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링 무비는 영화 작품을 단순히 별점이나 평점으로 평가하는 것에서 벗어나고자 합니다. 넘버링 번호 순서대로 제시된 요소들을 통해 영화를 조금 더 깊이, 다양한 시각에서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편집자말]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메인 포스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메인 포스터.ⓒ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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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한 시대를 이끌었던 영국 출신의 밴드 '퀸(Queen)'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퀸에서 프레디 머큐리(라미 말렉 분)라는 인물이 가진 존재감이 대단했던 탓에, 영화는 그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프레디 머큐리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는 생각하기는 어렵다. 현실 속의 퀸이 그랬듯이, 영화 속의 퀸 또한 뒤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로저 테일러(벤 하디 분), 브라이언 메이(귈림 리 분), 그리고 존 디콘(조셉 마젤로 분)의 존재감 또한 무시할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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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시작과 함께 소름이 돋는 경험을 한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퀸의 명곡 가운데 하나인 'Somebody to love'와 함께 시작되는 영화의 오프닝. 1985년 웸블리에서 열린 Live AID 공연장 무대 위로 입장하는 프레디 머큐리의 시선을 관객들과 공유하는 장면은 이 작품을 시작하기에 가장 적절한 구도였다. 이 작품 <보헤미안 랩소디>의 시작을 여는 의미와 함께 영화의 중심에 서 있는 프레디 머큐리라는 인물의 삶 속으로 들어간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시작이기도 했다(이 장면은 영화의 엔딩 지점을 차지하는 20여 분 간의 Live AID 공연 장면과 이어진다). 그리고 영화는 1970년대의 런던으로 시점이 옮겨진다. 밴드 퀸(Queen)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스마일' 팀과 프레디 머큐리의 첫 만남을 그리기 위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스틸컷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스틸컷ⓒ ㈜이십세기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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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주는 감동과 별개로 작품의 뼈대 자체는 전형적인 편에 속한다. 퀸이라는 밴드가 어떻게 어떻게 결성되었는지를 알려주는 부분을 시작으로 '보헤미안 랩소디'를 세상에 내놓기까지의 과정이 전반부에서 그려진다(1970년 초, 중반의 이야기다). 프레디 머큐리의 개인적인 문제와 팀의 분열이 일어나기 시작하는 지점의 이야기와 팀을 재결합해 퀸 최고의 무대 중 하나로 손꼽히는 Live Aid 공연을 펼치는 부분까지가 이 작품에 담겨 있다(1970년대 후반과 1985년까지의 이야기다). 처음에 언급했던 Live Aid의 무대 첫 장면이 영화의 시작에 배치되어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순차적인 방법으로 퀸의 이야기가 그려지고 있다.

다만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이 작품이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영화라는 것을 명확히 이해하고 스토리를 재구성한다. 그의 모든 연출은 마지막 Live Aid 장면을 터뜨리기 위한 것으로 귀결된다. 이 작품에는 실제와 다른 허구적 편집들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다(프레디 머큐리가 밴드 퀸에 합류하게 되는 지점의 이야기도, 그의 성적 취향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는 지점의 이야기도, 여러 부분들이 알려져 있는 사실과 조금씩 다르다).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퀸의 손꼽히는 무대 중 하나인 이 장면을 작품의 가장 마지막에 배치하는 선택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 장면이 이렇게 가슴 깊이 박힐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는 이 장면을 터뜨리기 위해 무대 위로 입장하는 프레디 머큐리의 시선을 영화의 시작과 함께 관객들과 공유하고, 무대 장면에서 필요한 셋 리스트의 이야기들을 취사선택하여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며, 허구적 편집을 활용해 극적 효과를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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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 속 퀸의 모습이 현실과 상당히 높은 수준의 동기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완벽하게 재구성된 스토리의 무결함과 의도적으로 현실 속 퀸의 유산들을 작품 속에 이식하려는 노력 때문이다.

영화는 현실 속 인물의 모습을 최대한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약간의 변용을 활용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타당한 근거들을 제시한다. 프레디가 아직 '파록버사라'라는 이름으로 첫 무대에 올랐을 때, 틀린 가사로 인해 다른 밴드 동료들이 동요했던 것과 달리 아랑곳하지 않고 무대를 즐기며 관객들을 흥분시키는 모습이 그가 가진 재능을 보여주는 식이다. 첫 스튜디오 앨범을 만드는 장면 역시 마찬가지다.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끊임없는 도전을 보여줬던 밴드의 성격이 오롯이 드러나는 장면. 밴드의 중심이 되는 프레디 머큐리뿐만 아니라 퀸의 모든 멤버들은 실제로 색깔이 강했다고 한다.

실제의 모습에 최대한 가깝게 그려내고자 했던 감독의 노력 또한 관객들이 작품 속에 잠길 수밖에 없게 만든다. 특히 Live Aid 무대 장면에 이르러서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고증'이라고까지 표현할 수밖에 없는 수준의 동기화를 보여준다. 실제로 영화를 관람한 직후 Live Aid 공연 실황의 퀸 무대를 보게 되면, 영화와 실제 무대의 차이는 편집 유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거의 동일하다. 머큐리가 처음 연주하는 피아노 위의 콜라와 맥주, 마이크에 감겨 있는 청테이프는 물론, Hammer to Fall이 연주되는 지점의 카메라맨의 모습까지 그대로 스크린으로 옮겨진 것은 경이롭기만 하다. 프레디 머큐리를 연기한 라미 말렉의 무대 연기도 놀라울 뿐이다. 특히, Radio Gaga 의 도입부 연주에서 '두둠칫' 하는 몸짓으로 마이크를 저으며 무대를 가로지르는 장면은 프레디 머큐리가 그의 몸에 빙의라도 한 것 같은 경이로운 모습이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스틸컷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스틸컷ⓒ ㈜이십세기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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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지점에서 경계에 서 있었던 프레디의 흔들리는 심리와 군중 속 외로움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지점은 이 작품의 또 다른 킬링 포인트다. 만약 이 작품이 단순히 퀸의 업적을 기리기만 했거나, 주요 곡들을 늘어놓기만 하는 방식으로 연출되었다면 지금처럼 큰 사랑을 받지는 못했을 것이라 확신한다. 파록버사라가 왜 자신의 이름을 프레디 머큐리라고까지 바꾸면서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고자 했는지, 그의 성적 취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시대에서 그가 왜 흔들릴 수밖에 없었는지와 같은 부분이 이 작품의 한 축을 담당하며 깊이를 이끌어낸다.

밴드 퀸의 이야기가 중심에서 다루어지는 이 작품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메리(루시 보인턴 역)의 역할이 중요한 까닭이다. 그녀는 경계 위에 서 있는 프레디의 불안한 모습을 모두 받아 준 인물이었음과 동시에 그를 수렁에서 건져내 준 인물이었다. 그의 이기적인 사랑에 힘들어하면서도 그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 사랑에 눈이 멀어 정말 중요한 것들을 놓치는 것이 잘못임을 일깨워주고 흔들리던 방향키를 잡아 주었던 사람이 바로 메리였다.

현실에서 프레디 머큐리를 지탱했던 인물이 메리 오스틴이었던 것처럼, 이 작품을 지탱하는 것 또한 그녀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스틸컷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스틸컷ⓒ ㈜이십세기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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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는 의외로 감각적인 장면들도 등장한다. EMI로부터 보헤미안 랩소디를 거절당하고 라디오를 통해 처음 공개한 후 쏟아지는 비평을 헤드라인 그대로 등장시키는 장면(여기에서 핵심은 헤드라인 직후 미국 투어에서 보헤미안 랩소디에 열광하는 관객들의 모습이다), 프레디가 에이즈에 걸렸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TV 속에 등장했던 인물과의 조우로 그의 심리를 표현하는 장면과 같은 부분들이다.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메리와 나누는 대화 장면 또한 감각적으로 그려지는 지점이다.

이 부분들은 영화 내적인 부분에 큰 영향을 미친다기보다는 감독 특유의 연출적 센스가 빛을 발하는 장면들이라고 볼 수 있는데, 자칫 늘어질 수 있었던 장면을 효과적으로 축약하고 장면을 통한 시각적 자극에 인물의 심리를 전달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도록 만든다. 그는 전작인 <작전명 발키리>(2008)에서도 히틀러를 암살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들의 묘사를 효과적으로 그려낸 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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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엑스맨> 시리즈에 묶여있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지곤 했었다. 이것은 그가 창조해 온 <엑스맨> 시리즈의 작품성과는 별개의 것이다. 나 역시 그가 창조해낸 히어로의 세계에서 충분한 즐거움을 느꼈다. 다만, 그는 스토리를 구성하고 짜임새를 완성하는데 최고의 재능을 가진 스토리형 감독으로서 더 다양한 소재와 장르를 다루는 경험을 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가 가진 천재성은 <유주얼 서스펙트>(1995)를 통해 이미 보여지지 않았나. 하나의 시리즈에 15년이 넘는 시간을 쏟기엔 아까운 재능이었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아니, 이 작품 <보헤미안 랩소디>를 직접 확인한 후에는 더욱 강해졌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이 작품에서 허구와 실재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어느 지점에서 섞어내야 하는지를 완벽하게 보여준다. 특히, 퀸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이 공유했던 시절의 추억과도 같기에 미세한 흠집에도 큰 균열을 일으킬 법했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가진다.

영화의 마지막 Live Aid 공연이 눈부시도록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 글에서도 몇 차례에 걸쳐 언급했다. 하지만, 가장 큰 요인은 마지막에서야 자신을 오롯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되고, 자신이 진짜 사랑하는 것들에게 곁을 내어줄 수 있게 된 프레디의 변화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영화의 시작에서부터 그는 뛰어난 쇼맨십으로 무대의 위아래, 그 높이를 완벽히 지워내는 인물이었지만, 어쩐지 마지막 모습에서는 전에 없던 붉은 뜨거움이 느껴지는 듯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스스로를 부적응자들을 위해 연주하는 부적응자들이라 말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이렇게 마음을 빼앗길 수밖에 없는 것은 퀸도 우리도 여전히 그렇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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