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후반전 초반 경기 흐름을 휘어잡으며 0-1로 끌려가던 점수판을 3-1로 뒤집어놓은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하지만 경기 시간은 30분 이상 꽤 많이 남아있었다. 축구장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마음의 빈틈이 보이는 순간 흐름이 다시 넘어가는 것은 그야말로 한순간이었다. 그리고 가시마 앤틀러스는 어웨이 골 위력을 입증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수원 블루윙즈의 뒷심은 딱 거기까지였다.
 
가시마 앤틀러스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가시마 앤틀러스의 경기에서 3-3 동점을 기록하며 결승에 진출한 가시마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 가시마 앤틀러스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가시마 앤틀러스의 경기에서 3-3 동점을 기록하며 결승에 진출한 가시마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돌아온 서정원 감독이 이끌고 있는 수원 블루윙즈(한국)가 우리 시각으로 24일 오후 7시 수원 빅 버드에서 벌어진 2018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 가시마 앤틀러스(일본)와의 홈 경기에서 3-3으로 비겼지만 1, 2차전 합산 점수 5-6으로 밀려나 아쉽게도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임상협의 귀중한 동점골부터 기세 좋았지만

홈 팀 수원의 전반전은 내세울 것 없었다. 점유율은 앞섰지만 유효 슛을 단 1개도 기록하지 못하고 0-1로 끌려가기 시작한 것이다. 반면에 어웨이 팀 가시마 앤틀러스는 첫 번째 유효 슛을 바로 골로 연결하여 실리 축구의 위력을 자랑했다. 

수비 집중력에서 수원보다 가시마가 앞섰다고 봐야 한다. 25분에 가시마 앤틀러스가 프리킥 세트 피스로 먼저 골을 넣었다. 브라질 출신 공격수 세르징요가 왼발로 올린 오른쪽 측면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수비수 야마모토 슈토의 프리 헤더가 수원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날아든 것이다.

야마모토 슈토를 위험 지역에서 밀어낼 만한 수비수가 한 명도 달라붙지 못했다는 것은 수원의 후반전 수비에도 빈틈이 생길 것을 예고하는 듯 보였다. 특히, 세트 피스 맨투맨 수비의 문제점은 이미 15분 전에 쇼지 겐의 프리 헤더 슛 장면에서 드러났기 때문에 수원 수비의 허술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뿐이었다.

이에 수원 벤치에서는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수비형 미드필더 최성근을 빼고 골잡이 박기동을 들여보내며 4-4-2로 더 공격적인 포메이션을 주문했고 거짓말처럼 그 효과는 신나는 공격 흐름을 만들어냈다. 
 
동점골 넣은 수원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가시마 앤틀러스의 경기. 수원 임상협이 동점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 동점골 넣은 수원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가시마 앤틀러스의 경기. 수원 임상협이 동점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52분터 60분까지 8분 사이에 수원 선수들이 3골을 몰아넣으며 결승 진출 희망가를 부른 순간은 레알 마드리드 CF, FC 바르셀로나(이상 스페인), 유벤투스(이탈리아) 등 유럽 챔피언스리그 정상급 팀들이 결코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52분에 오른쪽 측면에서 넘어온 크로스를 받은 염기훈이 위협적인 헤더 슛을 날렸고 가시마 골키퍼 권순태의 슈퍼 세이브가 빛났다. 하지만 떨어진 공에 누구보다 집중한 선수는 수원의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 임상협이었다. 

지난 3일 열린 어웨이 경기에서 가시마 앤틀러스의 골키퍼 권순태에게 박치기 폭행을 당한 임상협이었기에 바로 그 당사자 앞에서 터뜨린 이 동점골의 가치는 더욱 특별하게 빛났다. 수원 선수들에게 역전승을 반드시 이뤄야 한다는 특별한 동기로 작용한 셈이다.

빛바랜 '데얀'의 36호골

임상협 효과가 수원 공격의 물길을 힘차게 끌어올렸다. 곧바로 프로 2년차 미드필더 김준형의 기습적인 왼발 중거리슛(53분)까지 날아든 것이다. 이 공을 가시마 골키퍼 권순태가 몸을 날려 쳐내 수원의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가 이어졌다. 

거기서 수원 블루윙즈의 역전골이 터져나왔다. 염기훈이 왼발로 감아올린 공을 센터백 조성진이 몸을 내던지며 헤더로 성공시킨 것이다. 2분도 안 되는 사이에 2골을 몰아넣은 수원 블루윙즈의 집중력이 놀라웠다. 
 
앞서가는 수원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가시마 앤틀러스의 경기. 역전골을 넣은 수원 조성진이 기뻐하고 있다.

▲ 앞서가는 수원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가시마 앤틀러스의 경기. 역전골을 넣은 수원 조성진이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수원 세 번째 골 넣은 데얀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가시마 앤틀러스의 경기. 수원 세 번째 골을 넣은 데얀이 기뻐하고 있다.

▲ 수원 세 번째 골 넣은 데얀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가시마 앤틀러스의 경기. 수원 세 번째 골을 넣은 데얀이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리고 60분에 정점을 찍었다. 오른쪽 측면에서 장호익의 찔러주기를 받고 빠져들어간 골잡이 데얀 다미아노비치가 절묘한 속임 동작으로 가시마 골키퍼 권순태의 타이밍을 기막히게 빼앗는 오른발 인사이드 슛을 정확하게 차 넣은 것이다. 

데얀 다미아노비치의 이 골은 라이언 킹 이동국(전북 현대)의 이 대회 최다 득점 기록인 36호골이었기에 더 멋지게 빛났다. 3-1 점수판(합산 점수 5-4) 그대로라면 페르세폴리스 FC(이란)와의 결승전 두 경기를 뛰면서 대기록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준결승 결과가 나오기까지 30분 가량의 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다. 이 시간의 의미는 가시마 앤틀러스가 결코 포기하지 않고 다시 달려든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정말로 가시마 앤틀러스의 뒷심 좋은 실리 축구는 바로 그 이후에 더 빛났다. 

1-3으로 뒤집힌 가시마 앤틀러스는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달려들었다. 64분에 니시 다이고의 침착한 오른발 아웃사이드 슛이 수원 센터백 곽광선과 골키퍼 신화용을 피해 절묘하게 왼쪽 기둥에 맞고 빨려들어갔다. 역전패의 수렁에서 단 4분만에 기어올라온 것이다. 

3-2 점수판이 1차전과 똑같기 때문에 연장전이 떠올랐다. 하지만 수원의 허술한 수비라인은 위험 지역에서 상대 팀 실력자를 제대로 밀어내지 못하고 말았다. 82분, 스즈키 유마가 밀어준 공을 잡은 세르징요가 주특기 왼발이 아닌 오른발 슛으로 수원 골문을 또 한 번 갈랐다. 

이처럼 수원 블루윙즈는 다시 끌려가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가시마 앤틀러스의 세 번째 골 때문에 수원이 결승전에 오르기 위해서는 2골을 더 넣어야 한다는 무거운 숙제가 남았다.

후반전 추가 시간 3분만에 수원에 추가골 기회가 찾아왔지만 데얀 다미아노비치가 밀어준 공을 받아놓은 염기훈이 가까운 곳에서 터뜨린 왼발 슛이 옆그물만 흔들고 말았다. 수원의 마지막 안간힘은 딱 거기까지였다. 
 
경기 지켜보는 서정원 감독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가시마 앤틀러스의 경기. 수원 서정원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경기 지켜보는 서정원 감독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가시마 앤틀러스의 경기. 수원 서정원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이제 수원 블루윙즈(4위 49점)는 K리그 1 상위 스플릿 다섯 경기 일정을 통해 3위 울산 현대(56점)를 따라잡아야만 2019년에도 이 대회에 도전할 기회를 얻게 되는데 승점 7점 차이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그런데 수원 블루윙즈의 FA(축구협회)컵 준결승 상대도 마침 울산 현대이기 때문에 이래저래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내기 위해서는 울산의 호랑이굴에 들어가서 주인을 몰아내야만 하는 까다로운 숙제가 남았다.

2018 AFC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 결과
(24일 오후 7시, 수원 빅 버드)

★ 수원 블루윙즈 3-3 가시마 앤틀러스 [득점 : 임상협(52분), 조성진(53분, 도움-염기훈), 데얀 다미아노비치(60분, 도움-장호익) / 야마모토 슈토(24분, 도움-세르징요), 니시 다이고(64분, 도움-세르징요), 세르징요(82분, 도움-스즈키 유마)]
- 1, 2차전 합산 점수 5-6으로 가시마 앤틀러스 결승 진출

◎ 수원 선수들
FW : 데얀 다미아노비치
AMF : 염기훈, 사리치(78분↔이종성), 김준형(73분↔조원희), 임상협
DMF : 최성근(46분↔박기동)
DF : 이기제, 곽광선, 조성진, 장호익
GK : 신화용

◇ 주요 경기 기록 비교
점유율 : 수원 블루윙즈 62.7%, 가시마 앤틀러스 37.3%
유효 슛 : 수원 블루윙즈 7개, 가시마 앤틀러스 3개
슛 : 수원 블루윙즈 19개(박스 안 12개), 가시마 앤틀러스 8개(박스 안 7개)
코너킥 : 수원 블루윙즈 6개, 가시마 앤틀러스 5개
가로채기 : 수원 블루윙즈 9개, 가시마 앤틀러스 11개
오프사이드 : 수원 블루윙즈 3개, 가시마 앤틀러스 2개
패스 : 수원 블루윙즈 504개, 가시마 앤틀러스 300개
패스 성공률 : 수원 블루윙즈 71.8%, 가시마 앤틀러스 59.3%
롱 패스 : 수원 블루윙즈 86개, 가시마 앤틀러스 84개
크로스 : 수원 블루윙즈 25개, 가시마 앤틀러스 15개
크로스 성공률 : 수원 블루윙즈 32%, 가시마 앤틀러스 33.3%
태클 : 수원 블루윙즈 22개, 가시마 앤틀러스 10개
태클 성공률 : 수원 블루윙즈 68.2%, 가시마 앤틀러스 60%
파울 : 수원 블루윙즈 14개, 가시마 앤틀러스 18개
경고 : 수원 블루윙즈 4장(26분 최성근, 41분 조성진, 55분 조성진, 90+4분 박기동), 가시마 앤틀러스 0장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