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MBC

 
'무지개 막둥이'가 오랜만에 MBC <나 혼자 산다>를 찾았다. 지난 9일 방송된 <나 혼자 산다>에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홀로 지내고 있는 아버지를 찾아간 헨리의 모습이 담겼다. 두 부자는 추수감사절을 보내기 위해 음식을 준비했고, 지인들을 초대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 있었다. 문제는 헨리가 아니라, 스튜디오에 앉아 VCR를 보며 코멘트를 날리고 있는 MC들이었다. 

문제의 장면을 살펴보자. 시작은 박나래였다. 초대를 받은 헨리의 친구들이 속속 찾아오기 시작했고, VCR을 지켜보던 박나래는 헨리의 친구들을 두고 "아버님 친구 아니에요?"라며 무리수를 두기 시작했다. 전현무와 기안84 등 MC들은 낄낄댔다. 제작진은 이 장면을 재밌다고 생각했는지, 헨리와 그 친구의 사진을 나란히 붙여두고 비교했다. 기안84는 "왜 이렇게 삭았어?"라며 외모 품평에 나섰다.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MBC

 
이윽고 다시 초인종이 울렸고, 헨리는 자신이 무서워하는 바이올린 선생님일까봐 전전긍긍했다. 다행히도(?) 헨리의 또 다른 친구와 그 부모였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정겹고 보기 좋았다. 그런데 MC들이 또 찬물을 끼얹었다. 헨리가 "옆집 사는 친구예요"라고 소개를 하자 전현무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저 머리 없으신 분?"이라 되물었다. 그러자 박나래는 "아버지 친구 아니고요?"라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자체가 무례한 말이었지만, 발언의 당사자들은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웃음을 위해서는 못할 말이 없다는 것일까. 분위기는 브레이크 없이 급속도로 흘러갔다. 방송의 맥이 뚝 끊어지고, 스튜디오의 MC들은 그 문제로 한참 동안 옥신각신했다. 전현무는 헨리에게 삿대질을 해가며 "누가 네 친구야?"라고 따져 물었다. 박나래는 "이게 내가 오해하는 거예요?"라고 거들었고, 기안84는 눈치 없이 "다 친구 먹어!"라며 한 마디 덧붙였다. 

당황한 헨리가 지인들의 관계에 대해 차분히 설명하며 상황을 정리하려 했지만, 전현무는 또다시 헨리의 친구를 두고 바이올린 선생님이 아니냐며 헛웃음을 유발했다. 사람의 외모를 평가하고, 웃음의 소재로 활용하는 이 천박한 문화를 헨리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지금도 민망함에 얼굴이 빨개진다. 그런데도 제작진은 '대혼란'이라는 자막과 함께 웃음소리를 잔뜩 깔아놓으며 희희낙락했다.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MBC

 
과연 시청자들도 그 장면을 보며 같이 웃었을까? 결코 아니었다. 누리꾼들은 단호했다. "사람 외모에 대해 삭았네 어쩌네 하며 웃음거리 삼으려는 게 즐겁고 웃긴 일인가?", "농담이라도 지나친 외모지적은 좀...", "저도 나혼자 애청자이지만 어제는 유독 외적인 것에 평가가 과하다 싶더라" 이처럼 <나 혼자 산다> MC들의 외모 평가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애청자의 반응 역시 다르지 않았다.

물론 발단은 패널들이었다. 그들은 누군가의 외모를 평가하고, 웃음의 소재로 삼은 행동이 잘못된 것인지 몰랐거나 그 정도는 (예능에서) 용인될 거라 여겼던 것 같다. 공영방송 KBS 아나운서 출신이자 방송 경력이 많은 베테랑 전현무조차 이를 인식하지 못했다. 워낙 친근한 동료들끼리 스튜디오에서 편히 방송을 해서 마음이 풀어졌던 것일까.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씁쓸한 일이다. 

외모 비하를 하더라도 어쨌든 웃기기만 하면 된다는 사고방식이 여전히 통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저런 발언을 내뱉는 패널들의 인식도 난감하지만, 이를 여과 없이 방송에 내보내는 <나 혼자 산다> 제작진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외모 비하가 웃음의 소재로 쓰이는 상황을 걸러내기는커녕 오히려 과장되게 표현함으로써 조장한 꼴이 아닌가.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한 장면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한 장면ⓒ KBS2


사실 외모 지상주의는 <나 혼자 산다>만의 문제는 아니다.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축구선수 박주호의 딸 박나은을 소개하면서 "먹을 때도 울 때도 한결 같이 역대급 미모", "(톰 크루즈의 딸) 수리 크루즈 뺨치는 외모"라는 자막을 달아 놓았다. 네 살 어린아이에게 외모 지상주의의 굴레를 덮어씌운 것이다. KBS <개그 콘서트>를 비롯한 개그 프로그램들은 그동안 외모와 체격 등 외모를 웃음의 소재로 적극 사용해 왔다. 

사회 전반에 만연한 외모 지상주의, 그에 따른 외모 품평은 우리가 고민해야 할 숙제이고, 반드시 고쳐나가야 할 과제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은연중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방송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더 철저하고 깐깐해야 한다. <나 혼자 산다>의 제작진과 MC들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부디 빨리 인식하길 바란다. 누군가에게 불편함을 주는 방식으로 웃음을 만들어내는 건 지양을 넘어 용인될 수 없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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