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자신들에게 가장 익숙한 홈런포를 앞세워 73.5%의 확률을 선점했다.

트레이 힐만 감독이 이끄는 SK 와이번스는 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7안타를 때리면서 7-3으로 승리했다. KBO리그 출범 후 역대 34번의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 승리팀이 최종 우승을 차지한 경우는 무려 25회에 달한다.

SK는 '가을사나이' 박정권이 6회 결승 투런 홈런을 터트렸고 플레이오프 5차전 끝내기 홈런의 주인공 한동민도 한국시리즈 첫 타석에서 선제 투런 홈런으로 2경기에 걸친 연타석 홈런을 때렸다. 앙헬 산체스와 김태훈, 정영일로 이어진 불펜 투수들도 4.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반면에 정규 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던 두산의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은 홈런2방을 맞으며 6.1이닝5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7-3으로 승리를 거둔 SK 선수들이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7-3으로 승리를 거둔 SK 선수들이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선제 투런 홈런, 그리고 3타점까지

정규 시즌을 마친 후 약 20일의 준비기간이 있었던 두산은 일본 미야자키로 미니 캠프를 다녀오는 등 한국시리즈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우완 셋업맨 김강률이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하는 악재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했다. 두산은 SK의 잠수함 선발 박종훈을 맞아 군 전역 후 주로 9번으로 활약하던 정수빈을 2번 타자로 전진 배치했다.

SK는 넥센과 드라마틱한 플레이오프를 치른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곧바로 한국시리즈를 치르게 됐다. 원투펀치 김광현과 메릴 켈리를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소모한 SK는 올해 두산전에서 1경기 5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던 잠수함 박종훈을 1차전 선발로 내세웠다. 뒤꿈치 통증으로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선발 출전하지 못했던 포수 이재원이 라인업에 복귀한 반면에 간판타자 최정은 팔꿈치 통증으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두산은 리그 평균자책점 1위(2.88) 린드블럼을 내세웠지만 플레이오프부터 이어온 비룡군단의 상승세는 한국시리즈 초반에도 계속 이어졌다. SK는 1회초 공격에서 김강민의 볼넷에 이어 플레이오프 5차전 끝내기 홈런의 주인공 한동민이 우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을 터트리며 기선을 제압했다. SK선발 박종훈도 1회말 투구에서 선두타자 허경민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박건우와 김재환을 루킹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기세를 올렸다.

두산의 반격은 3회부터 시작됐다. 2회 2사 만루 기회를 놓친 두산은 3회에 다시 얻은 2사 1,3루 기회에서 최주환의 우전 적시타로 한 점을 추격했다. 박종훈은 3회까지 피안타는 단 2개에 불과했지만 볼넷을 5개나 허용하면서 위기를 자초했고 투구수도 75개로 훌쩍 늘어났다. 반면에 1회 홈런을 맞고 흔들렸던 린드블럼은 5회까지 2피안타 무실점으로 안정을 되찾았다.

박종훈은 4회 3연속 삼진으로 다시 구위가 살아났지만 5회 선두타자 정수빈에게 2루타를 맞고 박건우를 땅볼로 잡아낸 후 좌완 김택형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하지만 김택형은 김재환과 양의지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한 후 마운드에서 내려 왔고 두산은 1사 만루에서 최주환이 SK 3번째 투수 산체스의 초구를 잡아당겨 2타점 적시타를 터트리며 경기를 뒤집었다. 

가을만 되면 무서워지는 '가을 정권'

중반으로 가면서 두산 쪽으로 분위기가 넘어가는 듯 했지만 SK에는 가을만 되면 '헐크'로 변신하는 남자 박정권이 있었다. SK는 6회 한동민의 볼넷에 이어 1사 후 박정권이 우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을 터트리며 경기를 다시 뒤집었다. 플레이오프 1차전 끝내기 홈런 이후 4경기에서 7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던 박정권을 4번에 배치한 힐만 감독의 작전이 적중한 셈이다. SK는 7회에도 2사 만루에서 장원준의 폭투로 스코어를 5-3으로 벌렸다.

물론 두산에게도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두산은 7회 무사 만루라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지만 오재일이 삼진, 김재호가 병살로 물러나며 1점도 얻지 못했다. SK는 7회에 마운드에 올라온 김태훈이 8회까지 두산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SK는 9회 공격에서 오재일의 실책과 박정권의 희생플라이로 2점을 추가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고 9회말 우완 정영일을 투입해 경기를 마무리했다. 

작년 시즌 118경기에 출전해 16홈런51타점을 기록하며 SK 부동의 주전1루수로 활약했던 박정권은 올해 제이미 로맥에게 1루 자리를 내주며 1군에서 단 14경기 출전에 그쳤다. 타율 .172 2홈런6타점의 성적은 작년까지 통산 175홈런668타점을 기록했던 박정권의 커리어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었다. 하지만 힐만 감독은 가을야구 경험이 풍부한 박정권을 가을야구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극적인 끝내기 홈런을 터트리긴 했지만 박정권의 플레이오프 전체 성적은 9타수1안타(타율 .111)에 불과했다. 하지만 박정권은 최정의 팔꿈치 부상으로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고 세 번째 타석에서 천금 같은 결승 투런 홈런을 터트리며 또 한 번 '베테랑의 품격'을 뽐냈다. 여전히 박정권의 올해 가을야구 성적은 12타수 2안타(타율 .167)에 불과하지만 그 2안타가 모두 SK를 승리로 이끈 결승홈런이었다.

플레이오프에서 투수들을 많이 소모했고 이재원과 최정도 잔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SK는 잠실에서 열리는 두 경기에서 최소 1승을 따낸 후 인천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작전이었다. 하지만 SK는 자칫 흐름을 빼앗길 수 있었던 1차전에서 재역전승을 거두면서 시리즈의 주도권을 잡는데 성공했다. 반면에 SK 투수들로부터 7안타와 9볼넷을 얻어낸 두산은 많은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서 힘든 시리즈를 이어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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