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 서울이 결단을 내렸다. 구단은 이을용 감독 대행을 대신해 과거 서울의 지휘봉을 잡았던 최용수의 복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울은 작금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독수리' 최용수 감독을 급하게 사령탑에 앉히게 됐다. 현재 서울은 큰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K리그1 9위인 서울은 지난 주말 전남 드래곤즈와 리그 32라운드 경기 패배로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하위 스플릿행이 확정됐다.

단순히 상위 스플릿에 참여하지 못한 정도가 아니다. 당장 강등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크다. 현재 승점 35점의 서울과 꼴찌 인천 유나이티드의 승점 격차는 단 5점에 불과하다.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는 11위 전남과 차이는 3점이다. 단 한 경기 결과에 따라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일단 서울 팬들은 소방수로 최용수 감독이 투입된 점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최용수 감독은 K리그에서 능력을 검증받은 감독이다. 2011년 서울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한 최용수는 총다섯 시즌 반 동안 K리그1 우승 1회, FA컵 우승 1회, AFC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등을 일궈냈다. 최용수가 있는 동안은 서울이 전북 현대의 유일한 대항마로 위치했을 정도다.

선수단과 '밀당'에 능한 최용수 감독의 능력도 기대감을 높인다. 최용수 감독은 언론과 인터뷰를 통한 적절한 채찍질과 당근 제시로 선수단을 쥐락펴락했다. 덕분에 스타 선수가 많았던 서울이지만 큰 불화 없이 팀이 원활하게 운영됐다. 올 시즌 주축 선수들이 감독 혹은 언론과 연일 마찰음을 내며 흔들렸던 서울에게 '여우'같은 최용수 감독의 능력이 절실하다.

 
 SBS 최용수 해설위원

SBS 해설위원으로도 활약했던 최용수 감독.ⓒ SBS

 
2016 성남과 묘하게 닮은 서울

그렇다면 최용수 감독을 선택한 서울은 강등을 면할 수 있을까.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이번 시즌 서울의 행보가 2016년 강등의 아픔을 겪은 성남FC와 묘하게 닮아있다.

2016년 K리그1 소속이었던 성남은 최종 순위 11위로 K리그2의 강원FC와 승강 플레이오프 경기 끝에 강등됐다. K리그1 리그 최다 우승팀의 몰락이었다. 2016년 시즌 초반 전북을 제치고 리그 1위까지 올라섰던 성남의 비참한 시즌 마무리였다.

추락의 원인은 명확했다. 바로 성급한 감독 교체였다. 여름부터 부진에 빠진 성남은 9월 초 김학범 감독을 경질했다. 대체자로 성남은 자신들의 유소년 팀인 풍생고등학교 감독 구상범을 감독 대행으로 결정했다.

악수였다. 프로 감독 경험이 전무하고 급작스럽게 팀을 맡은 구상범 감독 대행은 좀처럼 성남의 반등을 만들지 못했다. 김학범 감독 경질 당시 7위였던 순위는 결국 11위까지 곤두박질쳤다. 강원과 승강 플레이오프 경기에서는 구상범을 대신해 변성환 코치가 경기를 지휘했다. 확실한 계획 없이 감독을 교체한 성남은 끝내 강등당했다.

이번 시즌 서울의 행보도 큰 틀에서는 성남과 비슷하다. 리빌딩의 중심축이었던 황선홍 감독을 리그 10라운드 만에 성적 부진을 이유로 내쳤다. 딱히 마땅한 후임자가 없었지만 분노한 서울 팬들의 민심을 잠재우기 위한 방침이었다. 그렇게 후임으로 프로 감독으로 이렇다 할 경험이 없는 이을용 감독 대행이 왔고 반전에는 실패했다. 서울도 2016년의 성남과 마찬가지로 한 시즌에만 3명의 감독이 팀을 지휘하게 됐다.

그나마 서울의 위안거리는 경험과 능력이 증명된 최용수 감독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경험이 없던 감독을 내세웠던 성남과는 다르다. 또한 서울은 이번 계약을 통해 최용수 감독과 2021년까지 함께 하기로 했다. 감독의 미래가 확실하기에 승리를 향한 선수단과 감독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쉽지 않을 서울의 강등 전쟁

잔류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아무리 최용수 감독이라도 추락에 가속도가 붙은 하락세를 막는 것은 쉬운 작업이 아니다. 게다가 추격자들의 기세도 무섭다. 인천은 최근 6경기에서 승점 9점을, 전남은 10점을 쌓았다. 같은 기간 서울은 고작 3점을 챙기는 데 그쳤다.

최용수 감독 부재 사이 확 달라진 서울의 선수단도 고민거리다. 최용수 감독이 떠나기 직전 중용했던 핵심 자원 데얀, 오스마르, 윤일록 등은 모두 팀을 떠났다. 고요한은 징계로 2경기 출장 정지 상태고 박주영은 아예 전력 외로 밀려났다. 신진호 정도가 최용수가 지도한 주요 멤버다.

더욱이 서울 역사상 최악의 길을 걷고 있는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도 문제다. 공격 상황에서 차이를 만들어야 할 외국인 선수들이 단체로 고전하고 있다. 서울 팬들은 외국인 선수들의 플레이에 즐거움보다는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최용수 감독에게 치명적으로 다가온다. 최용수 감독은 다소 보수적인 수비 운영을 기반으로 점유율을 높여 상대를 공략한다. 빠른 역습보다는 지공 상황에서 짜인 패턴으로 공격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결론적으로 좁은 공간에서 차이를 만들어 줄 수준급에 외국인 선수가 필요하다. 그러나 서울의 현 외국인 선수들은 특별하지 않다. 안델손이 6골 4도움을 기록한 것이 가장 우수한 개인 성적이다. 데얀, 몰리나, 아드리아노 등 최고의 외국인 선수만 보유했던 최용수 감독에게 주어진 자산은 매력적이지 않다.

기존의 방식대로 지금의 사태를 돌파하는 일은 어려워 보인다. 과감한 선택이 필요하다. 조영욱과 같은 발 빠른 측면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공격의 속도를 높인다든지, 혹은 약속된 세트피스로 빈약한 득점력을 대체하는 방식도 있다.

어쨌든 주사위는 던져졌다. 서울의 운명은 최용수 감독 손에 달렸다. 서울에게 2018년의 가을이 반전의 시작점으로 남을까. 아니면 굴욕적 강등의 칼날을 맞을까. 남은 여섯 경기에 모든 것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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