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퍼스트맨>의 포스터.

영화 <퍼스트맨>의 한 장면. ⓒ UPI코리아

 
냉전 시대, 우리에겐 다소 먼 이야기지만 달 탐험 역사는 미국에겐 자존심이 걸린 문제기도 하다. 세계 최초로 달에 첫발을 내디딘 닐 암스트롱이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신예이자 단 두 편의 영화로 천재 수식어를 듣는 데이미언 셔졜 감독이 만났다.

영화 <퍼스트맨>은 제임스 R. 한센의 원작 소설 <퍼스트 맨: 닐 암스트롱의 일생>을 기반으로 했다. 닐 암스트롱이 테스트 비행사로 생활하다 이후 아폴로 프로젝트까지 합류하게 되는 과정을 다룬다.

음악의 절제, 빼어난 심리 묘사

감독의 이름을 듣고 가장 기대하는 건 아무래도 음악일 수밖에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좋다. 음악 감독을 맡은 저스틴 허위츠는 바로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첫 연출작인 뮤지컬 영화 <가이 앤 매들린 온 어 파크 벤치>(2009)를 비롯해 <위플래시>(2014) <라라랜드>(2016)까지 모두 함께한 장본인. 누구보다 감독의 작품 세계를 이해할 법한 동료다.

<퍼스트맨>에서 음악은 적재적소에 배치돼 있다. 전작과 달리 음악영화는 아니지만 닐 암스트롱이 달 탐사 때도 들었다고 알려진 루나 랩소디(Lunar Rhapsody)를 비롯해, 영화가 끝나고도 입으로 읊조리게 할만큼 친숙한 노래들이 곳곳에 담겨 있다. 그 수는 많지 않지만 오케스트라 혹은 현악기를 사용한 간단한 선율로 닐 암스트롱의 감정을 공감하기에 충분하다.

영화는 닐 암스트롱의 위대한 업적을 강조하기보단 그가 임무를 맡는 과정에서 느꼈을 심리적 압박, 가족과 이웃 간의 말 못 할 갈등을 집중 묘사한다. 딸 캐런을 잃은 슬픔은 그에겐 평생 트라우마로 작용했을 터. 영화 역시 이 지점을 건드리며 닐 암스트롱 특유의 정서적 고립감을 강조했다. 

닐 암스트롱 역을 맡은 라이언 고슬링이 직접 유족을 만나 고인에 대한 정서적 거리감을 좁힌 결과, 훌륭한 연기를 해냈다. 감정을 폭발시키기 직전까지 억눌린 그의 고통은 동료 비행사들이 하나둘 사고로 목숨을 잃을 때 강하게 드러난다. 닐뿐만 아니라 아내 자넷 암스트롱이 겪었을 법한 외로움과 상실감도 묘사하며 이 인물들이 처한 상황을 누구보다 극적으로 보이게 했다. 
 
 영화 <퍼스트맨>의 한 장면.

영화 <퍼스트맨>의 한 장면. ⓒ UPI코리아

 
핸즈헬드의 묘미

이미 전작에서 클로즈업의 탁월한 사용으로 캐릭터의 긴장감을 극대화 한 바 있는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이번 작품에선 광각과 빈번한 헨즈헬드를 십분 활용했다. 영화 시작부터 거의 내내 흔들리는 화면은 자칫 어지러움을 줄 수도 있지만 그만큼 불안한 각 인물들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선택이기도 하다. 

특히 영화는 우리가 흔히 TV에서 봤을 법한 우주선 발사 장면을 배제한 채 선실 내부의 모습을 주로 보여준다. 인물에 가까이 다가가 그들의 표정과 땀방울 하나하나까지 묘사한다. 이는 사실성을 담보함과 동시에 관객으로 하여금 인물과 쉽게 동일시 하도록 하는 주요한 장치기도 하다. 

영화 말미 원거리에서 아폴로호의 상승 장면이 나오는데 그것을 빼고 대부분은 선체 내부를 비롯해 모두 근거리에서 우주인들의 고군분투를 잡아냈다. 여기에 더해 후반 장면, 즉 달에 발을 딛기 직전 영화는 Imax 화면 비율에 비 헨즈핼드로 전환한다. 그렇게 치열하게 달려온 이유가 바로 이 광활한 달의 표면을 보기 위함이었다. 숭고함이 밀려온다.

여러 모로 데이미언 셔젤은 자신이 무얼 찍고 있고,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 누구보다 확실하게 알았던 감독으로 꼽을 수 있었다.

한 줄 평 : 놀라운 심리묘사, 블록버스터를 능가하는 긴장감
평점 : ★★★★☆(4.5/5)

 
영화 <퍼스트맨> 관련 정보

수입 및 배급: UPI코리아
감독: 데이미언 셔젤 <라라랜드><위플래쉬>
출연: 라이언 고슬링, 클레어 포이, 제이슨 클락 외
장르: SF, 드라마
음악: 저스틴 허위츠 <라라랜드><위플래쉬>
프로덕션 디자인: 나단 크로리 <인터스텔라><덩케르크>
관람등급: 12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41분
북미 개봉: 2018년 10월 12일
국내 개봉: 2018년 10월 18일
 
퍼스트맨 닐 암스트롱 라이언 고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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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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