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2019 시즌 국제빙상연맹(ISU) 피겨 그랑프리 시리즈가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스케이트 아메리카 대회를 시작으로 공식 개막한다.

올림픽 이후 첫 시즌은 대개 새로운 신예 선수들이 시니어로 대거 올라오는 때이다. 한국에서는 여자싱글에서 임은수(15·한강중)가 시니어 그랑프리 데뷔전을 준비하고 있고, 남자싱글에서는 차준환(17·휘문고)이 두 번째 시니어 그랑프리 시즌을 앞두고 있다.
 
두 선수는 올 시즌 시니어 그랑프리에 참가하는 전체 선수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리다. 그만큼 앞으로의 가능성이 무한한 이들이기에 무엇보다 자신감을 갖고 경험을 쌓는 데 의의를 두는 것이 좋다.

임은수, 당당하게 시니어 무대에 맞서라
 
 임은수의 연기모습

임은수의 연기모습 ⓒ 대한빙상경기연맹

  
한국 피겨는 평창 이후 '베이징 기대주'로 꼽히는 임은수, 유영(14·과천중), 김예림(15·도장중)이 새 얼굴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가운데 임은수가 세 명 가운데 가장 먼저 시니어 무대에 선다.
 
임은수는 주니어 시절부터 국제대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두 번의 주니어 그랑프리 시즌과 주니어 세계선수권을 거치면서 단 한 번도 5위권을 벗어난 적이 없을 정도로 성적이 우수했다. 특히 점프에서 상당한 높이와 넓은 비거리를 자랑해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 등에서 높은 가산점을 얻고 있다.
 
임은수는 지난 3월 주니어 세계선수권 대회를 마무리 한 직후 곧바로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나는 등 시니어 데뷔를 준비했다. 그는 미국의 피겨왕자로 꼽히는 네이선 첸의 코치인 라파엘 아르투니안 아래서 맹훈련을 이어가며 올 시즌 새 프로그램인 '사랑의 은하수'와 '영화 시카고 OST'를 준비했다.
 
일찌감치 준비한 효과는 컸다. 임은수는 지난 8월 태국에서 열린 국제빙상연맹(ISU) 피겨 챌린저 시리즈 아시안트로피 대회에서 김연아 이후 최초로 ISU 공인대회 시니어 부문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어 9월에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US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대회에서 은메달을 차지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두 개의 메달은 그의 세계랭킹을 20위까지 끌어올렸는데, 이는 한국 여자피겨 선수 중 가장 높은 순위다.
 
임은수는 당초 그랑프리 5차 대회인 로스텔레콤 컵 대회에 한 차례만 배정 받았는데, 또 다른 대회에 추가 배정 받는 것을 목표로 두 번의 챌린저 대회에 출전했다. ISU 규정상 챌린저 시리즈에서 좋은 성적을 낸 선수는 그랑프리 시리즈의 추가배정에서 우선순위 대상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에게 좀처럼 추가 배정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고, 결국 그랑프리 개막이 임박했다.
 
그런데 지난 17일 4차 대회인 NHK 트로피에서 최다빈(18·고려대)이 기권한 자리에 임은수가 대신 배정되면서, 극적으로 그랑프리 두 개 대회 출전이 성사됐다.
 
임은수는 4차 대회에서 일본피겨 강자인 미야하라 사토코, 평창 올림픽 러시아 대표로 출전했던 마리아 소츠코바와 맞붙고, 이어 5차 대회에서는 평창 올림픽 챔피언인 알리나 자기토바, 2018 세계선수권 2위 히구치 와카바, 2014 소치 올림픽 4위 그레이시 골드 등을 만난다. 대부분 시니어로 3년 이상 뛴 경험이 있는 노련한 선수들인 만큼, 무엇보다 자신감을 갖고 제 경기에 당당히 임하는 것이 관건이다.

차준환, 두 번째 시니어 그랑프리 도전
 
 차준환의 모습

차준환의 모습 ⓒ 브라보앤뉴

  
남자싱글에서는 차준환이 지난 시즌에 이어 두 번째 시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 도전한다. 지난 시즌 차준환에게 그랑프리는 무척 아픈 기억이었다. 당시 차준환은 부상으로 인해 캐나다에서 열린 그랑프리 2차 스케이트 캐나다에서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9위에 머물렀다. 이어 그랑프리 6차 스케이트 아메리카에도 출전할 예정이었지만, 평창 올림픽 선발이 걸려있던 국내 회장배 랭킹대회 일정으로 인해 대회를 기권할 수밖에 없었다.
 
부상을 털고 일어나 다시 뛰기 시작한 차준환은 이번 시즌 챌린저 시리즈에서 두 개의 은메달을 수확했다. 9월 캐나다에서 열린 어텀 클래식 대회에서는 쇼트프로그램에서 90점대를 돌파한 데 이어, 프리스케이팅과 총점까지 모두 개인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어 이달 초에 열린 핀란디아 트로피에서도 은빛 행진을 이어갔다.
 
아픔을 딛고 일어난 차준환은 4회전 점프를 쇼트프로그램에 1개, 프리스케이팅에 2개를 배치했고,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에서 트리플 러츠-트리플 루프로 점프 난이도를 올리는 등 기술 난이도를 한 단계 높였다.
 
평창올림픽에서 한국 남자피겨 사상 최고 성적인 15위를 기록했던 그는 이번 시즌 시니어 그랑프리 출전 선수 중 나이가 가장 어리다. 남자 선수들의 전성기가 여자 선수들에 비해 늦게 온다는 점과 그의 나이 등을 고려해 봤을 때 차준환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차준환은 당초 그랑프리 2차인 스케이트 캐나다 대회에만 배정됐지만, 이후 핀란드에서 열리는 그랑프리 3차에 추가 배정되면서 두 개 대회에 연달아 출전하게 됐다. 그는 2차 대회에서 평창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우노 쇼마(일본)를 만나고, 3차 대회에서는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하뉴 유즈루(일본), 평창 올림픽 4위의 진 보양(중국)과 경쟁을 펼친다.

한편 차준환 이외에도 한국 남자피겨 맏형인 이준형(22단국대)이 NHK 트로피 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다.
 
자기토바에 이은 또 다른 강자 등장?

지난 시즌까지 여자피겨는 러시아가 싹쓸이를 이어가는 형국이었다. 평창 올림픽에서 알리나 자기토바(16·러시아)가 만 15세의 어린 나이로 우승을 차지하면서 독주체제는 정점을 찍었다. 반면 자기토바에 밀려 은메달에 머문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19·러시아)는 캐나다로 둥지를 옮겨 새 시즌을 준비해왔다. 그동안 러시아의 예테리 투트베리제 코치 밑에서 훈련해온 이들이 서로 다른 길을 걸으면서 향후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상당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웃 국가 일본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기존 주니어 선수들을 대거 시니어로 올리면서 승부수를 띄우는 모양새다. 평창 올림픽에서 각각 4, 6위를 차지했던 미야하라 사토코, 사카모토 가오리 이외에도 트리플 악셀 점프로 주니어에서 큰 주목을 받은 키히라 리카, 제2의 아사다 마오로 시선을 집중시킨 혼다 마린, 주니어 그랑프리 출전 경험이 있는 야마시타 마코 등이 그러하다. 이는 베이징 올림픽을 겨냥한 세대교체 작업일 가능성이 높다.
 
북미 지역은 여자피겨 인재가 없어 울상이다. 캐나다는 평창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케이틀린 오스먼드가 이번 시즌 휴식을 취하기로 한데 이어, 2인자인 가브리엘 데일먼마저 그랑프리 기권을 선언하면서 완전히 김이 샜다. 미국은 신데렐라로 주목받고 있는 브레디 테넬이 그랑프리에 출전하는 가운데, 평창 올림픽에 참가했던 카렌 첸, 중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머라이어 벨, 안젤라 왕, 코트니 힉스 등이 그랑프리에 나서지만, 러시아나 일본에 비해 확연히 밀리는 형국이다.
 
한편 임은수와 함께 이번 시즌 그랑프리 2차와 4차에 출전할 예정있던 최다빈은 부츠문제로 기권했다. 올댓스포츠 측은 18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평창올림픽 시즌부터 문제였던 최다빈의 부츠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 기권을 결정했다"며 "다른 국제대회에 참가할 계획은 아직 없는 상태이고, 부츠 문제가 해결되는 대로 다음 대회 출전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 2018-2019 피겨 그랑프리 시리즈 일정
1차 스케이트 아메리카(미국 워싱턴): 10월 19-21일
2차 스케이트 캐나다(캐나다 퀘벡): 10월 26-28일 (차준환 출전)
3차 ISU GP 헬싱키(핀란드 헬싱키): 11월 2-4일 (차준환 출전)
4차 NHK 트로피(일본 히로시마): 11월 9~11일 (임은수, 이준형 출전)
5차 로스텔레콤 컵(러시아 모스크바): 11월 16~18일 (임은수 출전)
6차 엔테르시오느 드 프랑스 (프랑스 이제르): 11월 23~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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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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