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에서 필승 불펜으로 변신한 SK 산체스

포스트시즌에서 필승 불펜으로 변신한 SK 산체스ⓒ SK 와이번스

  
2018 KBO리그의 대미를 장식할 한국시리즈가 일진일퇴의 공방을 주고받으며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약 8개월 간의 대장정 끝에 마지막으로 남은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 두 팀간의 대결에서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2위 SK가 2승 1패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넥센과의 플레이오프에서 극적인 승부 끝에 살아남은 SK는 5차전 연장전 끝내기 승리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인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또 다시 짜릿한 희열을 느꼈다. 플레이오프 끝내기 홈런을 기록한 한동민이 두산의 1선발 린드블럼을 상대로 1회초 첫 타석부터 투런 홈런을 터뜨린 것이다. 가장 SK다운 방법으로 기선을 제압한 것이다.

하지만 정규리그 우승팀 두산의 저력 역시 만만치 않았다. 린드블럼은 1회 홈런을 허용한 직후 안정감을 찾고 SK 타자들을 5회까지 범타 처리했다. 타선 역시 2015 한국시리즈 MVP 정수빈이 꾸준히 출루하며 기회를 만들어냈고 올시즌 108타점을 기록한 최주환이 3타점을 뽑아내며 전세를 뒤집었다.

이후 SK는 5회말 도중 투구수가 많았던 선발 박종훈이 마운드를 내려왔고 구원투수로 나온 김택형이 두 타자 연속 볼넷을 내주며 1사 만루 대량 실점 위기를 자초하고 말았다. 이후 SK는 불펜 투수로 변신한 산체스를 긴급 투입했지만 최주환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며 승계주자 2명을 홈으로 들여보내고 말았다.

하지만 SK는 6회초 또다시 투런 홈런으로 리드를 잡아왔다. 이번에는 '가을 사나이' 박정권이 주인공이었다. 공교롭게도 1회 한동민과 비슷한 궤적의 홈런이었다. 잘 던진 린드블럼은 한동민, 박정권 두 명의 좌타자에게 홈런을 허용하며 무너지고 말았다.

반면 산체스는 4-3으로 역전한 6회말 두산의 공세를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흐름을 유지했다. 7회에 또다시 한점을 추가한 SK는 김태훈과 정영일을 투입해 산체스를 아끼는 여유마저 보여주었다. 이후 두산은 오재일의 실책이 나오는등 수비가 무너지며 추가 실점을 허용하며 1차전 승리를 SK에게 내주고 말았다.

SK로서는 박종훈에 이어 등판한 산체스의 호투가 큰 수확이었다. 5회말 구원투수로 올라와 승계주자 실점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이후 두 타자 연속 삼진으로 추가 실점을 막으며 분위기를 돌리는데 성공했다. 리그 최강 두산 타선을 상대로 1.2이닝동안 3개의 탈삼진을 잡아낼 정도로 시즌 초반의 구위를 회복했다.

올시즌 SK는 정규 시즌 2위를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불펜의 기복으로 고전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쉽게 승리를 거두었어야 했을 플레이오프 5차전이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이 된 이유도 SK 불펜이 경기 막판 대량 실점을 허용하며 위기를 자초했기 때문이다.

넥센 이상의 화력을 갖춘 두산을 상대로 SK 불펜이 똑같이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면 우승은 결코 이룰 수 없는 꿈에 불과하다. 3차전 승리를 거두며 2승 1패로 한 발 앞서나가는 SK지만 두산 타선의 집중력이 정규시즌처럼 회복된다면 남은 경기의 승리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SK 입장에서는 '불펜 산체스'의 활약이 그 무엇보다 든든할 수 밖에 없다. 시즌 초반 선발투수로 맹활약하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시즌 막판 불펜으로 전환한 산체스는 SK 불펜의 불안함을 지워줄 카드가 될 수 있다.

시즌 초반만 해도 리그 최정상급 위력을 보였던 산체스지만 KBO리그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여름 이후 체력 저하로 난타를 당하기 시작했다. SK 관계자에 따르면 음식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며 컨디션 관리에 실패한 탓이 컸다. 후반기 이후 극심한 부진에 빠지며 애물단지가 된 산체스 역시 불펜으로 보직 전환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시즌 중반 이후 극심한 부진으로 재계약이 불투명한 산체스

시즌 중반 이후 극심한 부진으로 재계약이 불투명한 산체스ⓒ SK 와이번스

  
그리고 이 결정은 신의 한수가 되었다. 플레이오프부터 불펜으로 나선 산체스는 팀 승리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넥센과의 플레이오프에서는 3경기에 등판해 1승 3.1이닝 무실점 4탈삼진을 기록하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플레이오프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보인 산체스는 첫 출전한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구원승을 거두며 팀의 역전승을 견인했다. 1차전 산체스의 역투는 당초 어려울 것으로 보였던 SK의 업셋 우승 가능성을 높였다.

가을에 유독 빛나는 팀들이 있다. 8-90년대 해태 타이거즈가 그랬고 90년대 이후로는 현대 유니콘스가 그랬다. 2000년대 이후로는 가을야구 전통의 강자로 SK를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SK는 잊혀져 가고 있던 '가을 DNA'를 깨워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가을 DNA'를 만들어낸 시리즈의 상대는 다름아닌 두산이었다. 2007년 부터 2009년까지 세 시즌동안 SK는 두산을 상대로 11승 5패를 거두며 세 번의 시리즈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다. 당시 SK는 가을 야구에서 가장 무서운 팀이었다.

과연 불펜 산체스 카드는 SK의 잊혀졌던 가을 DNA를 되살려 시계를 10년 전으로 되돌릴 수 있을까? 2차전 이후 휴식을 취하며 등 통증에서 회복한 산체스가 SK의 우승을 이끌며 재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관련 기사] '수비-불펜 약점' 지운 SK, 'KS 대권'이 보인다

[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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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이정민 / 김정학 기자) 본 기사는 스포츠전문지[케이비리포트]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기사 문의 및 스포츠 필진·웹툰작가 지원하기[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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