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새론

배우 김새론이 10대의 마지막 작품으로 <동네 사람들>을 택했다. 극중 유진 역을 맡은 김새론을 지난 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데이드림엔터테인먼트

 

한 시골 마을에서 여고생 연쇄 납치가 벌어지지만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곧 다가올 지방선거로 후끈 달아오른 이곳 어른들의 관심사는 아이들의 안전이 아닌 본인들의 출세와 안위다. 영화 <동네사람들>은 이 골격을 중심으로 친구를 찾기 위해 분투하는 유진(김새론)과 그런 모습에 마음이 동해 돕기 시작하는 신임 체육 교사 기철(마동석)의 활약을 다룬 작품.

여러 영화에서 그렇게 납치를 당했건만, 김새론은 이번 영화에서 역시 큰 위기를 겪게 된다. 차이가 있다면 영화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인물로 어른들에게 큰 반성 거리를 던지는 캐릭터기도 하다. 김새론은 이 영화에 출연한 이유부터 분명하게 밝혔다.

김새론이 정의한 좋은 어른

"액션스릴러지만 드라마적인 면도 있고 관심과 소통에 대한 메시지가 제게 다가왔다. 유진이라는 캐릭터가 저와 비슷한 면이 많았다. 10대의 마지막에 그 모습을 보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유진의 극중 나이가 저랑도 같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걸 행동으로 옮기는 모습에서 저랑 비슷한 면이 있다고 생각했다."

서울에서 전학 온 유진은 유독 학교생활에 소극적이다. 그러다 유일하게 마음을 열게 된 친구 수연(신세휘)이 술집을 운영하는 마을 깡패들에게 납치됐다는 사실을 알고 분개하며 동네 이곳저곳을 홀로 파고든다. "영화에 나오지 않는 유진의 과거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며 김새론은 "실제로 제가 친구들과 만나고, 다투다가 후회하는 모습들을 생각하며 표현하려 했다"고 캐릭터에 대해 설명했다.
 
"유진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던 건 그가 특별하고 다른 아이가 아니라 평범한 여고생이라는 사실이었다. 유진은 주변 동네 사람들이 사건에 무관심하고 외면하기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 그래서 유진이가 영화에선 더 대범하고 특별하게 보였던 것 같다."
 
 영화 <동네사람들> 스틸 컷

영화 <동네사람들> 스틸 컷ⓒ (주)리틀빅픽처스


자기 생각을 막힘없이, 하지만 진심을 담아 전하는 모습이 영화 속 유진과 닮아 보였다. <동네사람들>은 이런 여고생의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좋은 어른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김새론 역시 이 화두를 안고 연기에 임했을 것 같았다. 5세 때 영화 <여행자>로 데뷔한 이후 일찌감치 어른들 세계에 발을 들인 그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맞다. 어릴 때부터 어른들 세계에 함께 있다 보니까 확실히 어릴 때부터 어른이란 뭘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물론 지금의 전 아직 어른이 아니기에 미숙한 생각일 수도 있지만 좋은 어른의 기준은 따로 없는 것 같다. 그냥 제가 저 스스로가 좋은 사람, 괜찮은 사람의 기준을 세워놓고 행동하면서 거기에 책임을 지다 보면 그게 쌓여서 좋은 어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롤모델이 제게 있진 않다. 다만 제가 힘들 때 (고민을) 털어놔서 어떤 방향을 제시받았으면 하는 분은 있다. 초등학교 때 담인선생님인데 지금까지도 연락드린다. 저를 어렸을 때부터 보셨으니까 만나다 보면 이런저런 얘길 한다. 그래서 선생님을 찾게 되는 것 같다. 제가 아무리 나이를 먹고 성숙해져도 선생님이시니까."


소중한 꿈을 지키다

극 중 유진처럼 평소에 김새론 역시 소중한 것, 소중한 사람을 지키고 찾으려는 의지가 강한 편이라고 한다. 영화 <아저씨><이웃 사람> 등 여러 작품에서 끔찍한 일을 당하는 캐릭터로 분하고도 거기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이유도 촬영 후 친구, 가까운 사람들과 만나면서 빠져나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오히려 김새론은 연기와 촬영 현장에 대해 매우 큰 애정을 갖고 있었다. "데뷔 이후 다른 길을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며 그는 연기를 계속 하겠다고 결심한 계기를 기자에게 전했다.

"작품을 할 때마다 제겐 뭔가 표현할 기회가 생긴다. 한 번에 엄청나게 성장하진 않겠지만 조금씩 그 안에서 배우고 성장한 게 있었다. 물론 시작 때는 제가 너무 어린 나이여서 스스로 선택할 지능이 아예 없었지(웃음). 다섯 살 때 연기를 시작했지만 두 살 때 앙팡 모델을 했으니까. 그러다가 <여행자>가 개봉하고 칸영화제에서 커튼콜을 받을 때 처음으로 연기를 계속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제 의지가 커지더라. 

칸영화제라서 기뻤던 게 아니라 외국 관객들이,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제가 느낀 느낌을 공유하면서 박수를 쳐 주고 있다는 점에서였다. 그땐 칸영화제가 어떤 의미인지도 몰랐다. 나중에 좀 아쉽더라! 사진 더 많이 찍을 걸(웃음). 연기하면서 다른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 물론 다른 흥미로운 일이 많지만 연기 자체가 즐겁기에 이 일을 하면서 다른 건 못해본다는 아쉬움은 없다. 정말 배워보고 싶은 건 과외를 받아보려고 한다! 

제겐 어릴 때부터 연기를 한다는 자체가 큰 기회다. 아역배우라는 타이틀을 꼬리표처럼 생각하지 않는다. 안 맞는 옷을 억지로 입기보다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제게 맞는 역할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배우 김새론

"제가 저 스스로가 좋은 사람, 괜찮은 사람의 기준을 세워놓고 행동하면서 거기에 책임을 지다 보면 그게 쌓여서 좋은 어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데이드림엔터테인먼트

 
스스로 연기에 대한 고민을 나름 깊게 해온 결과다. 고등학교 중퇴 역시 "스스로 택한 것인 만큼 전혀 아쉬움이 없다"며 그는 "학창시절이 너무 중요하지만 성인이 되기 전 해보고 싶었던 것이 제겐 더 컸기에 결정했던 것"이라며 당찬 설명을 보탰다.

"제 상황이 안 좋거나 힘이 들어서 중퇴한 게 아니니까. 선택해야 했고, 제 결정이니까 아쉬울 게 없다. 그래도 고등학교 1년간은 최대한 즐겁게, 짧지만 굵게 잘 다녔다고 생각한다. (또래들의 요즘 고민을 묻자) 아무래도 다들 꿈에 대해 고민하는 것 같다. 제 친구들도 다들 열심히 공부하며 사는데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들 하더라. 어찌 보면 전 일찍 제 길을 찾았다. 그만큼 다들 꿈에 대해 고민하는 것 같다." 

선택과 책임

그만큼 현재 김새론은 선택과 책임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나름의 생각을 품고 있어 보였다. 연기자의 길도 그렇고 그 안에서 작품을 선택할 때도 "고민을 많이 할 때도 있었고 회사와 상의도 많이 하지만 대부분 제 선택이었고 그걸 존중해 주셨다"고 말했다. 일제 성노예 피해자들을 소재로 한 영화 <눈길>도 그런 맥락이었다. 이에 김새론이 말을 이었다. 

"진짜 고민 많이 했다. 제가 연기함으로써 혹시 실수하는 게 아닌지 말이다. 제가 아무리 공감하고 이해해서 표현하려 해도 100% 되는 게 아니겠지만 제가 더 공부하고 노력해서 할머님들께 최대한 표현하려 했다. 최대한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최근 김새론의 취미가 낚시인 게 알려지며 한 예능 프로에도 출연했다. 혹시 그의 이런 깊은 생각이 낚시덕은 아닐지 반 농담으로 묻자 "사실 시작한 지 1년밖에 안 됐다"고 웃으며 답했다.

"이것저것 배우는 걸 좋아하는데 친구가 제안을 해줬다. 음, 또래는 아니고 마음 친구가 권해주신 것이다. 전 개인적으로 또래만이 친구가 아니라 언니, 오빠들도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낚시는 주로 태안에서 루어로 한다. 8자 6까지 잡아봤다(웃음). 이번 촬영 때도 쉬는 시간에 태안에 다녀오기도 했다. 너무 낚시만 강조될까봐... 근데 저 베이킹도 할 줄 알고, 바리스타 자격증도 있다. 최근엔 운전면허도 땄다(웃음)."
 
 배우 김새론

"제 친구들도 다들 열심히 공부하며 열심히 사는데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들 하더라. 어찌 보면 전 일찍 제 길을 찾았다. 그만큼 다들 꿈에 대해 고민하는 것 같다.”ⓒ 데이드림엔터테인먼트

 
이미 김새론은 스스로 행복해지는 법을 잘 알고 있어 보였다. 어둡고 우울한 캐릭터를 맡으면서도 "이런 사람도 세상에 있어야 하지 않나"며 최선을 다해 연기한 그는 일상에선 누구보다 자신을 아끼며, 소중한 사람을 품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게 혹시 무엇인지 묻자 그는 현답을 내놨다.

"항상 매일! 오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기회라는 것도 또다시 안 올 수 있는 거니까 그때마다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걸 잘 해야지. 그리고 사소한 것부터 바꾸려고 한다. 음, 좀 부끄럽지만 부모님께 사랑한다고 말한다거나(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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