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화이트 앨범으로 불리는 1968년작 < The Beatles > 표지. LP 기준으로 음반에는 달랑 "비틀스"라는 표기만 기재되어 이런 애칭이 붙게 되었다.

일명 화이트 앨범으로 불리는 1968년작 < The Beatles > 표지. LP 기준으로 음반에는 달랑 "비틀스"라는 표기만 기재되어 이런 애칭이 붙게 되었다.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지난 9일자로 전세계 동시 공개된 < The Beatles : 50th Anniversay Edition >은 "화이트 앨범"이란 애칭으로 더 유명한 1968년작 2장 짜리 음반 < The Beatles >의 발매 50주년을 기념하는 재발매 버전이다.

앞서 2009년 비틀스 전 음반 리마스터링 재발매가 이뤄졌던터라 다분히 "사골 우려내기" 상술이라는 비판의 시각도 없지 않지만 오리지널 2디스크 외에 최대 4장의 데모 및 리허설 녹음 버전이 수록되었기 때문에 비틀스의 팬들에겐 상당히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역시 지난해 50주년을 맞아 재발매되었던 < Sgt.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와 더불어 비틀스의 음악적인 역량이 집대성된 작품이지만 이 두 음반의 제작 과정과 성격은 판이하게 다르다. 

전자는 "제대로된 작품 한번 만들어보자"라는 식으로 창작 의욕이 최고조에 달했던 청년 4인방이 일심동체의 자세로 만들어낸 반면, 후자는 마치 "될 대로 되라" 혹은 "함께 팀 해서 뭐하냐?" 같은, 밴드로서의 유대감이 전혀 없던 일촉측발의 분위기에서 일군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 The Beatles >는 최악의 상황이 만들어낸 최상의 걸작이 되었다.

멤버 4인의 훗날 솔로작 예고편?

무려 30곡이 수록된 < The Beatles >는 훗날 멤버 4인의 솔로 활동을 미리 예견해볼 수 있는 사전 예고적인 징표들이 속속 발견된다.

폴 매카트니는 'Blackbird', 'I Will', 'Rocky Raccoon' 등의 어쿠스틱 기타 소품부터 노골적인 비치 보이스 따라하기 'Back In The U.S.S.R', 하드 록+헤비메탈의 시초격인 'Helter Skelter' 등 1970년대 자신의 그룹 윙스(Wings)의 특징이기도 했던 대중적이면서도 또렷한 멜로디라인을 강조한 곡들을 선보인 반면 존 레논은 온갖 잡음에 가까운 녹음들을 뒤섞은 'Revolution 9' 같은 실험적인 곡과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아낸 'Julia', 'Happiness Is A Warm Gun' 등을 통해 예측 불허의 음악들을 들려준다.

분명 비틀스의 양대 축이자 최고 스타는 폴 매카트니와 존 레논이었지만 < The Beatles >를 통해 가장 큰 주목을 이끌어낸 곡은 이 두 사람이 아닌, 조지 해리슨이 만든 'While My Guitar Gentley Weeps' 였다.  

역시 뛰어난 재능의 보유자였지만 폴+존에게 가려졌던 조지는 이 한곡만으로 자신의 가치를 맘껏 드러낸다. 당시 절친이던 크림(Cream)의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튼을 초청해 리드 기타 부분을 맡기고 보컬과 어쿠스틱 기타에만 전념한 이 노래는 그 무렵 "천재 기타리스트"로 주목 받던 에릭의 빼어난 기타 솔로 연주 도움에 힘입어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 화이트 앨범 발매 50주년 기념 'Back In The USSR' 공식 뮤직비디오]

원곡과는 전혀 다른 데모 버전들 대거 수록  
 
 일명 화이트 앨범으로 불리는 < The Beatles > 50주년 기념반은 3디스크 버전부터 블루레이 오디오를 포함한 최대 7장짜리 구성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되었다.

일명 화이트 앨범으로 불리는 < The Beatles > 50주년 기념반은 3디스크 버전부터 블루레이 오디오를 포함한 최대 7장짜리 구성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되었다.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비틀스 프로듀서 조지 마틴의 아들 자일스 마틴의 손을 거쳐 재탄생한 < The Beatles >의 리마스터링 음원은 지난 2009년 작업물과 음질 면에선 큰 차이를 드러내진 않는다.  지난 2015년 재발매된 < The Beatles 1 >의 파격적인 스테레오 리마스터링 만큼의 변화는 없기 때문에 가볍게 비틀스 음악을 듣던 분들에겐 귀가 솔깃할만한 내용은 분명 아니다.

대신 새롭게 추가된 다채로운 데모 버전들은 비록 미완성곡들임에도 불구하고 원작과는 전혀 다른 편곡으로 녹음된 게 상당수라 흥미로움을 준다.(3디스크 버전, 7디스크 버전, 4 LP 버전 등 다양한 형태 재발매)

가령 처절한 기타 록 'While My Guitar Gentley Weeps'만 하더라도 이른바 "Esher Demo"로 녹음된 버전은 어쿠스틱 기타의 낭만적인 1960년대 팝 음악으로 꾸며졌다. 반면 역시 어쿠스틱 기타로 채워진 "어쿠스틱 버전"에선 오르간 연주가 추가되면서 색다른 향기를 뿜어낸다.  훗날 마지막 음반 < Let It Be >에 수록되는 'Let It Be' 역시 우리가 익히 잘아는 완성본과는 접점이 거의 없는 듯한 구성의 버전으로 삽입되어 흥미를 더한다.

반면 정규 음반 수록 대신 싱글로만 공개되었던 'Hey Jude', 'Lady Madonna' 등은 최종 완성곡에 거의 근접한 구성으로 담겨있어 묘한 대비를 이룬다.

레논 vs. 매카트니의 분열...천재적 재능으로 위기 극복
 
 일명 화이트 앨범으로 불리는 < The Beatles > 음반 속지 사진

일명 화이트 앨범으로 불리는 < The Beatles > 음반 속지 사진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1966년 이후 더 이상 순회공연을 진행하지 않고 스튜디오 녹음에만 전념하던 비틀스는 각각 자신의 생활에 전념하면서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팀의 주요 곡을 공동의 명의로 발표하던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는 오노 요코의 등장과 더불어 점차 음악에 대한 방향과 가치관이 충돌하기 시작했고 그 무렵 조지 해리슨은 인도 문화에 심취하게 된다. 어느 순간 비틀스 멤버들은 제각각의 삶을 추구하게 되었고 록 그룹으로서의 끈끈함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된다.

어찌보면 목표의식은 사라지고 마치 기계 마냥 의무적으로 음반 작업에 돌입한 탓에 < The Beatles >는 마치 멤버 각자의 솔로작들을 하나로 모은  "컴필레이션 음반"스런 분위기도 자아낸다. 일관성이나 통일감은 없는, 장르마저 제각각인 탓에 자칫 혼란스런 작품이 될 수 있었지만 멤버들의 천재적인 재능으로 이런 난관을 모두 극복한다.

결과적으로 < The Beatles >는 1968년 경이적인 음반 판매고를 기록하며 비틀스의 변함 없는 인기를 과시한다. 미국 발매 첫 4일간 무려 330만장을 팔아치웠고 무려 3년 이상 빌보드 200 앨범 차트에 이름을 올리는 등 스테디셀러로서 맹위를 발휘한다.(현재까지 미국 음반 산업협회 1800만장 판매 인증)

더욱 놀라운 사실은 < Sgt. Pepper ~ > 와 마찬가지로 단 한곡의 싱글 발표 없이도 이런 엄청난 결과를 얻었다는 점이다. 당연하게도 그 무렵 빌보드 Hot 100에선 이 음반의 수록곡은 전혀 이름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주: 지금 음원 세대에겐 다소 생소한 방식이지만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선공개 싱글 방식 외에도 정규 음반 발매 후에 수록곡 중 이른바 "밀고 있는 노래"를 별도의 싱글 레코드로 제작해서 판매 - "싱글 커트" - 해야 빌보드 핫 100 순위에 곡을 진입시킬 수 있기 때문에 웬만한 가수나 그룹이라면 싱글 제작 및 공개가 기본이 되었다) 

< 주요 매체 평가 >
- 롤링 스톤 매거진 선정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음반 500장" 중 10위
- < 죽기 전에 꼭 들어야 할 앨범 1001 > 중 한 장
- 영국 헤비메탈 잡지 케랑 선정 "역사상 가장 헤비한 50장" 중 49위


수록곡 'While My Guitar Gently Weeps'
- 롤링 스톤 매거진 선정 "위대한 노래" 136위, 최고의 기타 곡 7위, 최고의 비틀스 노래 10위
- 기타월드 매거진 선정 최고의 기타 솔로 100곡 중 42위 (에릭 클랩튼)


[<화이트 앨범> 50주년반 발매 소개 영상 (비틀스 공식 유튜브 계정)]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비틀스 화이트앨범 BEAT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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