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완벽한 타인> 포스터

영화 <완벽한 타인> 포스터 ⓒ 롯데컬처웍스(주)롯데엔터테인먼트

 
세상에 자신만의 비밀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누구나 혼자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 그 혼자만의 세계 중 많은 부분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기도 한다. 이를 테면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된 시점까지 오랜 친구로 지내온 사이라면 많은 이야기를 같이 나누며 더욱 끈끈한 관계를 만든다. 그러다 어느 순간 결혼할 이성을 만나면, 그 사람과 또 일부를 공유한다. 이때 공유되는 정보들은 각기 다르다. 어떤 사람에게는 이야기하는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는 하지 않기도 한다. 가장 가까운 사이인 부부가 되어서도 모든 이야기를 공개하지 않는다. 

영화 <완벽한 타인>은 그런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40년 지기 친구들인 태수(유해진), 석호(조진웅), 준모(이서진), 영배(윤경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이들은 서로 다투기도 하고 힘이 되어주기도 하는 관계로 우리 모두가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친한 친구 관계다. 이미 중년의 나이가 된 이들은 모두 결혼을 했거나, 이혼을 했다. 이들이 석호 집에 모여 집들이를 하게 되는데, 이때 4명의 친구와 함께 부인인 수현(염정아), 예진(김지수), 세경(송하윤)도 같이 참여하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즉, 이 자리에 모인 7명은 서로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다양한 정보를 주고받는다.

과연 이들의 관계는 아무 문제가 없는 걸까. 영화는 예진의 입을 통해 모인 인물들에게 게임을 제안한다. 특정 시간 이후 휴대폰에 오는 모든 문자, 전화를 공개하는 게임이다. 실제로 이 게임이 실행되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은 우리가 실제로 겪을 수도 있는 일이다. 
 
 영화 <완벽한 타인> 장면

영화 <완벽한 타인> 장면 ⓒ 롯데컬처웍스(주)롯데엔터테인먼트

 
휴대폰에 저장된 우리의 퍼스낼리티

우리는 실제로 개인 휴대폰의 각종 정보들을 타인과 공유하지 않는다. 심지어 부부 사이에도 개인 프라이버시를 침범하지 않으려고 한다. 스마트폰으로 진화한 휴대폰에는 전화번호를 포함하여, 사진, 메모, 스케줄, 채팅 기록, SNS 개인 이야기 등 무수한 정보들이 저장된다. 어쩌면 우리는 휴대폰에 우리의 특성 정보, 즉 퍼스낼리티(Personality)를 저장하고 다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가능하면 휴대폰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려 하지 않는다. 

우리가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때,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부정적인 부분을 최소화하려 노력하고 감춰야 할 부분은 최소화하여 전달한다. 그래서 이야기하는 사람마다, 만나는 사람마다 각자 전달되는 이야기가 다른데, 거기에는 비밀 이야기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 비밀 정보는 누구에게도 공유되지 않는다. 만약 각자 가지고 있는 비밀 정보들이 갑자기 모든 사람에게 공유된다면 개개인은 모두 혼돈에 빠질 것이다. 그 비밀에는 비도덕적인 것을 포함하여 질투심, 공격적인 태도 등 다양한 나쁜 것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완벽한 타인> 장면

영화 <완벽한 타인> 장면 ⓒ 롯데컬처웍스(주)롯데엔터테인먼트

 
등장인물의 비밀 정보를 공개시켜 살펴보는 관계에 대한 고찰

영화 <완벽한 타인>의 등장인물들은 실제로 모든 정보가 공개되면서 당황하게 되고 혼란스러워한다. 공개되는 정보들은 완전히 혼자만의 비밀이 대부분인데, 공개되는 족족 서로의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보는 관객은 주인공들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폭소를 터뜨리게 되지만, 영화가 끝나고 가만히 떠올려보면 결코 다른 사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 비밀들은 우리가 공개하지 않기로 한 이유들이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공개됨으로써 상대방과의 관계가 끊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소하다면 사소한 이 개인의 비밀들이 공개되면서 주인공들이 벌이는 다양한 반응들은 굉장한 코미디로 우리에게 다가와 큰 웃음을 주지만, 관계가 깨지고 당사자가 그것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한 이야기를 할 때 관객들은 웃을 수만은 없다. 그 비밀은 그들이 주변의 관계를 깨지 않으려는 최소한의 노력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성 정체성의 문제도 다룬다. 당사자는 그 사실을 40년 지기 친구에게도 공개하지 않는다. 영화 속에서 꽤 비중 있게 다뤄지는 에피소드인데 결국에 40년 지기에게도 쉽게 받아들여질 수 없는 문제로 묘사된다. 마치 실제로 그 문제를 가족이나 친구에게 공개했을 때 나올 수 있는 가장 흔한 장면을 스크린을 통해 전달하는 것 같다. 
 
 영화 <완벽한 타인> 장면

영화 <완벽한 타인> 장면 ⓒ 롯데컬처웍스(주)롯데엔터테인먼트

 
공적인 삶, 개인의 삶 그리고 비밀의 삶

우리 모두는 비밀을 가지고 있다. 영화의 말미에 나오는 문구처럼 우리는 공적인 삶이 있고, 개인의 삶이 있으며, 비밀의 삶이 있다. 비밀의 삶 영역은 완전한 개인 영역이다. 이 부분은 가장 친한 친구와도 공유하지 않는다. 이 비밀이 공개되면 관계는 깨진다. 영화 속에서 비밀이 공개되었을 때 아주 쉽게 깨지는 장면들은 어떤 비밀은 완전한 사적 영역에 유지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특히나 개개인의 퍼스낼리티가 담겨있는 휴대폰은 그야말로 판도라의 상자다. 개인의 모든 역사와 정보가 그 안에 들어있다. 결국 그 안의 정보를 누구에게 얼마나 공개할지 결정하는 것은 스스로의 판단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듯이 그 정보들을 적절히 공유하며 주변의 관계들을 유지해 나갈 것이다. 영화의 제목대로 그 비밀이 공개되는 순간 우리는 완벽한 타인이 된다. 이는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일종의 법칙이다.

이 영화는 대단히 훌륭한 코미디다. 주인공들이 나누는 대화는 흥미롭고 자연스러우며 휴대폰 공개 게임이 시작된 이후 주인공들이 겪는 다양한 고초들은 큰 웃음을 준다. 특히나 유해진이 연기하는 태수와 윤경호가 연기하는 영배의 에피소드가 폭소를 유발한다. 첫인상은 가벼운 코미디 영화이지만, 우리의 삶의 태도에 대한 묵직한 생각을 던져주는 영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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