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첫 방송을 내보낸 KBS의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 J>가 입소문을 타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진행을 맡은 정세진 아나운서와 4명의 패널이 그 주의 미디어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KBS에는 2003년부터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한동안 볼 수 없었다. 이번 KBS 정상화 과정에서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이 부활한 것이다.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저널리즘 토크쇼 J>의 기획과 연출을 맡은 김대영 KBS 기자를 서울 여의도 KBS 사옥에서 만났다. 김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저널리즘 토크쇼 J>의 한 장면

<저널리즘 토크쇼 J>의 한 장면 ⓒ KBS

 
 - <저널리즘 토크쇼 J>가 시작된 지 4개월이에요. 반응이 좋습니다.
"시청률이 3% 정도 나오죠. 1회가 3.2%이고 2회가 4.2%라 3,4,5회 정도 가면 5%까지 나올 줄 알았어요. 그런데 5%는커녕 3% 나오면 괜찮다고 생각할 정도라서 시청률 측면에서는 아쉬워요. 다만 유튜브나 페이스북 댓글을 보면 평가가 좋고 유튜브 구독자의 경우 현재 4만 2천 명 정도인데 생각보다 빨리 늘고 있어요. 보시는 분들의 평가는 좋은 것 같은데 아직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
 
- 왜 5%를 기대했나요?
"KBS 1TV는 아무리 못 만들어도 1.5%는 나오거든요. 앞 시간 프로인 <역사저널 그날>이 5% 정도라서 그 정도는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 기자인데 프로그램 연출을 맡았네요.
"보통 이런 건 기자가 하는 역할은 아니죠. 제가 '새노조' 소속인데 이명박 정부 들어 파업에 참여했더니 취재 부서로 안 보내주고 시사 프로그램 하는 데로 보내서 기자임에도 프로그램 제작을 많이 했던 편이에요. 이전에 디지털 뉴스에서 팀장을 2년 정도 했어요. 그때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를 제작했던 게 이번 프로그램에 많이 반영됐어요. 저널리즘 프로그램이라 기자가 만드는 게 낫기도해요. 언론 기사를 비평하는 거라서 취재도 해야 하거든요. 기자가 만드는 게 맞다고 생각하지만 기자가 만들어서 딱딱하다는 평가에서는 벗어나고 싶었어요."
 
-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어떻게 기획된 프로그램인가요?
"2003년에 KBS가 <미디어 포커스>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미디어 비평>으로 바뀌었어요. 그러면서 비판의 칼날도 무뎌지고 인력도 축소됐어요. 2013년 즈음에 이름이 <미디어 인사이트>로 바뀌면서 더 축소됐고 2016년 폐지됐어요. 양승동 새 사장이 4월에 취임할 때부터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안팎의 요구가 있었고 사장도 공약으로 내걸었어요.
 
사장 취임 후 첫 번째 조직 인사 단행할 때 제가 거기로 발령 났고 회사로부터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을 만들라는 지시를 받았죠. 2018년 미디어 환경에 걸맞게 젊은 사람도 볼 수 있고 기존 KBS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형식의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려고 인기 있는 프로그램을 많이 봤어요. 관찰 예능이 눈에 띄더라고요. 중간에 틀어주는 걸 ENG라고 하는데 JTBC <썰전>이나 채널A <외부자들>은 스튜디오에서 토크만 하잖아요. <나 혼자 산다>나 <미운 오리 새끼><전지적 참견 시점>은 ENG가 들어가서 그걸 보고 토크 해요. 그래서 <저널리즘 토크쇼 J>도 스튜디오 토크를 기본으로 하되 ENG를 보며 토크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 <저널리즘 토크쇼 J>는 기존의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과 달라요. 기존에는 진행자와 미디어 관련 교수, 기자 등 전문가가 나와 얘기하는 수준이었다면 이 프로그램은 전문가뿐만 아니라 최욱씨처럼 일반 시청자 시각에서 보는 패널도 있다는 점이 눈에 띄는데.
"재미를 어떻게 줄 것인지 고민했어요. 이를테면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웃겨서 재밌는 게 아니잖아요. 옛날에 인기 있었던 시사 프로그램도 구성이 탄탄하면 재밌거든요. 영화도 코미디만 재밌는 건 아니라서 애초에는 완성도나 구성의 탄탄함 같은 걸로 재미를 주려고 생각했는데 그거보다 재밌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디지털 뉴스에 있을 때 신개념 모바일 개표방송이라는 걸 했었어요. 그때 최욱씨와 정영진씨를 MC나 해설자로 썼거든요. 최욱씨와 방송한 경험이 있어서 이 프로그램 시작할 때 최욱씨에게 같이 하자고 연락했어요. 최욱씨는 설명을 듣더니 자기 역할이 없을 거 같다고 사양했어요. 다시 전화해서 '네가 잘 맞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1회를 해보고 결정하자'라고 하고 했는데 괜찮았어요. 그래서 쭉 같이 하는 거죠."
 
- 진행을 정세진 아나운서가 하잖아요. 정 아나운서로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정 아나운서는 뉴스 앵커를 8년 정도 한, KBS 대표 여성 뉴스앵커예요. 또, 2012년 두 번째 파업할 때 <리셋 뉴스9>이라는 걸 만들었는데 정 아나운서가 앵커였어요. KBS 저널리즘을 바로 세우는 데 상징적인 인물이에요. 부드러운 이미지이면서도 뉴스앵커를 오래 했고 KBS 저널리즘 회복과정에서 상징성도 있어서 정 아나운서를 MC로 선택한 거죠." 
 
 <저널리즘 토크쇼 J>를 연출하는 김대영 KBS 기자

<저널리즘 토크쇼 J>를 연출하는 김대영 KBS 기자 ⓒ 이영광

 
- 패널 구성은 어떻게 했나요?
"최강욱 변호사를 제일 먼저 섭외했어요. 최 변호사는 방문진 이사를 두 번 해서 언론 상황도 알고 사회참여도 활발하고 각종 사안에 정통해요. 그리고 팟캐스트를 통해 이미 인지도도 꽤 높고 언변이라든지 팩트 폭격 부분이 뛰어나다고 정평이 나 있었죠. 그러나 최 변호사는 저널리즘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신문 방송 전공자도 모시고 싶었죠. 정준희 교수가 공영방송 전문가이기도 하고 KBS 연수원에서 강의를 자주 하세요. 아시는 것도 많고 말솜씨도 탁월하다고 생각해서 섭외했죠.
 
안톤 슐츠는 제작진끼리 회의하다가 외국인이 나오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와 섭외했어요. 원래 다니엘 튜더라고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 한 기자를 하려고 했는데 사정이 안 됐고 슐츠는 통일 문제 관련해서 스브스뉴스에 출연해 인터뷰한 동영상을 많이 봤나 봐요. 인지도가 있어서 제작진 중 한 명이 안톤 슐츠를 추천하더라고요. 한국말도 잘해서 4명으로 출발했죠."
 
- 패널이었던 최강욱 변호사를 맨 처음 섭외했는데 청와대 공직 기강 비서관으로 가서 제작진은 아쉬우실 것 같아요.
"네, 매우 아쉬워요. 사실 저는 최 변호사가 하차하게 돼서 저희 프로그램이 망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이후에 오신 전문가분들이 잘해주셔서 다행이에요."
 
- 그럼 그 자리는 고정이 아닌 채로 갈 건가요?
"고정하려고 해요. 대구대 법학 최철영 교수, 한양대 법학전문 박찬운 교수, 숙명여대 법학과 홍성수 교수 등을 섭외했는데 거절했어요. 마땅한 분을 찾고 있어요. 찾기 전 까지는 해당 주제 전문가를 모시려고요."
 
- 에피소드도 있을 거 같은데.
"2회 때 이재명 경기지사 인터뷰 태도 논란을 다뤘는데 최욱씨가 '당선인 소감할 때 (언론이) 당선인한테 불편한 얘기를 한 사례가 있었냐. 당선인한테 그걸 한다는 건 너무 가혹해 보였다'라고 하더라고요. 그 내용이 그대로 방송에 나갔어요. 이 지사는 호불호가 갈리는 정치인이잖아요. 때문에 사람들이 '김경수 지사에게는 드루킹 질문했는데 그런 사례가 없다고 말하는 건 이 지사 쉴드쳐 준 거 아니냐'라는 반응이 있었어요. 그건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3회 때 최욱씨가 해명하고 사과했죠. 저희가 이 지사 옹호해야 할 이유도 없고요. 특별히 더 비판해야 할 이유도 없죠."
 
- 아이템은 어떻게 잡나요?
"대체로 누구나 동의하는 그 주의 아이템이 있을 때가 많아요. 예를 들어 지난주 <조선일보> 통일 보도에 대해 했는데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아이템이죠. 그리고 사법부와 <조선일보>의 기사 거래 의혹 문건 같은 게 나오면 그걸 다루는 거예요. 아이템을 특별히 쥐어짜듯 찾은 적은 없어요. 그런 걸 두고 저와 저희 팀 기자, 작가가 모여 회의하고 결정해요."
 
- 결방했을 때 유튜브로 실시간 라이브를 했잖아요.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이 결방으로 인해 유튜브로 방송한 건 처음인 것 같은데 어떻게 하게 된 건가요?
"원래 TV로 한번 유튜브로 한번 하려고 했었고 최욱씨를 디지털 전용 방송 MC로 생각했어요. 그러나 인력과 예산 지원이 안 돼서 방송으로 출발했고 디지털에서는 동시방송과 편집에서 올려주는 방송만 했어요. 그런데 9월 16일 결방이라기에 이용자 반응을 보고 싶어서 하자고 했더니 최욱씨도 안 하려고 하고 다들 귀찮아하더라고요. 제가 팀장이니 억지로 한 거예요. 하고 나니 반응은 괜찮았던 것 같아요." 
 
 <저널리즘 토크쇼 J>를 연출하는 김대영 KBS 기자

<저널리즘 토크쇼 J>를 연출하는 김대영 KBS 기자 ⓒ 이영광

 
- 유튜브 생방은 또 할 생각인가요?
"생각은 하는데 인력이 부족해서 쉽지 않아요, 제가 1회부터 7회까지 하루도 안 쉬고 일했고 일주일에 두 번씩 밤새웠거든요. 결방이라도 되지 않으면 따로 뭔가를 할 여유 없어요."
 
-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하실 생각이신가요?
"두 가지인데요. 그 주 주제를 가지고 유튜브 라이브를 정기적으로 하고 싶어요. 또 하나는 중간에 들어가는 VCR을 내실 있게 하고 싶어요. 지금은 스튜디오 토크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데 그것과 VCR 비중이 맞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인력이 더 와서 취재를 더 해야죠."
 
-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려요.
"시간이 일요일 밤 10시 30분이고 매주 50분 방송하는데 시간도 늘고, 좀더 일찍 방송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시청자분들도 자꾸 저희 콘텐츠에 그런 댓글을 다시는데 그건 저희 제작진이 주로 보는 댓글이라 거기에 그런 말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어요. 저희 사장님께 이메일을 보내시거나 781-1000 KBS 시청자 상담실로 전화하셔야 해요. 꼭 부탁드려요."
저널리즘 토크쇼 J 김대영 미디어 비평 정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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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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