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멤버> 포스터

영화 <리멤버> 포스터ⓒ (주)마운틴픽쳐스

 
과거 배우 차승원은 MBC 예능 프로그램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출연해 자신이 출연한 영화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당시 차승원은 대한민국 최고의 흥행배우 중 한 명이었고 그의 필모그라피의 흥행작 대부분은 코미디 영화였다. 그는 "영화 <국경의 남쪽>은 흥행에 실패했다"며 자학개그를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왜 자꾸 그 영화가 기억에 남는 건지 모르겠다"며 애정이 깃든 작품임을 보여주었다.
 
영화 <국경의 남쪽>은 북한 남자 김선호(차승원 분)가 사랑하는 이연화(조이진 분)를 두고 국경을 넘어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가족의 문제로 사랑하는 연화를 북에 남겨둔 채 남한으로 온 철호는 그곳에서 경주라는 여자를 만나 새 삶을 시작한다. 하지만 영원히 못 볼 것이라 생각했던 연화가 오직 철호를 만나기 위해 탈북을 감행하면서 세 남녀 사이에는 서로에 대한 야속함과 애틋함이 피어난다. <국경의 남쪽>은 비록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오늘날까지도 남북 관계를 다룬 로맨스 영화로 회자되는 작품이다.
  
 영화 <리멤버> 스틸컷

영화 <리멤버> 스틸컷ⓒ (주)마운틴픽쳐스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 <리멤버>는 <국경의 남쪽>이 주었던 애틋함과 깊은 사랑의 슬픔을 전해주는 영화다. 나치 강제수용소에 수감된 토마슈는 유태인 연인 한나와 함께 탈출을 시도한다. 토마슈는 독일 장교 복장으로 옷을 갈아입는 과감한 탈옥 작전을 펼치고 이 작전으로 한나와 함께 수용소를 탈출한다. 시력이 나쁜 토마슈에게 안경을 벗는 이 작전은 무모한 전략이었음에도 그는 한나를 위해 혼신을 다하고 한나는 토마슈를 위해 그의 눈이 되어준다.
 
두 사람의 사랑에는 독일군을 제외하고는 장애물이 없을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토마슈는 집안 식구들에게 한나를 소개한다. 하지만 당시 유럽 사람들은 유태인을 혐오했고 토마슈의 어머니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머니는 쉽게 한나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죽음을 무릅쓰고 수용소를 탈출했건만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 갇힌 세월보다 적게 주어진다. 조국의 독립 후 영원히 함께할 것이라 여겼던 토마슈와 한나는 이후 더 기나긴 이별을 겪게 된다.
 
교차 편집으로 진행되는 <리멤버>는 토마슈와 한나가 사랑했던 과거와 새로운 삶을 살게 된 현재를 번갈아가며 보여준다. 그들의 과거에서는 짧지만 잊을 수 없는 진한 사랑을, 현재에서는 균열내고 싶지 않은 완벽한 삶의 모습을 조명한다. 한나는 우연히 본 TV 프로그램을 통해 토마슈가 살아있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다. 허나 그녀의 모습은 가족들에게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비춰진다. 딸은 한나에게 "엄마가 그 아저씨를 찾으면 아빠는 뭐가 되는 것이냐"고 따져 묻는다.
 
생사고락을 함께 한 과거는 토마슈와 한나에게는 '잊을 수 없는' 순간이지만 두 사람의 가족에게는 '그만 잊었으면' 하는 시간이다. 특히 태어난 순간부터 한나를 '엄마'로 인식했던 자식에겐 '여자'였던 순간을 떠올리려는 한나의 모습이 불편하게 다가온다. 두 사람의 사랑에는 세 개의 장애물이 존재했다. 첫 번째는 수용소였고 두 번째는 토마슈의 가족이었으며 세 번째는 현재 두 사람이 이룬 가정이다. 허나 장애물이란 건 넘을 수 있다. 그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가장 큰 존재는 '전쟁'과 '세월'이다.
  
 영화 <리멤버> 스틸컷

영화 <리멤버> 스틸컷ⓒ (주)마운틴픽쳐스

 
특히 세월이란 건 그토록 원하는 사람을 찾았음에도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게 한다. 토마슈와 한나는 젊음과 사랑이라는 힘으로 전쟁이란 고통과 싸워왔다. 하지만 세월은 젊음도 사랑의 감정도 점점 버겁게 만든다. 영화 <리멤버>는 감정의 이입이나 인물들의 폭발하는 에너지 대신 덤덤하게 사건을 담아낸다. 이런 영화의 연출은 플롯이라는 기교에 가려질 수 있는 진실된 감정을 더 강하게 전달한다.
 
전쟁에 의해 두 사람은 헤어져야 했고 세월 때문에 그토록 원하던 사랑 앞에서도 머뭇거려야 한다. 이 영화의 영제 'Remembrance'는 '추억'을 의미한다. 우리가 <국경의 남쪽>에서 탈북한 연화를 바라보며 애틋함을 느꼈던 이유는 그녀의 사랑이 결국 추억으로 남을 수밖에 없음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사랑의 가슴 아픈 점은 영원과 추억을 안다는 점이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결국 이별을 직감했을 때 우리는 이 사랑이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는 생각에 슬퍼한다. <리멤버>는 영원과 추억의 경계를 넘나들며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는 영화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 루나글로벌스타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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