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 '캐비닛 문건과 비밀공작' 편의 한 장면.

4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 '캐비닛 문건과 비밀공작' 편의 한 장면. ⓒ MBC

 MBC 시사 교양 프로그램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이하 스트레이트)>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캐비닛 문건을 공개했다. 지난 4일 방송된 <스트레이트>에서는 '캐비닛 문건과 비밀공작' 편이 방송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전임 정부에서 일어난 사찰과 여론 왜곡 등이 담긴 문건을 분석해 보도했다. 문건 분량이 1200건이라고 한다. 취재 뒷이야기가 궁금해, 이 문건을 분석하고 보도한 나세웅 기자를 지난 7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만났다. 다음은 나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 지난 4일 <스트레이트> '캐비닛 문건과 비밀공작' 편을 취재해서 보도했잖아요. 소회가 있을 것 같아요.
"대통령기록관에 정보공개 청구한 게 지난 1월이거든요. 그러나 1월엔 아직 내용 분류 중이란 이유로 거부당했고, 국가기록원 담당자가 4월엔 될 거라고 해서 다시 청구했는데 또 비공개 처분이 나왔습니다. 6월이면 내부 검토가 끝날 거라고 해서 다시 청구했고, 7월 말에 전체 문건의 목록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차례로 원문을 청구해서 대통령기록관 분들이 이걸 다시 PDF로 스캔해서 파일로 보내주신 게 8월 말이에요. 그러니까 1월부터 치면 실제 원문이 손에 들어오는 데 7개월 이상 걸렸습니다.

오래 끌고 온 아이템을 일단락하고 방송을 잘 마쳐서 시원섭섭한 마음이 하나 있고요. 또 전임 대통령이 구속되거나 탄핵당하는 게 비극이잖아요. 왜 그렇게 실패했고 왜 비극적인 결과로 끝날 수밖에 없었을지 문건 속에 그 해법을 찾을 단서가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접근했고 분석 결과 그에 대한 답을 조금은 얻은 것 같아서. 취재 결과를 냈다는 성취감도 있습니다."
 
 나세웅 MBC 기자

나세웅 MBC 기자 ⓒ 이영광

 
- 박근혜 정부 청와대 캐비닛 문건과 영포 빌딩에서 나온 이명박 정부 문건을 분석하려면 분량이 많았겠네요.
"캐비닛 문건은 말씀드린 것처럼 8월부터 차례로 원문을 받은 게 1200건이고요, 이번에 영포빌딩 문건도 같이 분석했거든요. 이건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하지 않고 영포빌딩 지하에 숨겨놓았다가 검찰 압수수색 때 추가로 발견된 것이거든요. 그것도 전체 문건 숫자는 4300건 정도 돼요. 이것도 원문을 청구해서 330여 건을 받았습니다. 근데 뒤늦게 나왔어요. 방송 직전 주에 구했거든요. 일단 제목과 내용만 본 다음에 사찰과 관련된 것만 뽑아서 보도 내용에 포함시켰습니다.

<스트레이트>에서 양승태 사법부 관련 보도를 3편까지 했잖아요. 거기 매여 있으면서 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원문을 보고 내용을 주제별로 분류하고 태그를 달았거든요. 또 공개 문건만으로는 전체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공개 문건과 한 파일철에서 발견된 비공개 문건을 구하는 과정이 또 있었습니다. 분석에 시간도 많이 걸렸지만, 비공개 문건을 구하는 것도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죠.

그런데 먼저 문건을 구해놓고 분석에 오랜 시간을 들이다 보니까 국회의원에게 받았다며 먼저 캐비닛 문건 내용을 보도하기 시작한 언론이 몇 군데 있었습니다. 그때 어떤 식으로 다룰지 좀 고민했죠. 저희는 신문이나 데일리뉴스 프로그램과는 성격이 달라서 단발성 보도 거리로는 방송 구성이 안 되거든요. 그래서 정보기관들이 보고한 문건들 위주로 주제를 잡고 방송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보도 주제와 맞지 않는 문건은 과감하게 버렸죠."

- 처음 문건 받았을 때 어땠나요?
"그게 건수만 1200건인 데다가 한 건이 많은 건 몇백 장 돼요. 분량이 동일하지 않고 한 장짜리도 있어요. 이걸 언제 보나 했죠. 저희 인력이 부족한 상태거든요. 그래서 그걸 틈틈이 보고 자정 넘어 보고. 다른 아이템 하고 쉬어야 하는 데 그러지 않고 보다 보니 조금 과로했죠."

- 곽동건 기자와 같이 취재했는데.
"혼자 하려다가 도저히 안 되어서 (곽동건 기자에게) 도움을 청했어요. 방송 2주 전에 합류하게 된 거예요. 그래서 처음 분류하는 작업은 제가 했는데 방송은 이렇게 써 있다고만 보도할 수는 없고 예를 들어 <블루투데이>에 대한 조사를 곽 기자가 했는데 찾아가 보고 그 당시 보도가 어땠는지, 가짜 뉴스에 대한 판결문도 구해보는 등 추가 취재도 해야 하니까. 그런 부분을 맡겼죠."

4일 방송에 따르면, <블루투데이>는 박근혜 정부가 정권에 우호적인 보수 매체로 분류해 체계적으로 관리한 곳 중 하나였으며 3년 동안 약 2억 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스트레이트>는 박근혜 청와대의 캐비닛 문건을 입수해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4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 '캐비닛 문건과 비밀공작' 편의 한 장면.

4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 '캐비닛 문건과 비밀공작' 편의 한 장면. ⓒ MBC

- 캐비닛 문건 중 어린이들이 이용하는 동네 작은 도서관까지 사찰했다는 게 충격적이던데요?
"청와대가 전국적으로 다뤄야 할 수많은 정책 가운데, 작은 도서관은 우선순위로 따지면 한참 뒤에 있을 거 아니에요. 그런데 그런 곳까지 국정원이나 혹은 경찰청 정보국 같은 정보기관이 사찰해서 정보를 올리고 그게 청와대까지 보고된다는 거죠. 그게 충격적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이런 것을 '정책정보'라고 하는데, 국정원과 정보국이 올리는 이런 정책 정보가 굉장히 많아요. 저희가 보도는 안 했지만 '메르스를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 '경주 방폐장 여론이 어떻다'라는 것까지 있습니다. 일상적인 보건복지 영역과 발전산업 영역까지 관여하지 않는 영역이 없는 거예요. 그리고 보통 양식이 앞에는 정책에 관련된 동향을 담고 마지막 단락에는 '전문가는 이렇게 제언합니다.' 혹은 '관련 업계는 이렇게 제언합니다'라고 씁니다. '현재 이런 상황입니다. 대통령님 고려하십시오'라고 마지막에는 전문가의 목소리를 담는 형식으로 돼 있어요. 그 형식이 어떻게 보면 국정원이 생각하는 바를 전문가의 입을 빌려 관철하는 방식이거든요. 정책에 정보기관 자신의 목소리를 담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방폐장 관련 정책과 정보는 산자부나 경주시 같은 공식 조직에서 추진하고 보고하는 게 맞지 정보기관이 추진하는 게 맞나요? 메르스 역시 보건복지부나 관련 부처에서 공식적으로 논의하고 전문성을 담아서 보고를 올리는 게 맞지 왜 정보기관이 하냐는 거죠. 문건을 보면 정보기관에 의존하는 통치가 심각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까지 세세하게 정책을 살핀다는 명목으로 정보기관들이 사찰하고 정책 결정 과정에 영향을 줬다는 거죠. 그런데 정보기관은 통치 권력의 의중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추는 생리가 있거든요. 그러니 정부의 눈을 막고 귀를 막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전 정부 실패가 거기서부터 시작됐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 명진 스님도 만나셨는데 어떠셨어요?
"명진 스님은 원래 성격이 호탕하시고 웬만한 일에 주눅 드시는 분이 아닙니다. 처음 말씀은 '워낙 사찰 많이 당했고 통장은 늘 국가기관이 본다고 생각했다. 주변에도 내 통장 안 보면 누구 통장을 보겠냐'라고 농담도 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국정원이 포청천 팀을 꾸려서 사찰한 내용을 보여드리니까 깜짝 놀라시는 거예요. 본인은 그런 사람이 아닌데도 놀라고. 방송 인터뷰에 나오듯이 몇 번을 다시 물으시더니 '오싹하다'는 거예요. 그리고 주변 인물 포섭한다는 내용이 있어서 '주변에 누가 혹시'라는 의심이 든다는 거죠. 왜냐면 천일기도 하신다고 안에 있으니 신도를 통해서 말도 전하고 동향도 알아봤다는 내용이 있다고 해요."

- <블루투데이>라는 보수 인터넷 언론에 대한 내용이 나와요. 혹시 방송 후 반응이 있었나요?
"예상하시다시피 온 게 없어요. 그 문건에는 <블루투데이> 말고도 다른 매체들도 많아요. 그 매체들이 대부분 역시 청와대 지원을 받은 사실이 있고요. 사실 이게 제 오랜 관심사 중 하나인데 극우 지식인이나 극우 언론이 어떻게 커 왔는지 관심을 두고 자료를 모으고 있습니다. <블루투데이>가 어떻게 성장해왔고 어떤 활동을 벌였는지에 대해서도 가진 자료가 더 있습니다."
 
 4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 '캐비닛 문건과 비밀공작' 편의 한 장면.

4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 '캐비닛 문건과 비밀공작' 편의 한 장면. ⓒ MBC

- 곽동건 기자가 <블루투데이> 사무실에 갔잖아요.
"그분들은 생계형 우파죠. 친정부 활동을 하면 돈도 들어오고 정치적으로도 성장하죠. 굳이 <블루투데이>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신보라 자유한국당 원내 대변인은 청년 몫으로 들어왔는데 그 청년 몫을 어떻게 받았습니까? 청년 단체 활동을 열심히 했다는 거잖아요. 그 청년 단체는 검찰 수사 때 청와대로부터 전경련 돈을 받고 정부 정책을 옹호하는 활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거든요. 책임을 지는 사람도 드물죠. 검찰은 일단 지원에 관여한 공무원들을 처벌하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국민 입장에서는 중요한 문제라는 것입니다. 돈 받고 여론을 조작하는 건 보수라고 보기도 힘들지 않나요? 매수를 당한 것인데. 이런 부분에 관심이 있어서 자료를 모으고 있습니다."
 
 4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 '캐비닛 문건과 비밀공작' 편의 한 장면.

4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 '캐비닛 문건과 비밀공작' 편의 한 장면. ⓒ MBC

- 전경련이 자금을 지원했다는 얘기인가요?
"전경련이 여론조작 자금줄이었다는 건 널리 알려진 거죠. 역사를 보면 그전에는 국정원이 직접 가서 어느 단체 지원하라며 기업들을 돌아다녔어요.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 전경련으로 단일화됩니다. 그 과정을 삼성이 주도합니다. 삼성 미래전략실에 사회단체 지원 및 전경련 담당하는 사람이 있었어요.

전경련이 왜 자금줄이 된 이유는 이런 단체가 성장하는 게 국민 여론 지형상 기업들 입장에서 더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 수 있어서, 두 번째로는 보수 정권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거죠.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맞아서 그런 역할을 했던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 이 문건을 분석하면서 중점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문건을 보면 이명박 박근혜 정부 청와대 인사들이 처음부터 나라를 망쳐보자고 마음먹은 건 아니거든요. 그중에서도 열심히 해보려고 한 부분도 있고 공약도 이행해보려고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사람도 있죠.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실패했나. 그걸 알아보고 싶었어요.

문건을 통해서 '이명박 박근혜 청와대가 이렇게 나빴어요'를 보여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현 정부와 차기 정부가 교훈을 얻는 것이잖아요. 현재의 시점에서 교훈 삼을 건 뭐가 있을지를 보고 싶었습니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번 방송에서 얘기하려고 한 건 두 정부 모두 과도하게 정보기관에 의존했단 거예요. 공식적인 통치가 되지 않고 비공식적 통치, 밀실 정보에 의한 통치가 됐다는 게 드러난 거죠."

- 그럼 현 정부나 차기 정부가 교훈으로 삼아야 할 건 뭐라고 보세요?
"일단 정부 운영의 투명성이 더 높아져야 한다는 거예요. 정책 결정하는 과정에 국정원이나 정보기관 정보만으로 판단하게 되면 일선에서 정책을 추진하는 관료나 정책 대상이 되는 국민은 이게 왜 이렇게 됐는지 알 수 없거든요. 작은 도서관을 예로 들자면 거길 이용하는 이용자들이나 운영하는 관장들은 갑자기 무슨 책을 치우라거나 갑자기 지원이 끊긴다는데 표면적 이유가 아니라 이면에 무슨 이유가 있는지 전혀 모르잖아요. 이면에는 관장 성향을 체크하고 서가에 꽂힌 책이 마음에 안 든 건데, 그걸 내세우지 않고. 막상 돈과 지원을 끊을 때는 다른 명분을 대잖아요.

그 정책이 결과적으로 실패하더라도 원래 이유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그에 대한 책임을 묻기 어려워져요. 그걸 정책의 책무성이라고 하잖아요. 시민이 참여할 수 있고 견제할 수 있고 나중에 비판할 수 있으려면 정책이 운용되고 결정되는 과정이 투명해야 합니다.

이명박 정부 문건 보면, 국민들이 반대할 때 앞으로는 안 한다고 하면서 뒤로는 인터넷 팀을 가동해라 보수단체를 동원해라 하면서 여론 공작을 벌이잖아요. 그러면 안 된다는 뜻이죠. 여론을 투명하게 설득해서, 국민들을 설득해서 끌고 가려는 게 아니고 뒤로 억압하고 공작해서 어떻게 여론을 조작해볼까란 생각 때문에 결국 이명박 정권이 실패하고 박근혜 정권은 탄핵까지 되는 결과를 낳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나세웅 MBC 기자

나세웅 MBC 기자 ⓒ 이영광

 
- 추가 보도할 계획이 있으신 거 같은데.
"분석한 문건 중에 단서만 되는 게 조금 있거든요. 문건만 보여주는 건 의미 없을 거 같고 단서를 따라가서 실제 누가 어떻게 무엇을 했는지, 길게 취재해야 의미 있을 거 같아요. 그렇게 할 수 있는 거리를 찾아서 더 보도하는 게 목표고요. 제 역량이 부족하거나 여력이 없어서 더 취재가 어렵다 싶은 건 인터넷용으로라도 정리해서 시청자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게 두 번째 목표입니다."

-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려요.
"여론이 어떻게 형성되고 여론에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어떻게 책임지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거든요. 세월호 유가족 앞에서 폭식 투쟁에 참여한 사람이나 후원한 사람이 누군지 그리고 공정한 심판관처럼 말씀하시는 분들이 사실 뒤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등을 좀 더 취재하고 싶습니다."
나세웅 스트레이트 청와대 문건
댓글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