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SK 와이번스 대 두산 베어스의 경기. 7-3으로 승리한 SK 힐만 감독이 선수들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SK 와이번스 대 두산 베어스의 경기. 7-3으로 승리한 SK 힐만 감독이 선수들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연합뉴스


KBO리그의 포스트 시즌 시스템은 정규 시즌 우승 팀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4위와 5위 팀이 와일드 카드 결정전을 치른 뒤 이긴 팀이 3위 팀과 준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준플레이오프 승리 팀이 2위 팀과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거기서 이겨야 한국 시리즈까지 올라올 수 있는데, 기다리고 있는 정규 시즌 우승 팀이 체력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재의 계단형 포스트 시즌 시스템에서 정규 시즌 우승 팀이 한국 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적은 극히 드물었다. 계단형 포스트 시즌에서 업셋 우승은 1989년 해태 타이거즈(현 KIA 타이거즈, 정규 시즌 2위), 1992년 롯데 자이언츠(정규 시즌 3위), 2001년 두산 베어스(정규 시즌 3위), 2015년 두산 베어스(정규 시즌 3위) 4번 뿐이었다. 정규 시즌 우승이 아니라 포스트 시즌 이전 단계부터 시작하여 우승한 확률이 13.8%(전후반기 리그 및 양대 리그 제외)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 올해 포스트 시즌에서 이 희귀 확률에 도전할 가능성이 보이는 팀이 한국 시리즈까지 올라왔다. 바로 정규 시즌 2위였던 SK 와이번스다.

정규 시즌 2위의 우승 횟수 단 1회... 희귀 확률에 도전하는 SK

정규 시즌을 2위로 마치고 한국 시리즈에서 우승한 사례는 지금까지 1989년 타이거즈의 사례가 유일하다. 그나마 이 때의 포스트 시즌은 플레이오프가 끝나자마자 미디어데이만 치르고 바로 한국 시리즈 일정으로 들어가지 않고, 플레이오프 승리 팀에게도 일정한 휴식기간을 주었다.

1989년의 포스트 시즌 라운드 사이에 휴식이 길어졌던 이유는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눴던 리그를 단일리그로 바꾼 첫 시즌이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플레이오프를 10월 14일부터 10월 21일까지 치렀고, 한국 시리즈가 10월 26일부터 11월 3일까지였다.

당시 준플레이오프에서는 태평양 돌핀스가 삼성 라이온즈와의 혈투 끝에 승리를 거뒀으나 19승 투수 박정현이 부상으로 이탈하는 바람에 전력이 크게 약화됐다. 덕분에 타이거즈는 돌핀스를 3경기 만에 스윕으로 꺾고 어느 정도 경기 감각을 유지한 채 한국 시리즈에 올라갔다.

1989년 정규 시즌 우승 팀은 빙그레 이글스(현 한화 이글스)였다. 그런데 일정이 너무 벌어져 있던 탓에 이글스는 오히려 경기 감각이 떨어졌고, 경기 감각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던 타이거즈가 분위기를 탔다.

1차전 빙그레 이글스 선발로 나선 이상군(전 한화 감독대행)은 선동열(현 국가대표 감독)과의 맞대결에서 이겼다. 그러나 플레이오프에 비해 한국 시리즈에서 타격감이 상승한 타이거즈는 2차전 조계현(현 타이거즈 단장)을 앞세워 한용덕(현 이글스 감독)과의 맞대결에서 이겼다(3회초 장종훈 알까기 실책).

2차전 장종훈(현 이글스 타격코치)의 결정적인 실책 이후 시리즈 분위기는 확실히 넘어갔다. 대전에서 1승 1패를 거둔 타이거즈는 광주에서 열렸던 2경기를 모두 잡고 당시 중립 경기장 규정에 따라 잠실에서 열린 5차전까지 잡아내며 단일리그 첫 업셋 우승을 달성했다.

두산과의 PS 상대 전적 우위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6회초 1사 1루 SK 박정권(왼쪽)이 우월 투런 홈런을 날리고 한동민과 환호하고 있다.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6회초 1사 1루 SK 박정권(왼쪽)이 우월 투런 홈런을 날리고 한동민과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 이번 정규 시즌 우승 팀이었던 두산은 2016년 못지않게 강하다. 정규 시즌 승수에서도 2016년과 타이 기록인 93승을 세웠고, SK와의 정규 시즌 승차도 압도적으로 벌렸다(14경기 반).

팀 타율에 있어서도 두산은 0.309로 리그 신기록을 세웠고, 홈런을 제외한 타점, 출루율, 장타율, 득점 등 각종 타격 기록에서 SK보다 우위였다(팀 홈런은 SK가 1위). 게다가 SK가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역전 - 9회 동점 허용 - 연장 재역전이라는 엄청난 혈투를 치르고 올라왔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도 두산이 우위였다.

그러나 미야자키 교육 캠프에서 투수 김강률이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하며 두산은 투수진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됐다(김강률은 내년 전반기까지 출전 불가능). 두산이 올해 정규 시즌에서 10팀 기준으로는 압도적인 모습이었지만 SK와의 정규 시즌 상대 전적은 8승 8패 동률다.

SK는 과거 포스트 시즌에서 두산과의 상대 전적에서도 압도적 우위로 좋은 기록을 갖고 있었다. 2007년 한국 시리즈, 2008년 한국 시리즈, 그리고 2009년 플레이오프에서 SK는 두산을 상대로 시리즈에서 모두 이겼다. 당시 SK는 2007년과 2008년 한국 시리즈 우승과 2009년 한국 시리즈 준우승(우승은 KIA 타이거즈)을 포함하여 2012년까지 6년 연속 한국 시리즈 진출(우승 3회, 준우승 3회)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다만 이 때의 SK는 두산보다 정규 시즌 순위에 앞서 있었다. 김성근-이만수 시대였던 당시 6년 동안의 SK와 지금의 SK는 팀 컬러도 엄연히 다르다. 당시 두산은 김경문(현 NC 다이노스 고문)이 감독으로 있던 시대였는데, 김 전 감독의 경우 국가대표로서의 경력은 훌륭했지만(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KBO리그에서는 우승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1차전 뚜껑 열어보니... 분위기 탄 SK 먼저 1승

SK는 에이스 김광현이 플레이오프 1차전과 5차전 2경기를 책임졌기 때문에 한국 시리즈에는 빨라도 3차전부터나 나올 수 있다. 4차전에 선발로 등판하면 한 번 밖에 쓸 수 없기 때문에 SK의 입장에서는 3차전에 등판시키는 것이 7차전에서 김광현을 한 번 더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메릴 켈리 역시 5차전에 구원 등판했기 때문에 SK는 원투 펀치를 1차전에 투입할 수 없는 상태에서 조시 린드블럼을 상대해야 했다. 그러나 두산의 1차전 선발투수 린드블럼 역시 올 시즌 SK를 상대로 3경기 1패 평균 자책점 5.08로 좋지 않았으며 플레이오프 5차전 끝내기 홈런을 친 한동민에게 4타수 2피홈런으로 부진했다.

두 팀 모두 불안한 요소들이 산재한 가운데 1차전이 진행됐다. 그리고 1회초 공격부터 SK는 플레이오프 5차전 끝내기 홈런을 날렸던 한동민이 첫 타석에서 2점 홈런을 날리며 앞서가기 시작하며 심상치 않은 흐름을 보였다(2-0).

두산은 3회말 최주환이 적시타를 날리며 한 점을 추격했고(2-1) 5회말에도 최주환이 다시 적시타를 날리면서 역전에 성공했다(2-3). 하지만 두산의 득점은 여기까지였다. 두산은 최주환을 제외한 나머지 타자들이 타점을 한 점도 기록하지 못했고, 만루 기회가 2번이나 찾아왔지만 이 기회를 한 번도 살리지 못했다.

SK의 선발투수 박종훈은 볼넷으로 투구수가 많아지면서 4.1이닝 1피안타 5볼넷 5탈삼진 2실점으로 경기를 마쳤다(98구). 김택형이 5회를 마무리하기 위해 올라왔지만 이닝을 마치지 못하고 최주환에게 역전을 허용하자 SK는 앙헬 산체스까지 투입하며 5회와 6회를 맡겼다.

그동안 린드블럼을 무너뜨리지 못했던 SK 타선은 6회초에 반격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반격은 사실상 1차전 승부를 결정짓는 공격이 됐다. 6회초 가을만 되면 뜨거운 방망이를 시전하는 박정권이 린드블럼을 상대로 역전 2점 홈런을 날리면서 이 날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4-3).

7회초 1사까지 린드블럼은 SK 타선을 상대로 분투했다. 하지만 홈런 2방으로 4점을 내준 것이 뼈아픈 패배로 돌아왔다. 6.1이닝 5피안타(2피홈런) 2볼넷 4탈삼진 5실점으로 린드블럼은 투구를 마치고 박치국에게 마운드를 넘겼다(99구). 박치국이 아웃 카운트를 하나 잡은 상황에서 두산은 장원준에게 승부를 맡겼다.

그러나 장원준이 마운드에 오른 뒤 박정권의 타석에서 폭투가 발생하며 SK는 한 점을 더 도망가게 됐다(5-3). 장원준은 아웃 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했고, 김승회와 이현승이 남은 이닝을 책임졌다. 그러나 9회에 오재일이 송구 실책을 범하는 바람에 점수가 추가되었고(6-3), SK는 박정권의 희생 플라이로 한 점을 더 달아났다(7-3).

가을에 돌아온 '가을남자' 박정권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SK 와이번스 대 두산 베어스의 경기. 9회초 1사 1,3루 SK 박정권이 희생플라이를 치고 있다.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SK 와이번스 대 두산 베어스의 경기. 9회초 1사 1,3루 SK 박정권이 희생플라이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상 승기를 잡은 SK는 7회부터 김태훈이 2이닝을 맡았고, 9회에는 정영일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실책성 점수를 제외하면 이날의 점수는 한동민과 박정권의 활약으로 났으며, 포스트 시즌에서는 '크레이지 모드'가 발동되는 선수들이 많은 팀이 승리한다는 것을 한국 시리즈 1차전에서도 보여줬다.

SK 한동민은 올 시즌 40홈런으로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포스트 시즌에서는 시리즈 초반 부진했지만 4차전과 5차전, 특히 5차전에서 결정적인 끝내기 홈런을 날리면서 한국 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그러나 포스트 시즌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선수는 박정권이다.

박정권은 포스트 시즌만 되면 강해져서 '가을남자'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인데,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끝내기 홈런을 날리면서 그 진가를 보여줬다. 박정권은 올 시즌 부진으로 인해 2군에 있는 시간이 많았으나,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포함된 이후 결정적인 순간에 한 방을 날리면서 가을야구에 있어서만큼은 감각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박정권은 정규 시즌 전체 커리어로 봤을 때 30홈런 시즌이 한 번도 없었다. 다소 기복이 있는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후반기, 특히 가을 시기의 성적이 뛰어난 모습을 보이며 '봄 여름 정권 겨울'이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였다.

그러나 세월은 막지 못했다. 2018년에 들어와서는 외국인 선수 제이미 로맥과의 1루수 주전 경쟁에서 밀렸고, 2군에서도 부진하면서 사실상 전력 외로 여겨지는 듯했다. 2019년이면 4년 30억 FA 계약의 마지막 해가 되는데, FA 계약이 발효된 2016년부터 그는 20홈런 시즌이 한 번도 없었을 정도로 노쇠화의 기미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박정권은 올해에도 포스트 시즌 엔트리에 포함되면서 관록이 살아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시리즈 1차전에서만 해도 박정권의 타석 기록에서 결승 홈런과 2사 상황에서의 폭투가 나왔으며, 결국 두산 벤치에서는 박정권을 자동 고의사구로 거를 정도였다.

박정권은 마지막 타석에서 희생 플라이까지 추가하면서 한국 시리즈 1차전 MVP가 됐다. 포스트 시즌에서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박정권이 그의 진가를 보여주면서 SK의 업셋 우승을 견인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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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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