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 포스터

<서치> 포스터 ⓒ 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

  
 영화 <완벽한 타인>의 포스터.

영화 <완벽한 타인>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개봉 6일 만에 가뿐히 손익분기점을 넘치고 승승장구 중인 한국영화 <완벽한 타인>, 지난 8월 국내에서 개봉되어 300만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며 역주행의 정석을 보여줬던 미국 영화 <서치>.
 
두 영화는 모두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흥행 적시타를 날린 작품이다. 화려한 스펙터클도, 대단한 스타도 없는 두 작품이 높은 관객 호응을 이끌어낸 비결은 무엇일까?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텔링과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이지만, 무엇보다도 동시대성을 반영한 콘셉트가 주효했던 게 아닐까?
 
잃어버린 딸을 찾는 아빠의 이야기는 흔하다. 피땀으로 뒤범벅이 되어 악전고투 끝에 악당을 물리치고 딸을 구하는 아빠 캐릭터는 익숙하다. 그런데 <서치>의 아빠는 좀 다르다. 그는 딸이 실종되자 SNS를 포함, 웹상의 광활한 네트워크를 탐색하기 시작한다. 디지털시대 맞춤형인 아빠의 클릭 액션은 스크린 상에서 다소 생경한 것이 사실. 그렇지만 <서치>는 짜임새 있는 서사로 차곡차곡 감정선을 쌓아간다는 점에서는 기존 웰메이드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정했던 엄마를 잃은 후, 상실감을 숨긴 채 엄격한 아빠와 살아온 딸. 아빠는 딸의 심경을 그녀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비로소 이해하며 이는 관객에게 연민과 동질감을 자극한다. 또한 아빠는 SNS 미디어의 위력을 직간접적으로 겪는 등 온갖 고초를 이겨내고 딸을 구출하는데, 고된 여정 끝에 획득한 해피엔딩은 관객에게 역시나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영화 <서치>의 한 장면

영화 <서치>의 한 장면 ⓒ 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

 
<서치>가 신선했던 대목은 무엇보다도 아빠의 시점샷을 고스란히 반영해, 노트북, 모바일, CCTV, 내비게이션에 이르기까지 온갖 디지털 매체로 이루어진 화면을 선보인다는 점이다. 스크린에 다양한 앵글과 심도에 기반해 정제된 쇼트를 펼치고 싶을 법한데, 영화가 끝날 때까지 카메라는 단 한 번도 디지털 매체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디지털 매체로 복제된 평면적인 커트로 온전히 상영시간이 채워짐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지루해하거나 갑갑하게 느끼는 관객은 별로 없어 보인다. 이는 물론 짜임새 있는 스토리텔링 덕이 크지만, 무엇보다도 바로 2018년 현재를 살아가는 관객들의 상당수가 디지털 매체에 시야를 붙들어 두는 생활에 익숙하기 때문이리라. 실제 관객층의 대다수가 노트북, 스마트폰, 태블릿 피씨 등 디지털 매체에서 정보를 얻고 즐거움을 느끼며 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스크린에서 이러한 화면만 빼곡하게 들어차더라도 피로감을 느낄 리 만무하다. 오히려 관객들은 기꺼이 이 영화에 환호했다. 

<서치>가 동시대성을 적극 반영해 영화 형식적인 실험을 취했다면, <완벽한 타인>은 스마트폰을 공유한다는 설정을 도입, 내용적인 면에서 동시대 관객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40년 지기 친구들의 부부동반 저녁 모임,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고급빌라에서 맛있는 음식들이 곁들여진 아늑하고 일상적인 자리이다. 그런데 누군가의 제안으로 스마트폰을 공유하면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결국 그들의 관계는 그 날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지게 된다. 제한된 시공간에서 제작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쫀쫀한 연출력, 맛깔스러운 대사, 개성있는 캐릭터와 노련한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로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영화 <완벽한 타인>의 한 장면.

영화 <완벽한 타인>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는 '너무 많은 걸 담고 있는 스마트폰'의 현 위상을 적극 끌어와서 스마트폰을 공유할 시 야기될 법한 상황들을 위트 있고 유머러스하게 보여준다. 스마트폰을 오픈하면서 금전과 불륜, 험담과 따돌림 등 전통적인 문제들이 툭툭 불거지지만 영화는 따분한 충고나 고루한 교훈을 내세우지 않는다. 인간에게는 비밀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걸 인정하며, 현시대 스마트폰이 그러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영화의 말미, 반전 아닌 반전에서는 스마트폰을 공유하려는 시도가 과연 적절한지 의문을 제기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다양한 매체의 출현으로 이른바 영화다운 영화가 강조되는 지금, 거대 예산이 투입된 블록버스터 영화가 빈약한 서사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그에 반해 유동적이고 직관적으로 시대의 욕망에 부응해 관객의 마음을 훔치는 영화들도 있다.
 
<서치>와 <완벽한 타인>의 선전이 기민하게 시대를 꿰뚫는 기획과 투자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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