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백일의 낭군님>에서 연홍심 역을 맡은 배우 남지현.

tvN <백일의 낭군님>에서 연홍심 역을 맡은 배우 남지현. ⓒ 매니지먼트 숲


드라마 왕국으로 거듭난 tvN. 하지만 유독 두 징크스 앞에선 맥을 못 췄다. 월화드라마, 그리고 사극. 그래서 월화 시간대에 편성된 사극 <백일의 낭군님>은 시작부터 두 가지 징크스를 안고 시작한 셈이었다. 

하지만 뚜껑이 열리자마자, 굳건한 줄로만 알았던 두 징크스는 힘을 잃고 말았다. tvN 월화 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물론, <도깨비> <응답하라 1988> <미스터 션샤인> <시그널>에 이어 역대 tvN 드라마 시청률 5위에 등극한 것이다. 

귀엽고 상큼한 로맨스 사극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던 <백일의 낭군님>. 29일 서울 강남의 한 커피숍에서 <백일의 낭군님> 속 귀여운 홍심이, 배우 남지현을 만났다. 드라마의 눈부신 성과에 마냥 기쁘고 들뜰 법도 하건만, 남지현이 먼저 꺼내 놓은 소감은 '아쉬움'이었다. 

"사전 제작 드라마가 처음이었어요. 모니터링하면서 말투나 목소리 톤, 동작, 표정 같은 걸 손을 많이 보는 타입인데, 사전 제작이라 확인이 불가능하잖아요. 나름 조율은 했는데 완성본을 보는 거랑은 다르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부족함이 많이 느껴졌고 아쉬운 점도 많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서 감사하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하고... 사실 혼나고 넘어갔어야 했는데, 작품의 인기 덕에 제 부족함이 묻힌 거죠. 더 죄송한 마음이 들었어요. 앞으로 사전 제작 드라마가 더 많아질 텐데,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첫 사전 제작의 아쉬움, 첫 아역 등장의 설렘 

<백일의 낭군님>은 남지현의 첫 '사전 제작 드라마'이기도 했지만, 남지현의 아역이 등장하는 첫 드라마이기도 했다. 9살에 데뷔해 수많은 주인공들의 아역으로 출연한 바 있는 남지현. 본인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는 꼬마 연기자들을 지켜보는 마음이 남다르지 않았을까? 

"어린 율이(정지훈 분)와 이서(허정은 분)의 추억이나 감정이 잘 쌓여야 어른이 된 저희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치는 거잖아요. 초반에는 1회만 등장하는데 너무너무 예쁘게 잘 해줘서 고마웠어요. 대본 리딩 때부터 너무 잘해서 걱정도 안 했지만요. 후반부에는 회상신이 많아 아역 분량도 많은데, 나올 때마다 봐도봐도 너무 귀여웠어요. 친구들이 너무 잘해준 덕분에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는 순간에 더 큰 감동을 드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현장에서 제일 만날 일이 없는 사람이 제 아역이거든요. 그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어요. 한두 번 정도 만났는데 정은이가 저를 되게 보고 싶어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그래서 언니도 만나고 싶었다고, 너무 고맙다고 이야기했죠. 저도 어릴 때 성인 역할 하는 언니 오빠들 현장에서 만나고 싶단 생각 많이 했는데,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tvN 징크스 깨고 쓴 <백일의 낭군님> 기록 
 
 tvN <백일의 낭군님>에서 연홍심 역을 맡은 배우 남지현.

tvN <백일의 낭군님>에서 연홍심 역을 맡은 배우 남지현. ⓒ 매니지먼트 숲

   
tvN 월화드라마, tvN 사극. 징크스라는 것이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불길한 징조는 조금이라도 피하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이다. 혹시 이런 부분이 작품을 선택을 주저하게 만들진 않았을까? 남지현은 "이런 이야기는 나중에 기사를 보고 나서야 '아!' 하고 알게 됐다"며 웃었다. 

"제가 대본을 받았을 땐 편성이 옮겨 다니던 상황이었고, 편성이 확정된 건 촬영이 끝날 때쯤이었어요. 제가 고민한 건 그냥 작품에 대한 거였어요. 퓨전 사극이면서 멜로였고, 로맨틱 코미디 요소도 있는 데다, 궁 안의 이야기는 정치적인 스토리잖아요. 한 드라마 안에서 이렇게 다양한 장르적 요소를 가진 드라마가 또 있을까 싶었어요. 제가 지금까지 해왔던 드라마들의 축소판이자 종합판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오로지 그것만 생각했어요. 나중에 기사를 보고서야 '그랬구나. 어떡하지?' 이랬죠. 하하." 

특히 마음에 들었던 건 연홍심이라는 캐릭터였다. 남지현은 "당차고 할 말 다 하고,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홍심이가 멋졌다. 부럽고 매력적이었다"고 했다.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말투도, 태도도 달라지는 연홍심을 재미있게 표현하고 싶다는 욕심이 컸다고. 작품을 선택할 때마다 세우는 목표 중 하나가 "지금까지 보여드렸던 익숙함에 새로움을 추가하는 것"인데, 연홍심이 바로 그 목표에 부합하는 캐릭터였다는 것이다. 

"<백일의 낭군님>은 멜로가 단계별로 굉장히 뚜렷해요. 초반까지는 이전 드라마에서 보여드렸던 밝고 명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았고, 중반을 넘어서면서는 원덕이와 생이별 하면서 슬프고 애절한 감정이 나타나죠. 로맨틱 코미디로 시작해 정통 멜로로 변해가는 과정이 새롭다고 생각했어요." 

연이은 로코 성공... 새로운 로코 요정 남지현
 
 tvN <백일의 낭군님>에서 연홍심 역을 맡은 배우 남지현.

tvN <백일의 낭군님>에서 연홍심 역을 맡은 배우 남지현. ⓒ 매니지먼트 숲

 
<쇼핑왕 루이> 고복실, <수상한 파트너> 은봉희에 이어 <백일의 낭군님> 연홍심까지. 최근 남지현은 연이어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택했고, 모두 좋은 성과를 거뒀다. 특별히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가 있는지 묻자, "내가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작품을 택해왔는데, 어쩌다 보니 최근 로코가 많았다"고 했다. 

"대본을 읽다 보면 머릿속으로 이미지나 캐릭터, 말투가 떠오르잖아요. 그럼 그걸 읽어봐요. 제가 상상한 대로 구현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따져보는 거죠. 생각대로 되는 게 있고, 안 되는 경우가 있어요. 안 되는 건 조심해야 하죠. 제가 괜히 욕심부리면 작품에 해가 될 수 있으니까요. 잘된다 싶으면 긍정적으로 대본을 살펴봐요. 저만의 기준점이에요." 

로맨틱 코미디의 핵심은 '설렘'이다. 남지현이 고른 로코들이 모두 성공했다는 건, 그만큼 시청자들의 '설렘 포인트'를 잘 알고 있다는 뜻 아닐까? <백일의 낭군님> 촬영장에서 남지현이 꼽은 최고의 '설렘신'은 원득이에게 오이즙을 발라주는 장면이었다고. 촬영하면서도 도경수에게 "시청자들이 설렐 것 같다"고 이야기했는데 예측이 맞았다며 밝게 웃었다. 

사랑 궁금하지만... 
 
 tvN <백일의 낭군님>에서 연홍심 역을 맡은 배우 남지현.

tvN <백일의 낭군님>에서 연홍심 역을 맡은 배우 남지현. ⓒ 매니지먼트 숲

 
달달 포인트도 잘 알고, 사랑에 빠진 연기도 여러 번 훌륭하게 해냈지만, 실제 남지현은 아직 사랑에 빠져본 적이 없다. 연애 경험이 멜로 연기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자신은 "상상으로도 충분하다"고 했다. 

"주인공들이 사랑에 빠진다고 사랑만 하는 건 아니잖아요. 제겐 다양한 삶의 경험들이 있고, 느끼는 건 결국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연애 경험 없이 멜로 연기하는 부담은 없어요. 사랑은 언제나 해보고 싶고, 궁금한 것 중에 하나예요. 제가 연기하는 드라마는 로망의 집합체잖아요. 드라마 같은 사랑이 현실에도 있을까? 그런 사랑이 내게 생기지 않을까? 저 역시도 이런 환상을 많이 갖죠.

그럼에도 연애를 하지 않는 건...  일단 제 생활이 바쁘다는 핑계도 있어요. 하지만 그전에 그런 성격은 따로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어릴 때부터 주위 어른들이나 선배님들이 이야기 많이 해주셨거든요.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나보고, 연애도 많이 해봐야 한다고요. 전에는 그런 말씀들을 들으면 등 떠밀리는 느낌도 좀 있었어요. 빨리 연애 해봐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조급함도 있었고요. 요즘 드는 생각은, 그냥 나하고 안 맞는 걸 수도 있다는 거예요. 좋은 사람 만나면 하는 거고, 아님 마는 거죠. 늦게 사랑할 수도 있고 많은 사람을 못 만나 볼 수도 있고요. 그냥 전 이런 사람이더라고요. 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요."


스스로에게 인색한 이유 
 
 tvN <백일의 낭군님>에서 연홍심 역을 맡은 배우 남지현.

tvN <백일의 낭군님>에서 연홍심 역을 맡은 배우 남지현. ⓒ 매니지먼트 숲

 
남지현은 계속해서 본인 연기의 아쉬움을 토로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도경수에 대해 이야기하다가도 "이번 작품에서 실패한 게 톤 조절이었다고 생각하는데, 도경수씨의 중저음의 목소리 덕분에 부드럽게 잘 어우러질 수 있었다"고 말하는 식이었다. 드라마는 성공했고, 어릴 때 데뷔해 별다른 연기력 논란에 휩싸인 적도 없는데. 스스로에게 너무 인색한 것 아닌지 묻자 "늘 부족한 점부터 찾게 된다"고 했다. 

"아역 때는 역할이 한정적이라 보여드릴 수 있는 부분도 한정적이었잖아요. 하지만 이젠 그 틀을 깨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려야 해요. 작품마다 조금이라도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니까 한 편 한 편 긴장을 많이 하면서 보는 편이에요. 스스로 엄격할 필요는 있는 것 같아요. 잘하는 건 그냥 잘하면 되지만, 못하는 건 확실하게 알아야 치열하게 고민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남지현이 조심스러운 것 중 하나가 '교복'을 입어야 하는 10대 연기다. 성인이 되어 데뷔한 배우들은 30대 나이에도 잘만 교복을 입는데, 유독 아역 출신 배우들은 스무 살만 넘어도 다시 교복 입는 캐릭터를 맡지 않으려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자 "부담감이 다르다"며 말을 이었다. 

"성인 연기자로 데뷔한 분들이 교복을 입는 건, 자신들이 보여주지 않았던 10대 모습을 보여드리는 거잖아요. 하지만 저희는 가장 많이 보여드린 모습이고, 가장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에요. '역시 너는 교복 입은 게 제일 잘 어울려'라는 말 듣는 게 제일 무섭거든요. 아무래도 조심스럽죠."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드라마 됐으면
 
 tvN <백일의 낭군님>에서 연홍심 역을 맡은 배우 남지현.

tvN <백일의 낭군님>에서 연홍심 역을 맡은 배우 남지현. ⓒ 매니지먼트 숲

 
<백일의 낭군님> 종영 인터뷰와 종방연을 끝으로, 남지현은 다시 학생으로 돌아간다. 사실 촬영을 마친 뒤 계속 학생 생활에 충실했지만 말이다. 이날 종영 인터뷰를 마지막 회도 방송되기 전인 29일 월요일에 몰아 진행한 것도, 일주일 중 유일하게 공강인 날이 '월요일'이었기 때문이다. 

학기 중 방송된 드라마가 높은 인기를 끈 탓에, 학교생활이 불편하진 않은지 물었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다"며 웃었다. 통학할 땐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만 알아보는 사람이 그렇게 많진 않다고.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의아해하자 "대중교통 안에서 다른 사람 얼굴 잘 안 쳐다보잖아요. 스마트폰 보거나 하시니까"라고 했다.  

학교는 남지현에게 "언제 돌아가도 변하지 않는" 소중한 곳이다. 아무리 촬영 스케줄이 바빠도, 남지현의 최우선 스케줄은 학교. <백일의 낭군님>도 개강 전 촬영을 끝낼 수 있다는 말을 듣고서야 출연을 결정했다.  총 6학기까지 쓸 수 있는 휴학 중, 벌써 4학기를 써버린 탓에 웬만하면 방학을 최대한 이용해 작품에 출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성공적인 마침표만큼이나, 지난주 끝난 중간고사의 홀가분함이 크다고도 했다. 

"중간고사 끝나자마자 교수님이 과제를 한가득 주셔서 완벽하게 홀가분하지는 않아요. 촬영 끝나고 여행이라도 가야, 시험 끝나고 종일 침대에 누워 뒹굴뒹굴해도 부담이 없어야 진짜 뭔가 끝난 쾌감이 들죠. <백일의 낭군님>도 아직 종영을 하지 않아서 완벽하게 실감나지 않아요. 마지막 회 보면서 다 같이 '와!!' 하고 소리 질러야 실감날 것 같아요. (웃음)" 

홍심이와의 이별을 코 앞에 둔 이 순간, 가장 감사함을 전하고 싶은 이들은 드라마를 아껴준 시청자들이다. 
 
"너무 많은 사랑을 주셔서 꿈같은 시간을 보냈어요. 감사하다는 말씀 정말 많이 드리고 싶어요. 시청자분들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 드라마가 됐으면, 홍심이 원득이와 함께 울고 웃고 분노하고 즐거워했던 기억을 오래도록 간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백일의 낭군님 남지현 홍심 원심 원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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