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해원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

차해원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 ⓒ 박진철

  
여자배구 대표팀의 2018 세계선수권 대회 성적 부진 문제가 성추행 논란으로 번지면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배구협회는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성추행 관련 사건 경위와 후속 조치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배구협회는 "2018 세계선수권 대회를 대비한 훈련 기간 중 여자배구 대표팀의 A 코치가 9월 17일 늦은 시간에 진천선수촌 내에서 팀 스태프들과 음주를 하였고, 자리가 끝난 후 방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코치가 재활 트레이너에게 성추행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구협회는 후속 조치로 "여자 대표팀이 귀국한 후 협회는 내부적 논의를 거쳐 여자 대표팀 감독에게 자진 사퇴를 권고하였고, 2018년 10월 10일 차 감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등을 통해 이번 건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조사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대한체육회도 11일 이번 성추행 논란에 대해 직접 조사에 들어갔다.

차해원 감독 "관리 소홀 죄송"... "성추행 논란 상상도 못할 일"

11일 밤 차해원 감독으로부터 사직서 제출과 성추행 논란 경위 등에 대해 직접 들을 수 있었다. 차 감독은 우선 국민과 배구팬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으로서 세계선수권 성적 부진과 성추행 논란까지 발생한 데 대해 국민과 배구팬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려 너무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성추행 논란도 선수단 관리 소홀 책임은 감독에게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차 감독은 그러나 "진천선수촌 숙소에서 그런 일이 발생하리라곤 꿈에도 생각 못했다. 성추행이 있었다는 방은 제가 쓰는 방과 동이 다르다. 무슨 일이 있는지 알기 어렵고, 취침 시간까지 감시할 수는 없는 문제도 있다"며 "다음 날 성추행이 있었다는 보고를 받고 너무도 황당했다. 일단 배구협회에 보고하고 코치 교체 등 필요한 조치들만 서둘러 취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중요한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감독으로서 선수들 분위기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느라 정신을 차리기조차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여성 코치 선임 간청했는데, 남성 코치만 쓰라고 계속 강권"

일각에서는 성추행 논란이 된 코치는 애초에 차 감독이 원했던 코치가 아니었던 인물을 배구협회에서 강권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배구협회의 핵심 부서인 여자 경기력향상위원회가 감독의 요청을 끝까지 묵살하고 남성 코치만 선임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답변을 꺼리던 차 감독은 "있는 그대로만 말씀 드리겠다"라며 "저는 대표팀 전임감독으로 임명된 이후 수석 코치는 여성으로 선임해 달라고 배구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요청한 여성 코치는 선수 시절 뛰어난 업적을 남긴 레전드 출신이다. 더군다나 최근 몇 년 동안 성인 대표팀 코치도 역임했다. 그보다 유능한 인재를 찾기도 어려웠다. 당연히 배구협회에서 수용해 주리라고 생각했다"라고 추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 경기력향상위원회 위원장이 '여성 코치는 안된다. 남성 코치로만 하자', '평가 점수가 낮다'며 강력히 반대했다"라고 밝혔다.

차 감독은 "내가 여성 코치를 선임하고자 했던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며 "여자배구 레전드 출신의 코치가 옆에서 도와주면 여자배구 선수들을 이끌어가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여성 코치가 있으면 여자 선수들이 남자 감독에게 말하기 어려운 부분들까지 세심하게 챙길 수 있다. 감독과 여자 선수들 간 소통을 하는 것도 더 원활해지고, 효율적인 선수 관리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측면에서 여자배구 대표팀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코치 중에 최소한 1명은 여성 코치가 필요하다는 게 소신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아무리 설명하고 설득을 해도 경기력향상위원회는 받아주지 않았다"며 "정말 애원하디시피 요청했지만, 완강하게 반대를 하는 데다 국제대회는 다가오고 대표팀 구상도 가닥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결국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차해원 감독은 "전임감독이 되고 난 후 코치 선임 문제 때문에 맥이 빠진 채 출발을 한 셈"이라며 "선수 선발 문제는 경기력향상위원회와 상의를 해서 한다고 해도, 코치는 감독과 한 몸이 되어 함께 고민하고 움직여야 할 사람이다. 그렇게 간청을 했는 데도 끝까지 반대한 이유를 지금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배구계에 몸담으면서 그런 경우를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당황스럽고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며 당시 심경을 밝혔다. 이어 "만약 제가 요청한 대로 여성 코치를 임명했다면, 국제대회 성적이 더 좋아졌을 수도 있고, 특히 성추행 논란은 발생할 여지도 없었을 것"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배구협회 관계자는 12일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배구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가 여성 코치 선임을 반대한 이유는 키가 크고 힘이 있는 남자 코치가 연습 볼을 때려주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논리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성추행 진상조사위원회에서는 코치 선임 당시의 문제는 조사 대상이 아닌 걸로 알고 있다. 앞으로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재영 출전' 뭇매에 차 감독 "원래 이소영 출전 예정이었으나..."

최근 차해원 감독은 지난 9월 29일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첫 경기인 태국전에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이재영 선수를 출전시켰다는 이유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차 감독은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 차 감독은 "태국전에 교체 멤버로 들어가 좋은 모습을 보인 이소영을 다음 날 아제르바이잔과 경기에서 선발 출장시키기로 가닥을 잡았다"며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과도 의견 조율이 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경기 당일 아침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이소영이 숙소 침대에서 일어나는 과정에서 한쪽 발을 잘못 디뎌 넘어졌다. 발목이 삐는 부상을 입었다. 결국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고,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이재영 선수가 뛸 수밖에 없었다. 차 감독은 이소영이 너무 미안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상 원인을 외부에 알리지 않기로 했지만, 결과적으로 혼자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배구협회 측이 이에 대한 적절한 상황 설명을 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배어 있었다.

한편 대한민국배구협회는 12일 오후 "대표팀전임감독선발인사위원회에서 차해원 감독의 사직서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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