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염정아.

배우 염정아가 영화 <완벽한 타인>에서 전업주부 수현 역을 맡았다. 그간 여러 주부 역할을 해온 것에 그는 "세상엔 정말 다양한 주부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염정아가 숏커트의 모습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영화 < H >(2002) 이후 처음이라고 하니 18년 만이었다. 최근 촬영한 영화 <뺑반> 속 역할 때문이라며 그가 웃어 보였다. 그 덕에 지금 촬영 중인 드라마 < SKY캐슬 >도 짧은 머리를 고수하게 됐다고 한다. 

보통 드라마 촬영이라는 이유로 영화 홍보 인터뷰 자리를 피하는 추세인 요즘이지만 그는 <완벽한 타인> 홍보를 위해 언론 인터뷰에 한창 응하는 중이었다. 그만큼 영화에 대한 애정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유해진, 이서진, 조진웅, 윤경호 등 또래면서 평소 궁금했던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였던 영화 <완벽한 타인>. 염정아는 그중에서 극중 태수(유해진)의 아내이자 시를 좋아하는 전업주부 수현으로 분했다. 권위적이고 무뚝뚝한 태수에 비해 수현은 순종적이고 소극적이다. 태수와 함께 40년 지기 친구의 집들이에 참석하면서 점차 속내를 털어놓게 되고, 급기야 어떤 사건으로 폭주하게 되는 인물. 
 
 영화 <완벽한 타인>의 한 장면.

영화 <완벽한 타인>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입체감을 더하다

"주변에 이런 인물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시나리오에 나와 있는 것보다 순종적인 면을 더 많이 표현하고자 했다. 후반부에서 꿈틀하는 수현이라 착한 심성을 가진 사람으로 그리고 싶었다. 남편에게 하대받는 부인에 대해 저 역시 어떤 느낌인지 안다. 우리네 엄마들이 대부분 이런 면들을 조금씩 겪으면서 살았으니까.

개인적으론 수현이 영화에서 가장 입체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한 테이블에서 배우마다 폭발하는 지점이 달랐다. 수현은 초반엔 얌전하니까 촬영할 때 다른 배우들 구경하는 식으로 잘 있었다. 그런데 후반부로 다가올수록 내 촬영이 다가오니 부담감이 커지더라(웃음)."


아이 셋을 키우고, 시어머니까지 모시는 전업주부. 남편은 그런 아내의 역할을 당연시한다. 수현이 기분을 전환하는 유일한 수단은 시 모임에 나가 작품을 외우고 읊는 순간이다. "특정한 인물을 모델로 삼진 않았고, 우리들 사는 모습이 다 거기서 거기지 않나"라며 염정아는 "수현의 모습엔 동네 주민, 제 지인들의 모습이 일부 반영돼 있다"고 전했다.  
 
 배우 염정아.

"개인적으론 수현이 영화에서 가장 입체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한 테이블에서 배우마다 폭발하는 지점이 달랐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저 역시 수현과 닮은 부분 일부 있을 것이다. 혼자 살림을 다 하고 남편과 시어머님을 모시며 억눌린 삶을 사는 인물인데 저와 다른 상황이지만 충분히 이해한다. 얼마나 억압받았기에 오죽했으면 속옷을 바꿔 입거나 벗는 행위로 일탈을 꿈꿀까. 영화를 보신 지인 중에서도 수현을 이해하는 분도 있고, 답답하다고 하는 분도 있다. 실제의 저도 잘 참는 스타일이다. 신혼 때는 남편과 싸우기도 했는데 살면서 서로 넘지 않아야 할 선이 있다는 걸 학습했다. 존댓말도 서로 한다. 오히려 신혼 때는 친구처럼 지냈는데(웃음). 어떻게 하면 문제가 안 생길지 서로가 겪으면서 배워온 것이다."

초등학생인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 염정아 역시 결혼 이후 성장한 모습이었다. 영화를 보고 결혼에 대해 관객들의 생각이 저마다 달라질 것 같다는 물음에 그는 "결혼에 대해선 어떤 조언을 할 수가 없다. 각자 알아서 하셔야 한다"며 재치 있게 웃으며 답했다. 

"센 사건이 영화에 많이 등장해서 그렇지 사실 결혼 생활이 마냥 쉬운 게 아닌 건 맞다. 갈등이 필연적으로 있다는 걸 아셔야 한다. 그걸 인정하지 못하는 분들은 결혼을 다시 생각해 보시길(웃음). 서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싸우는 부부들 저도 그렇고, 주위에도 많다. 한쪽의 변화만으로는 안 되고 같이 노력해서 극복해야지. 생활인 만큼 마냥 재밌지만은 않다. 

(극 중 서로의 핸드폰을 공개하는 게임을 하는 설정에 대해) 저희 부부는 서로의 핸드폰을 일부러 보진 않는다. 볼 일이 없지 암호도 다 알고, 어느 정도 오픈이 돼 있다. 아이들도 나와 다른 부분이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가끔 아이가 절 지적할 때도 있는데 또 그 말이 맞을 때도 있더라(웃음)."


"비밀은 알 필요가 없는 것"

한 테이블에 둘러앉은 7명의 친구들. 무심코 시작한 핸드폰 게임으로 서로 알지 말았어야 할 비밀까지 알게 되며 파국으로 치닫는 영화적 설정은 관객들에게 여러 질문 거리를 던질 만하다.
 
 배우 염정아.

"결혼생활은 서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싸우는 부부를 저도 그렇고, 주위에도 많다. 한쪽의 변화만으로는 안 되고 같이 노력해서 극복해야지."ⓒ 롯데엔터테인먼트

 
"(가족, 친한 친구라도) 전 비밀은 서로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비밀이 꼭 있어야 한다고 말하기보다는 그게 맞는 것 같다. 관계에 치명적인 비밀이라면 문제가 되겠지만 작은 비밀이라면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 그게 아니라면 서로 오픈해야지. 

저 역시 육아, 결혼 생활을 하며 점점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너그러워지는 것 같다. 안절부절 못하던 걸 내려놓게 되더라. 엄마가 직접 해야 해! 이러면서 미친 듯 쫓아다니던 때가 있었거든. 어느새 제가 못하는 부분이 생기고, 아이도 스스로 하는 게 있게 되더라. 아이가 또 공부할 나이가 되면 어찌 될 진 모르겠지만...

40년 지기 친구, 부부는 굉장히 가까운 사이지만 그 이면에 다른 게 있을 수 있다는 얘길 영화가 하고 있는 것 같다. 그걸 인정하면 상대에게 크게 실망할 일도 없지 않을까. 물론 크게 배신당하면 다른 문제가 되겠지만, 어느 정도는 서로에게 안 보이는 부분이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게 좋겠다. 수현 입장에서도 이런 주부라도 뭔가 탈출구가 있어야 한다고 바라봐 주시면 좋겠다. 물론 가족과 함께 하는 행복이 있겠지만 그 안에서 또 답답한 게 있거든."


가정과 사랑에 대해 솔직한 생각을 터놓는 염정아는 엄마이자 아내이면서 동시에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 중 한 사람이다. 그 또한 "역시 연기할 때 마음이 제일 좋다"며 이후 작품 활동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곧 드라마와 새 영화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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