일드카드로 가을야구의 흔적을 느껴본 것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던 SK가 올해 드디어 지난 5년 간의 설움(?)을 이겨내고 통산 4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그것도 플레이오프 5차전 접전, 한국시리즈 6차전 연장 13회 접전 끝에 따낸 우승이라 그 기쁨은 더욱 컸다. 하지만 김응룡, 김재박, 김성근, 류중일(LG트윈스) 등 왕조시대의 감독들이 첫 우승을 시작으로 팀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 것과 달리 SK는 내년부터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한다. 트레이 힐만 감독과의 계약기간이 끝났기 때문이다.

사실 힐만 감독의 후임은 야구팬들 사이에서도 염경엽 단장으로 내정됐다고 암암리에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SK구단도 시간을 끌지 않고 한국시리즈가 끝난 다음날 염경엽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염경엽 감독이 SK의 새 감독이 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정말 놀라운 사실은 염경엽 감독이 3년 25억 원이라는 파격적인 대우를 받으며 류중일, 김태형(두산 베어스), 김기태 감독(KIA타이거즈, 이상 연봉 5억)을 제치고 단숨에 최고연봉 감독으로 등극했다는 점이다.

무명 선수 출신의 지도자 성공 신화, 단장 거쳐 2년 만에 현장 복귀

염경엽 감독은 현역 시절 태평양 돌핀스와 현대 유니콘스에서 정확히 10년 동안 활약했다. 하지만 통산 타율 .195 5홈런110타점이라는 성적이 말해주듯 화려한 스타플레이어 출신과는 거리가 멀었다. 현대가 2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2000 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한 염경엽 감독은 2001년부터 현대 유니콘스의 운영팀에서 근무했다.

현대의 프런트로 일하다가 2007년 현대의 1군 수비코치를 맡으며 현장으로 돌아온 염경엽 감독은 2008년 LG로 자리를 옮겨 스카우터와 운영팀장, 수비코치 등을 역임했다. 하지만 당시 LG는 하위권을 전전하며 팀 창단 후 최악의 암흑기를 보내고 있었고 무명 선수 출신의 염경엽 감독은 파벌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2012년에는 친정이라 할 수 있는 넥센 히어로즈의 작전 및 주루코치로 자리를 옮겼다.
 
SK 새 감독에 염경엽 단장... 3시즌 만에 사령탑 복귀 프로야구 SK와이번스가 트레이 힐만 감독의 후임으로 염경엽 현 단장을 13일 선임했다.

SK는 제7대 감독으로 염 단장을 선임하고 3년간 계약금 4억원, 연봉 7억원 등 총액 25억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2018.11.13 [SK와이번스 제공]

▲ SK 새 감독에 염경엽 단장... 3시즌 만에 사령탑 복귀 프로야구 SK와이번스가 트레이 힐만 감독의 후임으로 염경엽 현 단장을 13일 선임했다. SK는 제7대 감독으로 염 단장을 선임하고 3년간 계약금 4억원, 연봉 7억원 등 총액 25억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2018.11.13 [SK와이번스 제공] ⓒ 연합뉴스


넥센은 2008년 팀 창단 이후 5년 연속 하위권을 전전하며 고전했고 이장석 전 대표는 2012 시즌이 끝난 후 염경엽 감독을 이광환, 김시진 감독에 이은 히어로즈의 3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최근엔 넥센의 장정석 감독이나 NC의 이동욱 감독처럼 선수 경력이 화려하지 않은 감독들도 프로 구단을 맡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당시만 해도 무명 선수 출신 염경엽 감독의 선임은 대단히 파격적인 인사였다.

하지만 염경엽 감독은 부임 첫 해 넥센을 창단 첫 가을야구로 이끌었고 2014년에는 넥센의 첫 한국시리즈 진출을 견인했다. 실제로 염경엽 감독이 넥센 감독으로 재직한 4년 동안 히어로즈는 한 번도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적이 없다. 비록 '염경엽 야구는 단기전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이는 염경엽 감독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스폰서를 받아 팀을 운영하는 '히어로즈의 한계'라고 보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2016 시즌을 끝으로 넥센과 결별한 염경엽 감독은 작년 1월 SK의 단장으로 부임하며 현장이 아닌 프런트로 다시 야구계에 돌아왔다. 작년 KIA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차세대 1번타자 노수광을 영입했고 대니 워스 대신 영입한 외국인 타자 제이미 로맥도 대성공을 거뒀다. 염경엽 감독은 단장 부임 2년 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결실을 맺었고 지난 13일 힐만 감독의 후임으로 임명되며 2년 만에 현장으로 복귀하게 됐다.

'디펜딩 챔피언' SK의 두 번째 왕조건설 사명을 띈 염갈량

염경엽 감독이 프로구단의 감독이 된 것은 2013년에 이어 두 번째지만 그 시절의 넥센과 지금의 SK는 비교가 힘들다. 당시 히어로즈는 창단 5년 동안 하위권을 전전하며 가을야구라도 한 번 해보면 성공적인 시즌으로 불릴 수 있는 팀이었지만 SK는 당장 내년 시즌 '디펜딩 챔피언'의 자격으로 한국시리즈 2연패에 도전할 팀이다. 미완성의 팀을 만들어가는 데 능력을 보였던 염경엽 감독이 이미 완성된 팀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능력을 보여줘야 할 시기다.

SK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외부 전력보강에 힘쓰기보다는 내부 FA 최정과 이재원을 잔류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올 시즌에는 35홈런에 그치며 다소 부진(?)했지만 최정은 첫 FA계약기간 동안 두 번(2016, 2017년)이나 홈런왕에 오른 SK의 간판타자. 올해 130경기에서 타율 .329 17홈런57타점을 기록한 안방마님 이재원 역시 현재 SK 선수단에서 대체불가능한 자원이다.

SK는 내부 FA가 잔류한다고 해도 내년 시즌 더 완벽한 전력을 위해 보완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먼저 주전 키스톤 콤비의 구축이다. SK에는 유격수에 김성현과 나주환, 2루수에 강승호와 최항, 두 가지 포지션이 모두 가능한 박승욱 등이 있다. 하지만 30대를 훌쩍 넘긴 베테랑 김성현과 나주환을 제외한 선수들은 풀타임 소화 경험이 없다. 확실한 키스톤 콤비를 만들지 못한다면 정규 시즌 팀 실책 2위(116개)였던 수비 불안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다.

새 마무리 투수를 구하는 것도 염경엽 신임 감독에게 주어진 커다란 숙제다. SK는 올해 2승3패16세이브6홀드 평균자책점2.77을 기록한 좌완 마무리 신재웅이 있었다. 하지만 내년이면 38세가 되는 신재웅은 가을야구 4경기에서 2.1이닝4실점(평균자책점 15.43)으로 부진했다. 가을야구 8경기에서 8.2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던 해외파 정영일이 기복을 줄인다면 내년 시즌 유력한 마무리 후보가 될 수 있다.

염경엽 감독은 넥센을 가을야구 단골손님으로 만들며 '염갈량'이라는 멋진 별명을 얻었지만 단기전에서 유난히 약하다는 뜻으로 '한국인 로이스터'로 불리기도 했다. 아직 내부 FA 최정, 이재원과 빅리그 도전 가능성이 커진 메릴 켈리의 거취를 알 순 없지만 염경엽 감독은 내년부터 6년 전의 넥센보다 훨씬 강한 전력을 가진 SK를 이끌게 된다. 과연 염경엽 감독은 SK가 꿈꾸는 두 번째 왕조를 건설하는 '태조'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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