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전주 KCC 이지스는 올 시즌 남다른 기대를 받는 팀 중 하나다. 그동안 팀의 주축으로 활약했던 전태풍(38·178cm), 하승진(33·221cm)이 한창때 같지 않지만 토종 에이스 이정현(31·191cm)이 건재하고 차세대 간판 송교창(22·201cm)에게 경험이 쌓이고 있다.

거기에 김민구, 최승욱, 김지후, 유현준, 정희재, 김국찬, 김진용, 박세진 등 다양한 유형의 젊은 피들이 포진되어있는지라 풍부한 선수층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다크호스 이상도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KCC는 현재 5승 7패로 중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시즌 초만 해도 좋은 스타트를 끊으며 상위권을 위협했으나 4연패 수렁 이후 삐걱거리는 모습이다.

안정된 강팀은 이른바 '견적'이 나와야 한다. 아쉽게도 시즌 초 KCC의 전력은 계산이 쉽게 서지 않는다. 잘할 때와 못할 때의 편차가 심하다. 하위권 팀에게 연달아 패배를 헌납하며 휘청거리는가 싶더니 '1강'으로 불리는 울산 현대모비스를 잡아내기도 하는 등 도깨비 팀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이어진 LG전에서는 현대모비스 전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온데간데없이 경기 내내 끌려다닌 끝에 완패하고 말았다.

여기에는 아쉬운 벤치 역량, 예상치 못한 하승진 부상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무엇보다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이라는 외국인 선수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도 크다는 지적이다.
 
 티그의 패스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외곽슛이 제때 터져야한다.

티그의 패스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외곽슛이 제때 터져야한다.ⓒ 전주 KCC

 
외곽이 살아야, 외국인 선수진도 업그레이드!
 
올 시즌 KCC는 외국인 선수 구성을 완전히 바꿨다. 지나친 개인플레이로 인해 3시즌 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안드레 에밋(36·191cm)을 포기하고 브랜든 브라운(33·193.9cm), 마퀴스 티그(25·185.4cm)라는 새로운 선수들로 조합을 완성했다.

브라운은 장신 외인으로서 신장은 작지만 긴 팔과 탄탄한 웨이트를 바탕으로 지난 시즌 전자랜드에서 어느 정도 검증을 받았다. NBA에서 활약 중인 제프 티그의 동생으로 화제를 모았던 마퀴스 티그는 공격력을 앞세운 대부분 단신 외인들과 달리 정통파 1번 유형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에밋의 '묻지마 공격'에 지쳐버린 KCC 팬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기대해볼 만한 조합이 아닐 수 없다.

최근 KCC의 경기력이 불안정했던 배경에는 골 밑에서 브라운을 도와줄 선수가 부족했다는 이유도 크다. 브라운은 빠른 몸놀림을 바탕으로 받아먹기에 능한 좋은 득점원이지만 아무래도 신장 부분에서 약점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실질적으로 공격형 파워포워드 역할이 어울리는 타입인지라 높이와 몸싸움에서 하승진이 함께해줄 때 더 가치를 보일 수 있다. 실제로 하승진이 빠지자 부담이 늘어나면서 짜증스러운 기색을 경기 중 자주 드러내는 모습이었다.

믿음직한 슈터의 부재도 아쉽다. 티그는 유연한 드리블과 수비 타이밍을 뺏는 돌파가 특기인데 그 과정에서 빈 공간으로 빼주는 킥 아웃 패스가 일품이다. KCC 선수들이 티그의 이런 패스를 잘 받아주기만 한다면 상대 수비진을 분산시키며 공격 루트가 훨씬 다양해지고 넓어질 수 있다.

잘 풀리지 않을 때의 KCC는 외곽으로 빼주는 티그의 패스가 잘 마무리되는 경우가 적다. 이는 티그가 상대 수비진을 잘 흔들어놓고도 전체적으로 시너지 효과가 적은 이유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KCC는 팀 3점 슛 하위권이다. 티그의 킥 아웃을 살리고, 브라운의 우겨넣는 골 밑 플레이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적재적소에서 외곽이 터져줘야 한다. 구태여 억지로 만들 필요도 없이 받아먹는 슛만 잘 들어가도 상대 팀에게 수비 부담을 주며 공간 활용을 통한 외국인 선수들의 위력이 더욱 극대화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티그는 공격력이 돋보이는 타팀 단신 외인들과 달리 안정적 게임 리딩과 패싱게임 전개 능력이 돋보인다. 정통파 포인트가드로서 패스만으로 팀 공격을 극대화시키는 플레이가 가능하다. 실제로 티그가 코트에 있을 때 KCC의 안정감은 매우 높다. 결국 KCC가 티그 효과를 제대로 얻으려면 좋은 패스를 잘 받아먹어야 한다.
 
슈터의 가치, 1번과 골 밑을 모두 살려준다
 
현재 KCC는 브라운, 티그를 도와 외곽에서 지원사격을 해줄 빼어난 슈터가 보이지 않는다. 이정현(31·191cm)은 전문 슈터라기보다는 내·외곽 플레이에 모두 관여하며 전천후로 플레이플 펼치는 타입이다. 슛 감이 좋을 때는 무섭게 들어가기도 하지만 외곽슛에 기복이 심하다. 김민구(27·191cm) 또한 부상 복귀 이후 잃어버린 운동능력을 센스로 커버하고 있으나 좋았을 때의 슛 감은 찾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 들어 일취월장한 모습을 보이는 장신 포워드 송교창 역시 유일한 약점이 슛이다는 얘기가 있을 만큼 슛의 안정감과는 거리가 멀다. 최승욱(24·192cm), 정희재(27·195cm) 또한 수비와 허슬 등에서 쏠쏠한 선수지만 오픈 찬스에서의 슛 적중률은 믿음직하지 못하다. 그나마 최근 합류한 김국찬(23·190.1cm) 정도가 기대를 걸만한 스나이퍼 후보다.

대부분 팀들이 그렇겠지만 KCC 역시 외곽에서 3점 슛이 잘 터질 때 성적이 좋았다. 신선우 감독 때는 3점 슛 하나로 경기 흐름을 바꿔줄 수 있는 '캥거루 슈터' 조성원(47·180cm)이 있었고, 허재 감독 때는 전 선수들이 자신감 있게 쏘는 외곽슛이 인상적이었다.

강병현은 슈팅이 정교한 스타일은 아니었으나 두둑한 뱃심을 바탕으로 중요할 때 빅 샷을 잘 꽂아 넣었다. 임재현도 리딩 부담에서 벗어난 뒤로는 수비와 외곽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치곤 했다.

최고의 정통파 가드로 명성을 떨친 '컴퓨터 가드' 이상민, '매직 핸드' 김승현에게는 빼어난 슈터가 함께했다. 이상민은 조니 맥도웰, 김승현 옆에는 마르커스 힉스라는 외인 콤비가 있었다. 하지만 그들 못지않게 양 선수의 패스를 더욱 빛나게 해준 것은 조성원, 김병철이라는 확실한 슈터의 존재였다.

이상민, 김승현이 공격을 지휘하면 조성원, 김병철은 센스있게 빈자리를 찾아가 외곽 찬스를 잘 성공시켜줬다. 속공 상황에서도 3점 슛 마무리가 가능한 그들이 있었기에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이상민, 김승현의 패스를 읽기가 더욱 어려웠다. 골 밑, 외곽 어디로 패스가 날아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 외 추승균, 박재일 등도 오픈찬스에서 높은 적중률을 보이며 외곽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했다.

물론 그러한 저격수를 키우는 것도 감독의 역량이다. 어차피 프로에 들어온 선수들은 기본 자질은 갖추고 있다. 조성민(35·190cm)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떻게 성장시키느냐에 따라 확 달라지기도 한다.

한 시대를 풍미한 슈터 조성원은 스윙맨을 보기에는 신장에서 약점이 컸다. 당시 신 감독은 그러한 조성원의 수비 부담을 팀 시스템이나 바꿔 막기로 적절히 커버해주며 장점인 슛에 집중하게 최대한 배려해줬다.

그런 점에서 지금은 군에 있는 김지후(26·187cm)는 아쉬운 케이스다. 대학 시절부터 빅샷에 강한 슈터로 명성이 높았던지라 충분히 제2의 조성원으로 키울 수 있었다. 돌아온 김국찬 역시 자질 있는 슈터 재목이지만 KCC에서 어떻게 성장시키느냐에 따라 향후 행보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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