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A.J 힌치 감독(휴스턴 애스트로스)과 알렉스 코라(보스턴 레드삭스)감독은 함께 호흡을 맞추며 팀의 첫 우승을 이뤄냈다. 당시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벤치 코치였던 코라 감독은 우승 직후 보스턴과 3년 계약을 체결하며 휴스턴과 이별을 택했고, 이제는 최후의 적으로 휴스턴을 상대하게 되었다. 하루 아침에 동지에서 가장 큰 적으로 만나게 된 것이다. 14일(현지 시각) 미국 펜웨이 파크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보스턴 레드삭스가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로 만난다.
 
이번 시즌 보스턴 레드삭스는 환상적인 시즌을 보냈다. 프리 시즌에서 JD 마르티네즈를 5년 1억 1000만 달러의 금액에 잡으며 부족했던 중심타선의 파워를 보강하면서 지구 라이벌 양키스에 밀리지 않는 전력을 구축한 보스턴은 초반부터 무섭게 질주했다.
 
우선 팀에 새롭게 합류한 JD 마르티네즈는 1년 2200만 달러 연봉이 전혀 아깝지 않은 걸출한 활약을 했다. 0.330의 타율에 43홈런 130타점을 기록한 마르티네즈는 타격 트리플 크라운 도전에는 실패했지만, 보스턴에 부족했던 홈런 수를 증가시켜주는데 1등 공신 역할을 했다.
 
JD와 함께 공포의 상위 타선을 구축한 무키 베츠는 이제 트라웃과 MVP 경쟁을 하는 선수가 되었다. 아니 올 시즌만 보면 오히려 베츠가 더 위였다. 지난 시즌 슬럼프에 빠지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베츠는 0.346의 타율에 출루율은 무려 0.438에 달했다. 홈런도 32개를 기록하며 퍼펙트한 리드오프였다.
 
이외에도 보스턴의 미래라 불리는 앤드류 베닌텐디와 젠더 보가츠의 활약도 눈부셨다. 두 선수는 항상 꾸준하게 제 몫을 해주면서 앞서 말한 베츠, 마르티네즈와 함께 공포의 상위 타선을 구축했다. 이들의 활약에 힘입어 보스턴은 팀타율 0.268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기록했다.
 
그렇다고 타선만 강력했던 것은 아니다. 1선발 크리스 세일은 포스트시즌을 대비해 2012년 선발 데뷔 이후 가장 적은 158이닝을 소화했지만, 나올 때마다 완벽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데이비드 프라이스, 릭 포셀로 역시 꾸준하게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17승과 16승을 기록했다. 4년차 선발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는 13승 5패 3.82의 방어율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4번째 시즌을 보냈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불펜이었다. 마무리 크레이그 킴브럴의 존재감은 여전했지만, 구위는 애틀랜타 시절만큼은 아니었다. 그리고 선발 투수와 킴브럴을 이어줄 연결고리는 더더욱 불안했다. 맷 반스와 조 켈리가 그나마 활약을 해줬지만, 이번 시즌 부활을 기대했던 타일러 손버그와 카슨 스미스는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다.
 
그러나 보스턴은 타선의 힘으로 5점을 내줘도 6점을 올리는 식으로 꾸역꾸역 승수를 챙겨갔고, 결국 108승 54패라는 거의 기록적인 시즌을 보내며 정규 리그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시작된 디비전시리즈, 상대는 오클랜드를 꺾고 올라온 최고의 라이벌 뉴욕 양키스였다. 1차전, 보스턴은 역시 초반부터 자신들의 타력을 과시했다. 1회, JD 마르티네즈의 3점 홈런으로 시작을 알린 보스턴은 3회까지 5점을 기록하며 쉽게쉽게 경기를 풀어갔다. 예상했던 대로 불펜진이 막판 흔들렸지만, 승리를 놓치지는 않았다.
 
2차전 다나카에게 막혀 양키스에게 1승을 내줬지만, 보스턴은 3차전 상대 에이스 세베리노를 상대로 대폭격을 가하며 승수를 챙겼다. 16점이나 뽑아내는 보스턴의 괴력을 막아낼 양키스 투수는 없었다. 그리고 마운드에선 양키스를 대비해 트레이드 시장에서 데려온 이오발디가 7이닝 1실점 완벽투를 펼치며 2승을 먼저 챙겼다.
 
그리고 운명의 4차전, 보스턴은 이번에도 자신들의 장점으로 상대를 제압했다. 베츠는 부진했지만, 마르티네즈는 꾸준했고, 바스케스의 홈런포 1방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선발 포셀로는 5이닝을 1실점으로 틀어막았고, 부족한 불펜을 메우기 위해 나온 세일은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구원 역할도 완벽하게 해냈다. 킴브럴이 9회 흔들리며 다 잡은 승리를 내줄 뻔 했지만, 역전을 허용하진 않았다.
 
양키스를 3승 1패로 꺾은 보스턴은 이제 휴스턴과 만나게 되었다. 휴스턴은 강호 클리블랜드를 상대로 3승 무패 스윕승을 거두며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벌렌더와 콜의 원투 펀치도 강력하고 가을만 되면 더 폭발하는 타선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분명 양키스보다 더 까다로운 상대이다.
 
하지만 보스턴 역시 만만치 않다. 우선 선발진의 전체적인 모습을 보면 보스턴이 크게 밀리지 않는다. 9월부터 포스트시즌 모드에 돌입했던 세일은 절정의 컨디션을 자랑하고 있고, 양키스전에 부진했던 프라이스는 올 시즌 휴스턴과의 2경기에서 모두 퀄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포셀로와 이오발디같은 3, 4선발도 카이클과 모튼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타선은 상위 타선만 보면 보스턴이 오히려 앞선다. 보스턴은 이번 디비전시리즈에서 베츠가 부진했어도 승리를 거두었다. 베츠의 타율은 0.182에 불과했지만, 홀트, 바스케스, 킨슬러 등 예상치 못했던 선수들이 터지면서 대승을 기록했다. 베닌텐디, 마르티네즈, 보가츠, 피어스 등의 활약은 여전했다.

14일 열릴 보스턴과 휴스턴의 챔피언십시리즈 경기는 경기를 시작해봐야 승패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전력상으로는 백중세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불펜진이 휴스턴에 비해 약하기는 하지만, 보스턴이 자신들보다 불펜이 강한 양키스를 꺾었듯이 휴스턴도 꺾지 못할 법은 없다.
 
휴스턴의 힌치, 그리고 보스턴의 코라. 두 감독 중 한 명은 무조건 2년 연속 아메리칸리그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다. 과연 코라 감독이 스승 힌치를 넘고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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