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통합 우승팀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는 이번 시즌 개막 후 6경기에서 3승3패를 기록했다. 아직 개막 첫 승조차 따내지 못하고 6연패의 수렁에 빠진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를 제외하면 6개 구단 중 순위가 가장 낮다. 6경기 중 4경기가 풀세트 접전이었을 정도로 도로공사의 최근 경기력은 안정적이지 못하다. 도로공사가 챔프전 2연패를 노리는 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결코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이다.

도로공사가 시즌 초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외국인 선수 이바나 네소비치의 부상 때문이다. 지난 시즌 752점으로 득점 4위에 올랐던 이바나는 이번 시즌 손 부상에 시달리며 5경기에서 41득점에 그치고 있다. 공격 성공률은 고작 26.4%에 불과하고 도로공사가 6경기에서 27세트를 치르는 동안 이바나는 16세트를 출전하는 데 그쳤다. 7일 KGC인삼공사전에서는 아예 한 번도 코트를 밟지 못했다.

김종민 감독은 이바나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여러 선수들을 활용하며 실험을 하고 있다. 하혜진이나 전새얀 등이 기회를 얻었지만 6경기에서 평균 27.2득점을 올리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박정아의 부담을 덜어주진 못했다. 지난 7일 인삼공사전에서 김종민 감독은 세 번째 카드를 꺼냈다. 그리고 7일 경기에서 주전 레프트로 출전한 프로 3년 차 유서연은 22득점을 기록하며 도로공사의 히든카드로 급부상했다.

입단 1년 만에 두 번이나 팀을 옮겨야 했던 비운의 유망주
 
 유서연은 흥국생명에 드래프트 된 지 1년도 되지 않아 두 번이나 이적을 경험했다.

유서연은 흥국생명에 드래프트된지 1년도 되지 않아 두 번이나 이적을 경험했다..ⓒ 한국배구연맹

 
9월에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선발된 선수들은 10월에 곧바로 프로 선수로 데뷔하지만 사실 V리그 여자부에 참가하는 신인 선수들은 다음 해 2월까지는 공식적으로 고등학생 신분이다. 물론 은퇴 후 프로 무대에 재도전했던 장소연(현 SBS스포츠 해설위원) 같은 선수도 있었지만 이는 극히 이례적인 사례다. 아무리 학창시절 날고 기었던 선수라 해도 프로에 오면 그 수준 차이를 깨닫고 고전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실제로 드래프트로 지명되자마자 첫 시즌부터 곧바로 주전 자리를 차지한 선수는 '여제' 김연경(엑자시바시)을 비롯해 황연주와 양효진(이상 현대건설), 염혜선, 김희진(이상 IBK기업은행 알토스), 박정아(도로공사), 이재영(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등 일부에 불과하다. 지금은 각 구단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선수로 자리 잡은 이소영, 강소휘(이상 GS칼텍스 KIXX), 김수지(기업은행), 한수지(인삼공사) 등도 백업으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선명여고 시절부터 꾸준히 연령별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는 등 나름대로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성장한 유서연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유서연은  공수를 겸비한 윙스파이크 자원으로 꼽혔지만 174cm의 작은 신장 때문에 정선아(도로공사)와 지민경(인삼공사) 같은 장신 유망주들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결국 유서연은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흥국생명에 4순위로 지명됐다.

유서연은 입단 첫 시즌 이재영과 신연경, 타비 러브가 버틴 흥국생명에서 좀처럼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박미희 감독은 서브와 수비가 좋은 유서연을 꾸준히 원포인트 서버와 후위 수비로 교체 출전시키며 경기에 출전시켰다. 작년 1월 올스타전 서브퀸 콘테스트에서는 목적타 서브를 주로 구사하던 경기 때와는 달리 호쾌한 서브를 선보이며 결승에 진출하기도 했다.

유서연은 입단 첫 시즌부터 챔프전을 경험했지만 흥국생명과 유서연의 동행은 한 시즌으로 막을 내렸다. 흥국생명이 FA시장에서 김해란 리베로를 영입하면서 김해란의 소속팀 인삼공사에서 보상 선수로 유서연을 지명한 것이다. 그리고 유서연은 새로운 팀에서 동료들과 제대로 손발을 맞추기도 전에 임의탈퇴 신분이었던 오지영과 트레이드되며 다시 도로공사로 이적했다.

문정원-황민경처럼 기본기 탄탄하고 성실한 '살림꾼'으로 성장할 재목
 
 지난 시즌까지 그저 수비만 좋은 선수였던 유서연은 이번 시즌 공격도 부쩍 늘어 전천후 선수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그저 수비만 좋은 선수였던 유서연은 이번 시즌 공격도 부쩍 늘어 전천후 선수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이제 막 루키 시즌을 보낸 신예가 보상 선수 지명과 트레이드를 통해 벌써 세 번째 팀을 맞게 됐다. 사실 인삼공사에 있었더라면 윙스파이커로 적지 않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겠지만 도로공사에는 박정아와 문정원, 이바나로 이어지는 확실한 주전 라인이 있었다. 결국 유서연은 2017-2018 시즌에도 흥국생명에서 뛰었던 루키 시즌과 비슷한 역할을 맡았고 웜업존에서 언니들을 응원하며 도로공사의 우승 장면을 지켜 봤다.

소속팀에서의 활약이 썩 크지 않았음에도 유서연은 지난 시즌이 끝난 후 발리볼 네이션스리그(VNL) 국가대표로 선정되며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비록 대표팀에서도 유서연이 맡은 역할은 원포인트 서버와 후위 수비 정도였지만 짧은 시간이나마 국제대회에서 세계적인 선수들을 상대해 본 것은 유서연에게는 커다란 경험이었다. 

이번 시즌에도 도로공사에서 유서연의 역할은 백업 레프트였다. 심지어 한국배구연맹 공식 홈페이지의 선수 소개에서는 유서연의 포지션이 레프트가 아닌 리베로로 표시돼 있다. 실제로 유서연은 시즌 개막 후 5경기에서 교체 선수로만 출전해 단 3득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원포인트 서버와 전문 수비수로만 활약했을 뿐 사실상 공격수로는 거의 중용되지 못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유서연은 자신의 시즌 첫 주전 출전 경기였던 7일 인삼공사전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박정아 다음으로 많은 50번의 공격을 시도한 유서연은 42%의 준수한 성공률로 22득점을 기록했다. 이원정 세터는 박정아에게 인삼공사의 블로킹이 집중된 사이 유서연을 적재적소에 활용해 큰 재미를 봤다. 유서연은 도로공사의 2인 리시브 시스템 때문에 서브 리시브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무려 20개의 디그를 기록하며 수비에서도 큰 기여를 했다.

물론 174cm의 신장은 윙스파이커로서 불리한 조건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V리그에는 팀 선배 문정원을 비롯해 황민경(현대건설), 채선아(인삼공사) 등 유서연과 비슷한 신체조건으로도 프로무대에서 성공한 선수들이 얼마든지 있다. 이들은 모두 기본기가 좋고 성실한 자세로 경기에 임한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이는 유서연의 장점과도 일치한다. 만 19세의 젊다 못해 어린 1999년생 유망주 유서연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