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의 한 장면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의 한 장면ⓒ MBC

 
"합가를 안 하면 아들은 꼭 낳아야 되고, 아들을 안 낳아주면 합가를 꼭 해야 돼. 약속을 했어요. 근데 또 딴소리하려고."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에 출연하고 있는 개그맨 오정태가 전국의 며느리들에게 공분을 샀다. 아니, 며느리를 넘어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여성들의 공적(公敵)으로 등극한 느낌이다. 시부모와의 합가(合家)를 강요하는 것도 모자라 합가를 하기 싫으면 아들을 낳으라는 그의 안하무인에 수많은 시청자들이 분격(憤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저걸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나 걱정이 될 만큼 분노의 기운이 매섭다. 

표면적으로 드러낸 문제는 합가였다. 오정태는 돈이 부족해 양쪽 집을 합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었고, 아내인 백아영이 이미 동의했으면서 말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아본 경험이 있는 백아영은 합가에 줄곧 부정적이다. 한 성격하는 시어머니와 자신이 충돌한 것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것이다. 무엇보다 며느리에게 모든 책임이 전가되리란 걸 백아영은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의 한 장면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의 한 장면ⓒ MBC

 
오정태는 자신이 왜 이토록 비난을 받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있을까?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가 계속해서 보여주는 행동을 보면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는 인상이다. 합가는 불편하고 고단하지만, 경제적 사정에 따라 불가피하다면 할 수도 있는 일이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가족의 구성원이자 당사자인 아내와 얼마나 충분한 대화를 나눴는지, 설득을 위해 어느 정도의 열의와 성의를 보였느냐일 것이다. 

그런데 오정태의 태도는 일방적이다. 그는 대화를 했다고 항변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통보에 지나지 않는다. 결정은 이미 혼자서 내렸다. 그런 후 '네가 양보해라.', '네가 견뎌야지"를 앵무새처럼 반복할 뿐이다. 정작 자신이 감내해야 할 몫은 없으니 얼마나 속 편한 말인가. 아내 입장에선 남(의)편의 무책임함이 갑갑할 노릇이다. 결국 오정태가 정말 비난의 대상이 된 까닭은 아내에 대한 존중이 없는 태도 때문이었다. 

시댁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다. 딸의 표현대로 엄마는 아빠에게 끌려가야 했다. 아니나 다를까, 오정태는 아내를 챙기거나 배려하지 않았다. 게다가 아내와 아무런 상의도 하지 않은 채 저녁까지 먹고 가라는 시어머니의 제안을 덥석 수락했다. 아내에게 의견을 묻는 일은 없었다. 늘상 그렇듯, 일반적인 통보였다. 그 와중에 아내의 음식 솜씨가 형편 없다며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자존심을 긁어대며 깔아뭉갰다. 

급기야 합가를 하기 싫으면 아들을 낳으라고 큰소리를 치는 대목에선 기함했다. 교회를 다닌다는 시어머니는 오정태의 사주에 아들이 있다며 두팔 걷고 거들고 나섰다. 그나마 듣다 못한 시아버지가 "딸 둘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생각하고 며느리한테 고맙다고 해라"고 일침을 날려주지 않았다면 속에 천불이 나서 견디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의 한 장면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의 한 장면ⓒ MBC

 
일각에서는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가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다면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동의하기 어렵다. 엄밀히 말하면 갈등을 조장하는 게 아니라 현존하는 갈등을 드러내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미즈넷을 비롯한 온라인의 여러 카페 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대화들을 양지로 끄집어 내는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밖으로 꺼내진 이야기는 공론의 장을 거치게 된다. 

방송이 끝나고 나면 '아직도 저런 남편(시댁)이 있어?'라는 반응보다 공감에서 비롯된 분노가 주를 이룬다는 건, 여전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며느리에게 고통스러운 기울기로 기울어져 있다는 걸 방증한다. 그 당당한 민지영조차 '며느리'가 되는 순간,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게 된다. 할말은 한다는 백아영도 쓴웃음을 지을 뿐이고, 시즈카는 시누이의 요상한 시집살이에 얼굴이 찡그려진다. 

이 가부장제 구조에서 가장 취약한 존재는 바로 며느리다. 애초에 억압적 사회의 피해자이자 희생자로 가까스로 '생존'해 왔던 여성들이 결혼 후 '며느리'라는 역할을 입을 때 더욱 주변부로 밀려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발 디딜 틈이 없는 곳까지 밀려난 후에는 저 깊은 절벽 아래로 내리꽂힌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들을 피해자이자 희생자의 언어로 더욱 더 많이 이야기해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 부디 남성들은 변명하지 말자.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들은 자의든 타의든 그 혜택을 보며 살아왔다. 우리의 모습과 오정태의 그것이 얼마나 다르단 말인가. 섣불리 나는 다르다고 단언하지 말자. 우리가 자꾸만 '며느리'들의 이야기를 외면하려 하는 것부터 이미 가부장제의 뿌리깊은 굳건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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