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궐>과 <물괴> 포스터

<창궐>과 <물괴> 포스터 ⓒ (주)NEW , 롯데엔터테인먼트 , 씨네그루(

 
<창궐>은 개봉 전 시사회를 통해 '<물괴>와 비슷한 수준이다'라는 평을 듣게 된다.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4DX로 재개봉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자 아쉬움을 맛본 <창궐>은 130만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하였지만 손익분기점인 380만 명을 넘기에는 힘겨워 보인다.

사극 장르는 영화계에서 흥행 코드처럼 여겨져 왔다. 여기에 <물괴>는 사극+크리처, <창궐>은 사극+좀비를 내세우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두 작품 다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물괴>와 <창궐>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했다는 점, 사극에 다른 장르를 더했다는 점, 그리고 두 작품 다 장르적인 쾌감보다는 현실 정치를 사극에 담아내겠다는 기조가 강했다.

먼저 <물괴>를 보자. <물괴>는 조선 중종 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중종 초기엔 중종반정으로 왕권보다 신권이 강했던 시대이다. 백성들을 수탈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목숨을 빼앗는 심운과 그 일당들은 강한 권력을 손에 넣고 있다. 그들이 왕을 몰아내기 위해 꾸미는 거짓말은 역병이다. 그리고 이 역병이라는 거짓말은 물괴라는 괴물을 통해 거짓이 아닌 현실로 나타난다. 백성을 이롭게 통치해야 될 왕의 권위는 약화되고 악랄하고 교활한 대신들의 힘이 커진다. 여기에 물괴라는 괴물이 등장하며 백성들은 직접적인 고통을 받는다.

이는 <창궐> 역시 마찬가지다. 병자호란 후 김자준을 비롯한 무리들은 왕에게 암살의 공포를 주어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그리고 강한 권력으로 왕족들을 쥐고 흔들며 백성들을 수탈한다.   
 
 <창궐> 스틸컷

<창궐> 스틸컷 ⓒ (주)NEW

 
작품 속 야귀들은 <물괴>의 물괴처럼 백성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존재이다. 권력의 수탈은 직접적인 접촉을 하지 않지만 물괴와 야귀는 직접적인 공포와 고통을 수반한다.

문제는 이런 물괴와 야귀에 담은 사회적인 의미가 너무 부각된다는 점이다. 크리처물 또는 좀비물에서 기대되었던 쾌감 대신 어설픈 정치놀음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이는 지나치게 사회적인 의미를 담아내려다 보니 원 장르가 지닌 재미도, 현실의 문제를 담아내고자 하는 의미도 관객들에게 제대로 어필되지 않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실수는 장르적인 허술함에서 드러난다. '크리처'와 '좀비'를 데려왔다면 이에 맞는 장르적인 세밀함을 추구했어야 했다. <물괴> 속 물괴는 관객들에게 두려움을 주지 못한다. 크리처물의 매력은 언제 괴물이 인물들을 습격할지 알 수 없는 긴장감과 스릴에 있다. 헌데 영화는 물괴는 뒷전에 두고 심운과 진용을 중심으로 한 지배층의 횡포를 더 큰 공포로 만든다. 헌데 중점은 물괴이다 보니 지배층의 횡포를 다루는 드라마는 비중만 클 뿐 관객들에게 큰 감흥을 주지 못한다.  

<창궐> 역시 마찬가지다. 김자준이라는 악역을 과하게 부각시키려다 보니 스토리에 허술함이 드러난다. 조선시대에 좀비를 야귀라는 이름으로 안착시키는 데는 성공하였지만 야귀를 통해 공포 또는 액션의 쾌감을 뽑아내는 데는 실패한다.

이미 절대 권력을 쥔 김자준이 무리하게 야귀들을 궁으로 들이는 장면, 이들에 의해 위기를 자초한 장면은 궁궐에서의 대규모 액션 장면을 위한 억지스러운 설정으로 보인다. <부산행>의 좀비 떼와 달리 <창궐>의 야귀 떼가 숨 막히는 공포를 주지 못하는 이유는 장면을 위해 스토리를 억지로 이어나가는 허술함에 있다. 

두 영화의 허술함은 연구 부족에서도 드러난다. <창궐>은 칼을 이용한 액션에 많은 공을 들인다. 박종사, 덕희, 대길 등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함에도 이청을 중심으로 한 칼을 이용한 단조로운 액션만을 선보인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했다는 점에서 기존 좀비물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무기들을 활용할 수 있었음에도 그런 연구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물괴> 역시 마찬가지다.
   
 <물괴> 스틸컷

<물괴>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윤겸과 성한이 위기에 빠졌을 때 등장하는 물괴의 타이밍은 절묘하다기 보다는 전형적이다. 물괴의 아지트에 빠져 진흙으로 냄새를 숨기는 장면 역시 기존 크리처 영화들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러다 보니 '조선시대의 크리처물/좀비물은 어떨까?' 라는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한다.  

<물괴>와 <창궐>은 사극이라는 흥행공식에 <괴물>과 <부산행>이 보여주었던 장르영화의 성공, 권력층의 횡포와 이에 저항한 국민들의 승리라는 현 대한민국의 모습을 고민 없이 합친 작품들이다. 완성도를 위한 연구보다는 흥행을 위한 공식의 결합을 택한 안일함이 관객들의 외면을 받은 게 아닐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 루나글로벌스타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창궐 물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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