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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스틸 컷.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스틸 컷.ⓒ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현재 퀸은 지구상에서 가장 뜨거운 록밴드다. 1970년대의 이야기가 아니다. 2018년의 이야기다. 물론 프레디 머큐리는 27년 전 세상을 떠났다. 백발의 노인이 되었지만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와 드러머 로저 테일러는 지금까지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베이시스트 존 디콘은 1997년 이후 은퇴했다.) 그러나 퀸의 이름은 세월 앞에 늙지 않았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퀸의 노래는 승리의 찬가로서, 혹은 애절한 사랑의 노래로서 울려퍼지고 있으니 말이다.
 
미흡한 전기 영화, 완벽한 음악 영화
 
퀸의 전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기세가 무섭다. 퀸의 고향 영국을 비롯, 여러 나라의 극장을 강타하며 전 세계 박스 오피스 1위에 올랐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Bohemian Rhapsody', 'Love Of My Life' 등, 한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퀸의 노래가 많기 때문일까. 10월 31일 개봉한 이후, 오히려 1주 차보다 더 높은 예매율을 기록하고 있다. 11일 기준, 184만 관객을 돌파하며, 장기 흥행에 대한 기대를 높인 상황이다. 공연장처럼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는 '싱어롱' 상영관도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사실 <보헤미안 랩소디>를 전기 영화로만 평가하자면 부족한 점이 많아 보인다. 프레디 머큐리는 이 영화 속에서 스스로를 '부적응자들을 위해 노래하는 부적응자'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작 '부적응자의 드라마'는 밀도가 낮다. 서사는 평면적이고 갈등은 너무 쉽게 해결된다. 프레디 머큐리가 '파로크 불사라'였던 시절은 과감하게 축소됐다. 극적인 효과를 위해 일부러 고증을 포기한 장면도 여럿 있다. (예를 들어, 프레디 머큐리가 멤버들에게 에이즈 감염을 고백하는 장면은 사실이 아니다. 그가 자신의 에이즈 감염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라이브 에이드 이후의 일이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스틸 컷.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스틸 컷.ⓒ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엄연히 존재하는 결점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들은 이 영화를 향해 엄지 손가락을 추켜올리고 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우리가 음악 영화에게 기대하는 가치를 온전히 실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이언 싱어의 '선택과 집중'은 유효했다. 노래만으로 만족시켜주겠다는 의지다. 'Somebody To Love'부터 엔딩 크레딧의 'Don't Stop Me Now' 실황 공연에 이르기까지, 퀸의 음악은 적재적소에 자리하고 있다. 

음악을 만드는 과정 역시 아주 중요하게 다뤄진다. 이 영화의 제목인 'Bohemian Rhapsody'가 대표적이다. 지금은 이 곡이 영국 대중음악을 상징하는 명곡으로 남아 있지만, 그 당시에는 평론가들의 싸늘한 혹평에 직면해야만 했다. 아카펠라로 시작해서 발라드와 오페라, 그리고 하드록으로 바뀌는 파격적인 형식미 때문이었다.  'Bohemain Rhapsody'는 수많은 소리들을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영화는 이 곡을 작업한 과정을 유쾌하게 보여주고 있다. '갈릴레오'를 외치던 로저 테일러는 지친 마음에 신경질을 낸다. "대체 갈릴레오가 누구야?"

많은 이들이 퀸을 곧 '프레디 머큐리'로 기억한다. 그러나 퀸의 멤버 네 명은 각기 다른 개성을 갖춘 뮤지션이었다는 점에서 가치를 지닌다. 브라이언 메이는 독보적인 색채를 가진 기타리스트이며, 존 디콘과 로저 테일러도 훌륭한 연주자이자 작곡가이다. 물론 서사의 중심축은 프레디 머큐리지만, <보헤미안 랩소디>는 퀸이 단순히 '프레디 머큐리의 밴드'였다고 말하지 않는다. 멤버들이 다투고 있을 때, 존 디콘은 한심하다는 듯 그들을 보며 'Another One Bites The Dust'의 베이스 리프를 들려준다. 브라이언 메이는 관객들을 공연에 참여시키고 싶다며 발로 구르는 비트를 구상한다. 모두가 짐작한대로, 'We Will Rock You'였다. 
 
누구도 퀸처럼 할 수 없다
 
 '라이브 에이드' 시퀀스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정수다.

'라이브 에이드' 시퀀스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정수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라이브 에이드(Live Aid)' 시퀀스다. 이 마지막 20분을 위해 극장을 찾는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라이브 에이드는 1985년 7월, 에티오피아 난민의 기아 사태를 돕기 위해 열린 자선 공연이었다. 폴 매카트니, 데이빗 보위, U2, 스팅, 다이어 스트레이츠 등 당대 최고의 뮤지션들이 무대에 올랐다. 그들 사이에서도 가장 찬란하게 빛난 별은 퀸이었다. 사실 1980년대 중반, 퀸은 완연한 하락세를 겪고 있었다. 그러나 이 역사적인 무대는 이들에게 새로운 전성기를 선사하게 된다. "너희들이 이 쇼를 훔쳤어!"라는 엘튼 존의 말이 모든 것을 설명한다. 그 누구도 퀸처럼 할 수 없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이 역사적인 순간을 충실하게 재현하기 위해 모든 공력을 쏟아부었다. 무대와 관중 사이에 자리했던 취재진, 피아노 위에 올려져 있었던 맥주와 펩시 콜라 등 당시의 디테일마저 살렸다. 이 장면을 완성시키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주연 배우 라미 말렉의 열연이었다. 그의 얼굴은 프레디 머큐리와 닮지 않았다. (정말 닮은 것은 브라이언 메이를 연기한 귈렘 리, 존 디콘을 연기한 조셉 마젤로 쪽이다.) 그럼에도 라미 말렉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프론트맨의 카리스마를 성실히 재현했다. 10만 명 앞에서 'We Are The Champion'을 부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벅찬 감정을 느끼게 된다. (두 번 봤고, 두 번 울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스틸 컷. 라미 말렉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록스타를 성실하게 재현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스틸 컷. 라미 말렉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록스타를 성실하게 재현했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이 영화를 찾는 관객들의 연령층은 매우 다양하다. 퀸을 사랑했던 중장년층 팬들에게 <보헤미안 랩소디>는 추억을 자극하는 선물이다. 한 청년 팬은 "퀸 세대는 아니지만, 10년 전부터 퀸에 열광해왔다. 동시대에 태어나 라이브를 접하지 못한 것이 한이었는데, 그 한을 영화를 통해 풀 수 있었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퀸의 이름이 생소한 세대에게는 신선함과 반가움을 동시에 선사한다. "이게 다 퀸 노래였어?"
 
얼마 전, 새롭게 업데이트된 UK 차트를 살펴 보았다. 하위 차트인 록 차트가 'Bohemian Rhapsody', 'Don't Stop Me Now', 'Another One Bites The Dust' 등 퀸의 노래들로 도배되어 있었다. 브라이언 메이 역시 자신의 SNS릍 통해 '이런 일이 가능하리라 생각하지 못 했다'며 놀라움을 표하기도 했다. 심지어 한국의 실시간 음원 차트에도 'Bohemian Rhapsody'가 등장했다. 예술의 힘은 수십년의 차이를 채우고도 남는다. 프레디 머큐리 사망 30주기를 3년 남겨놓은 2018년. 이렇게 퀸의 시대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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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스물 일곱. http://blog.naver.com/2hyun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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