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딸을) 사랑하죠?"
"안 사랑할 수가 있어요, 자식을?"


이영자가 딸에게 매정한 엄마에게 뻔한 질문을 뻔하게 던졌고, 엄마는 그런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 화들짝 놀라 대답했다. 이영자가 그리 물은 까닭은 그가 다른 엄마들하고는 조금 달랐기 때문이다. 딸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하지 않았고, 굉장히 야박하게 굴었다. 그들의 카톡 대화 내용은 가족 간의 것이라기보다 채무자와 채권자 간의 대화에 가까웠다. 관계는 단절돼 있었다. 

딸은 엄마의 매정함을 성토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용돈을 받아본 적이 없다며, 자신의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고 한다. 심지어 교통비와 학생회비마저 스스로 마련해야 했다. 불가피하게 엄마에게 도움을 부탁했지만, 그럴 때마다 돌아온 엄마의 대답은 싸늘했다. "네가 쓸 거니까, 네가 알아서 해." 책임감을 키워주기 위해서라고 변명하기엔 너무 가혹했다. 

초등학생 때 저녁 6시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으면 밥을 주지 않았고, 대학생이 된 지금은 통금시간을 20분 넘겼다는 이유로 엄마가 3개월 동안 말도 하지 않은 채 냉랭하게 대했다며 답답함을 털어 놓았다. 엄마가 (일방적으로) 정한 룰을 지키지 않았을 때 그 대가는 너무 혹독했다. 딸의 입장에서 딸의 이야기만 들어보면 "저 남의 집 딸이 아닐까요? 제발 좀 도와주세요"라는 하소연이 이해가 됐다. 
 
 <안녕하세요>의 한 장면

<안녕하세요>의 한 장면ⓒ KBS2

 
솔직히 '매의 눈'을 뜨고, KBS2 <안녕하세요>를 챙겨봤다. 방송 전날부터 딸에게 지나치게 야박한 엄마 때문에 이영자가 오열했다는 기사가 올라왔고, 누리꾼들은 그 아래 신랄한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대부분 엄마의 태도를 비난하는 것들이었다. 흥미로운 건 방송이 끝난 후 엄마를 이해한다는 의견이 상당히 많아졌다는 것이다. 아마도 양쪽의 이야기를 듣고 난 다음에 판단이 달라졌던 것이리라.

엄마 입장에서도 '입안의 혀' 같이 만족스러웠던 딸이 청소년기에 들어서 술과 담배를 배우는 등 소위 탈선의 길로 접어들자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혼란스러웠으리라. "우리 딸이 그럴 줄 몰랐던 거예요"라는 말의 의미를 MC들은 아직 알지 못하는 듯했다. 편의점까지 쫓아가서 업주에게 죄송하다고 빌어야 했던 당시가 너무 많이 힘들었다고 말하던 엄마는 눈물을 훔쳤다.

잘잘못을 가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청소년기에 탈선을 저질러 부모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딸의 잘못일까? 그 이전에 엄마의 훈육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어찌됐든 훈육의 1차적인 책임이 부모에게 있고, 부모는 그에 대한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알게 된 사실은 제한적이다. 그들 가족 사이에 방송에서 차마 공개할 수 없었던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또, 어떤 식으로 훈육이 이뤄졌는지도 모른다. 

다만, 엄마가 정한 엄격한 룰이 있었고, 그것이 자신의 가정을 안전하게 지키는 길이라고 철석같이 밑었을 게다. 엄마의 방침에 잘 적응했던 큰딸과는 달리 둘째 딸은 기질상 좀 갑갑하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그 답답함이 탈선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모르긴 몰라도 사고를 엄청 쳤을 것이다. 충격을 받은 엄마는 딸에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복수'를 했고, 성인이 돼 열심히 살아보려고 했던 딸에게 또한 상처로 다가왔으리라. 
 
 <안녕하세요>의 한 장면

<안녕하세요>의 한 장면ⓒ KBS2

 
"저는 사실은.. 너무 마음이 외로워요. 들으면서. 부모는 주는 사람이잖아, 하염없이 주는 사람이잖아요. 저는 엄마가 담배 얘기를 계속 할 때 모르겠어요. 친구랑 얘기하는 느낌이었어요. 그 부분만 지금 너무나 물고 늘어지잖아요. 어머니도 어머니만의 받고 싶었던 사랑이 있었겠지만, 엄마가 사랑을 좀 넉넉하게 줬으면 좋겠는데.. 사랑에 가뭄이 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마음이 그런 것 같아요. 복수심이 좀 있었어요. 너도 한번 당해봐. 나만 아플 순 없지. 저도 미숙한 거예요. 엄마로서 미숙함을 인정하게 되네요."


이영자의 진심어린 조언을 듣고 있던 엄마는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고백했다. '복수심이 좀 있었다'고 시인했다. 쉽지 않은 일이다. 또, 부모로서 자신의 미숙함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그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거기에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엄마는 완전히 닫혀있지 않았다. 방송에 나와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결정을 해보자는 딸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참으로 용기 있는 모녀가 아닌가. 

그들에겐 상황을 바꿔나갈 여지가 충분히 있어 보였다. 엄마는 "저도 부모가 처음이"라고 말한다. 그것이 단지 변명처럼 들리진 않았다. 이영자는 '부모는 하염없이 주는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마치 끝없이 희생하는 존재여야 한다고 말했지만, 부모라고 해서 왜 상처받지 않겠는가. 왜 아프지 않겠는가. 부디 엄마를 지나치게 매정한 사람으로 몰아가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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