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오전 11시 30분, 성내동 만화거리의 중식집이 장사를 시작했다. 밖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던 손님들이 들이닥쳤다. 두세 테이블까지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5명의 단체손님이 들어오자 꼬이기 시작했다. 홀에 직원이 없다보니 교통정리를 할 사람이 없었다. 손님들끼리 양해를 구해 자리를 옮기고, 테이블을 붙이는 등 자구책을 강구했다. 음식을 하느라 바쁜 사장님은 벽을 바라보며 "어서오세요"를 반복할 뿐이었다.

홀과 주방이 완전히 분리된 푸드 코트식 시스템은 (사장님의 입장에서) 편리하기는 했지만, 주문부터 결제, 음식 서빙까지 손수 해야 하는 손님들에겐 불편한 방식이었다. 무엇보다 손님이 많으면 단점이 명확히 드러났다. 주방에 격리된 상태의 사장님은 주문표로 예측만 할 뿐 홀의 정확한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다. 보다 못한 조보아는 "이건 사장님 혼자서 절대 할 수 없는 구조인데요"라며 안타까워했다.

분식집에서 국숫집으로 탈바꿈한 사장님의 상황도 비슷했다. 잔치국수와 김밥, 계란으로 메뉴를 단순화 해 준비 시간을 최소화 했으나 손님들이 몰아치자 감당하기 힘들어졌다. 주문 받으랴, 김밥 말고 국수 삶으랴, 계산 하랴, 서빙 하랴, 설거지 하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거기에 포장 주문까지 쌓이자 사장님은 '멘붕'에 빠졌다. 갈팡질팡, 급기야 주문까지 헷갈렸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백종원의 경영전략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천하의 백종원이 실전에 투입돼 국숫집 사장님을 도와주고 있었음에도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결국 조보아가 투입되자 정리가 되기 시작했다. 조보아는 홀을 정리하고, 설거지를 하는 등 장사가 원활히 될 수 있도록 도왔다. 그제야 한시름 놓은 사장님은 본격적으로 김밥 재료들을 준비하며 음식에 몰두할 수 있었다. 세 사람이 달라붙자 그제야 국숫집은 안정되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효과는 100점 만점이었다. 문제점을 파악한 뒤 그에 알맞은 해결책을 제시하는 백종원의 솔루션은 매우 효율적이었다. 메뉴를 단순화해 확실한 시그니처 메뉴로 승부를 보게 했고, 가격을 내려 손님들의 진입장벽을 낮췄다. 기본과 기초에 충실하게 했다. 백종원도 인정했듯이 그것이 방송의 힘을 빌린 것이라 할지라도 백종원의 경영 전략들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경지였다. 

이번에도 물론 장사가 잘 됐다. 방송을 보고 찾아 온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그런데 관점을 살짝 바꿔서 접근해 보자. 두 명이서 동업을 하고 있는 파스타집을 제외하고, 혼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중식집과 국숫집은 당장 손님이 조금만 들이닥쳐도 포화 상태다. 중식집에 난 불은 '기계인간 AI' 김성주가 투입되면서 차츰 진화됐고, 국숫집은 아예 백종원과 조보아 두 사람이 달라붙어야 했다.

결국 답은 '홀에 사람이 필요하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결국 답은 '홀에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사업주들의 일반적인 인식과는 반대되는 이야기다. '인건비부터 줄여라'는 장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기본 원칙처럼 전해져 왔다. 1997년 IMF 이후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여겨진 논리였다. 이해가 전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위기가 닥치면(수익이 감소하면) 당장 큰돈이 나가는 사람부터 자르고 보는 게 간단한 해결책이다. 

자영업자의 고충을 모르지 않는다. 최저임금의 상승도 부담스러울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최저임금은 매년 큰폭으로 상승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2017년 6470원에서 2018년 7530원으로 16.4%가 인상됐고, 2019년에는 10.9% 인상돼 8350원으로 결정됐다. 진보정당들은 이 상승폭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이지만, 당장 인건비를 감당해야 하는 자영업자들에겐 큰 압박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백종원의 골목식당>만 봐도 사람부터 줄이고 보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대부분 인건비 걱정을 하는 식당들은 장사가 안 돼서 사람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하지만, 그렇게 사람이 없어진 식당은 오히려 손님들이 점차 발길을 끊게 된다. 과연 손님들이 자신들이 알아서 홀 정리까지 해야 하고, 밀려든 주문을 감당 못해 '찍먹'을 요구했는데 '부먹'을 내어놓는 식당을 다시 찾을까? 

확실히 남다른, 백종원의 발상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인건비를 주는 게 당장은 손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왜 아깝지 않겠는가. 그러나 장사를 원활히 이끌어가려면 결국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을 수 없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장사는 손님이 많아야 굴러간다. 그렇다면 자영업자들이 고민해야 할 지점은 손님을 늘리는 방법을 고안하는 것이지 인건비를 줄여 사업을 쪼그라들게 만드는 것이 돼선 곤란하다. '나중에 상황이 호전되면...'이라는 생각하겠지만, 그리되면 호전되는 날은 오지 않는다.

백종원은 손님이 늘어나서 수익이 생기면 남는 수익을 음식에 재투자하라고 강조한다. 음식의 퀄리티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고, 그래야 손님들이 계속해서 발길을 유지한다는 이야기다. 길게 봐야 한다는 것이다. 확실히 그의 발상은 남들과 다르다. 아니, 누구나 생각하지만 지키기 힘든 일이다. 초심을 잃고 변질되는 가게가 어디 한둘이던가. 자영업자들의 더욱 처절한 고민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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