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수 제도가 있는 모든 종목이 마찬가지지만 V리그에서는 시즌 중에 외국인 선수를 교체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도박이다. 물론 과거 자유계약 시절에는 시즌 중에도 거금을 투자하면 더 높은 수준의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현재의 드래프트 제도에서는 드래프트 신청자 중에서 대체 선수를 영입해야 하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매우 좁다. 그나마 어느 정도 실력이 있는 선수는 대부분 다른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실제로 드래프트 제도 도입 후 두 시즌 연속 외국인 선수를 중도 교체했던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는 대체 선수 모하메드 알 하차다디와 마르코 페레이라가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여자부에서도 2015-2016 시즌과 2017-2018 시즌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에서 테일러 심슨을 대체한 알렉시스 올가드와 크리스티나 킥카가 부상으로 팀을 떠난 심슨의 빈자리를 메울 정도의 활약을 하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 교체가 성공확률이 떨어짐에도 이번 시즌에도 외국인 선수를 교체하는 팀이 등장했다. 바로 '디펜딩 챔피언'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다. 도로공사는 지난 시즌 우승의 주역 이바나 네소비치가 어깨와 손가락 부상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고 결국 교체를 선택했다. 하지만 이바나 대신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은 선수 역시 배구팬들에게는 익숙한 선수다. 이바나를 대신할 선수는 바로 지난 시즌 GS칼텍스 KIXX에서 활약했던 파토우 듀크다.

2017-2018 시즌 정규 시즌 MVP 이바나, 어깨 부상으로 퇴출 결정
 
 2017-2018 시즌 정규리그 MVP 이바나는 2018-2019 시즌 5경기 만에 한국 무대를 떠나게 됐다.

2017-2018 시즌 정규리그 MVP 이바나는 2018-2019 시즌 5경기 만에 한국 무대를 떠나게 됐다. ⓒ 한국배구연맹

 
이바나가 V리그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11-2012 시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바나는 부상으로 퇴출된 골레다드 피네도의 대체 선수로 도로공사에 입단해 12경기에서 331득점을 올리는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경기당 평균 27.58점). 도로공사는 2011-2012 시즌 이바나의 활약 덕분에 정규 시즌 2위를 차지하며 두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이듬 해 니콜 포셋과 계약하며 이바나와 결별했고 이바나는 일본과 터키, 중국, 그리스 리그에서 활약하며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그렇게 추억의 외국인 선수로 남아있던 이바나는 작년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 참가신청서를 내면서 다시 V리그와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2016-2017 시즌 최하위에 머물며 외국인 선수 1순위 지명권을 따낸 도로공사는 고민 없이 검증된 공격수 이바나를 1순위로 지명했다.

2017-2018 시즌 박정아와 함께 좌우 쌍포를 구축한 이바나는 득점4위(752점), 공격성공률(41.88%), 서브(세트당 0.37개), 오픈공격(40.30%) 3위, 시간차(50.57%), 후위공격(40.54) 2위에 오르며 맹활약했다. 도로공사는 이바나의 맹활약 덕분에 프로 출범 후 처음으로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차지했고 2,3,5라운드 MVP에 선정된 이바나는 정규 시즌 MVP까지 휩쓸었다.

하지만 작년 V리그에 재입성할 때 이미 한국 나이로 서른이 넘었던 이바나는 10대 중반부터 시작한 오랜 프로 생활로 인해 어깨에 고질적인 부상을 안고 있었다. 이미 지난 시즌부터 매 경기 어깨에 테이핑을 하고 경기에 출전했던 이바나는 이번 시즌이 시작될 때까지도 어깨 부상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결국 이바나는 완전하지 않은 몸 상태로 시즌을 시작했고 평소의 기량이 나올 리가 없었다.

이바나는 이번 시즌 5경기에 출전해 26.4%의 공격 성공률로 단 41득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서브리시브에 참여하지 않는 외국인 선수 이바나가 공격에서도 1옵션도 아닌 '토종 에이스' 박정아의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 도로공사는 초반 순위 싸움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빠른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고 이바나와의 이별을 선택했다.

검증된 공격력의 듀크, 서브와 블로킹 약점 극복할까
 
 듀크는 탄력을 앞세운 강한 공격력에 비해 서브와 블로킹에서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듀크는 탄력을 앞세운 강한 공격력에 비해 서브와 블로킹에서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이바나 대신 도로공사에 합류할 대체 외국인 선수는 바로 세네갈 출신의 파토우 듀크다. 프랑스와 핀란드, 아제르바이잔 리그에서 활약하며 유럽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듀크는 지난 시즌 GS칼텍스의 지명을 받으면서 V리그 여자부 최초의 아프리카 출신 선수가 됐다(남자부에는 2012-2013 시즌 아산 러시앤캐시 드림식스에서 활약했던 나이지리아 출신의 다미가 있었다).

듀크는 지난 시즌 이소영과 표승주의 줄부상으로 고전했던 GS칼텍스에서 강소휘와 함께 팀의 공격을 이끌었던 선수다. 지난 시즌 공격 성공률(43.20%) 2위, 득점 3위(811점), 오픈공격(42.65%), 시간차(50.77%) 1위에 오르는 등 공격 전반에서 매우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외국인 선수로서 신장(180cm)은 썩 크지 않지만 흑인 선수 특유의 탄력을 앞세운 파워 넘치는 공격은 남자 선수 못지않다.

또한 듀크는 2016-2017 시즌과 이번 시즌 입국 전까지 태국리그에서 활약했고 지난 시즌에도 GS칼텍스 소속으로 뛰었다. 많은 외국인 선수들이 힘들어하는 아시아 배구와 V리그에 대한 적응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지난 시즌 GS칼텍스에서 보여준 기량을 선보일 수 있다면 박정아가 홀로 짊어지고 있는 공격부담이 상당히 줄어들 수 있다(박정아는 이번 시즌 408번의 공격 시도로 리그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물론 듀크에 대해 우려의 시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카메라 앵글을 벗어날 정도로 높은 토스를 올려 구사하는 스파이크 서브로 지난 시즌 43개의 서브득점을 기록했던 이바나와 달리 듀크는 서브득점이 11개에 불과했다. 점프를 하지 않고 단순하게 서서 서브를 구사하기 때문이다. 이바나의 서브 차례가 좋은 득점 기회였던 지난 시즌의 도로공사와는 달라질 부분이다. GS칼텍스와의 재계약 불발 이유 중 하나였던 낮은 블로킹 역시 듀크의 약점이다.

현재의 외국인 선수 제도에서는 마델라이네 몬타뇨나 메디슨 리쉘 같은 특급 선수를 대체 선수로 영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이미 V리그에서 검증된 기량을 가지고 있고 최근까지 아시아리그에서 활약한 듀크는 꽤 안전한 선택이 될 수 있다. 과연 이바나의 대안으로 영입한 듀크는 도로공사를 다시 상위권으로 끌어 올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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