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정규시즌 3위에 오르며 5년 만에 가을야구에 초대된 롯데 자이언츠는 올 시즌 전반기를 8위로 마쳤다. 가을야구 마지노선이었던 5위 넥센 히어로즈와의 승차는 5경기까지 벌어졌고 팀 분위기도 썩 좋지 않았다. 조쉬 린드블럼(두산 베어스) 대신 선택한 외국인 투수 펠릭스 듀브론트의 활약이 기대 이하였고 영건 박세웅, 박진형의 부상에 안방마님 강민호(삼성 라이온즈)의 부재도 꽤나 치명적이었다.

하지만 정규 시즌 마감을 일주일 정도 남겨둔 현재, 롯데는 5위 KIA타이거즈에게 단 한 경기 뒤진 6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물론 여전히 가을야구 진출을 낙관할 수는 없지만 롯데는 최근 10경기에서 8승2패의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고 KIA보다 2경기를 더 남겨두고 있다. 특히 잔여 6경기 중 5위 KIA와 4경기를 남겨두고 있어 충분히 역전을 노릴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롯데의 상승세에는 시즌 내내 슬럼프 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대호를 비롯해 올 시즌 30홈런 타자로 거듭난 전준우, 후반기 16세이브를 기록하고 있는 손승락, 신데렐라 전병우 등 많은 선수들의 활약이 있었다. 하지만 롯데가 올 시즌 전력에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두 선수가 시즌 막판 상승세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드디어 FA셋업맨 다운 활약을 해주고 있는 윤길현과 좌투수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멀티 플레이어 정훈이 그 주인공이다.

실패한 FA 영입 윤길현, 3년 만에 연봉값 할까
 
  (창원=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7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 경기. 7회 말 롯데 세 번째 투수 윤길현이 역투하고 있다.

(창원=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7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 경기. 7회 말 롯데 세 번째 투수 윤길현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5 시즌 린드블럼과 브룩스 레일리라는 강력한 외국인 원투펀치를 보유하고도 8위에 머문 롯데는 2016 시즌을 앞두고 불펜 강화에 사활을 걸었다. 그리고 FA시장에서 무려 96억 원을 투자해 3번의 세이브왕을 차지했던 손승락과 SK와이번스 왕조시대의 우완 셋업맨 윤길현을 동시에 영입했다. 하지만 작년 시즌 3년 만에 세이브왕 타이틀을 되찾은 손승락과 달리 8회를 책임져 주리라 기대했던 윤길현은 롯데 이적 후 영 부진을 면치 못했다.

2016년 62경기에 등판해 7승7패2세이브16홀드를 기록한 윤길현은 6.00의 높은 평균자책점과 함께 리그에서 가장 많은 8개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윤길현은 명예회복을 다짐했던 작년 시즌에도 전반기에만 1승4패13홀드5.35로 큰 반등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윤길현은 후반기 셋업맨 자리를 박진형과 조정훈에게 내준 채 어깨 통증으로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도 들지 못하고 쓸쓸하게 시즌을 접었다.

윤길현은 FA계약 3년 째가 되는 올 시즌에도 불펜에서 주요 보직을 차지하지 못한 채 점점 '잉여전력'으로 전락했다. 6월까지의 성적은 고작 2패1홀드6.64. 결국 윤길현은 6월23일 LG트윈스전을 끝으로 1군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고 윤길현의 자리는 진명호, 오현택, 구승민 등이 돌아가면서 맡았다. 퓨처스리그에서도 1패3세이브2홀드8.78로 부진했던 윤길현은 퓨처스리그 일정이 끝난 9월12일 다시 1군으로 콜업됐다.

두 달 가까이 2군 생활을 하며 1군의 소중함에 대해 깨달은 바가 있었던 걸까. 윤길현은 1군에 돌아온 이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호투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1군 복귀 후 11경기에 등판한 윤길현은 10이닝을 던지면서 자책점 2점만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피안타율은 .176에 불과하다. 윤길현의 구위가 살아나면서 조원우 감독도 9월 말부터 윤길현을 승부처에서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롯데는 후반기 마무리 손승락을 중심으로 우완 셋업맨 구승민, 사이드암 오현택, 좌완 고효준 등으로 필승조를 꾸리고 있다. 여기에 날카로운 슬라이더와 풍부한 경험을 갖춘 윤길현이 가세한다면 롯데의 불펜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물론 투자한 것에 비하면 여전히 아쉬움이 크지만 윤길현이 늦게나마 롯데의 가을야구 진출을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

2루 자리 빼앗기고 멀티 자원과 좌완 전문 타자로 길 찾은 정훈
 
 (창원=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7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 경기. 2회 초 무사 1루 상황 롯데 5번 정훈이 2점 홈런을 친 후 정보명 코치와 인사하고 있다.

(창원=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7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 경기. 2회 초 무사 1루 상황 롯데 5번 정훈이 2점 홈런을 친 후 정보명 코치와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영원한 캡틴' 조성환(두산 수비코치)이 2012년을 끝으로 전성기가 저물자 롯데는 2013년부터 육성선수 출신 유망주 정훈에게 2루 자리를 맡겼다. 2013년 113경기에 출전하며 어렵지 않게 2루 주전을 차지한 정훈은 2014년 타율 .294 3홈런58타점, 2015년 타율 .300 9홈런62타점 16도루를 기록하며 박정태와 조성환으로 이어지던 롯데의 2루 계보를 무난히 이어가는 듯 했다. 

하지만 정훈은 2016년 선구안에 약점을 드러내며 장타자가 아님에도 볼넷과 삼진비율(43:75)이 매우 좋지 않았고 2루 수비도 썩 안정적이지 못했다. 결국 롯데는 작년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2루수 앤디 번즈를 영입했고 번즈에게 주전 자리를 빼앗긴 정훈은 유격수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과 중견수,우익수까지 옮겨 다니는 '떠돌이' 신세가 되고 말았다. 결국 정훈은 작년 68경기에서 타율 .248 1홈런6타점으로 1군 선수가 된 후 가장 부진한 시즌을 보냈다.

롯데는 올해도 외국인 선수 번즈와 재계약하고 FA 채태인을 사인앤트레이드 형식으로 영입하면서 1루와 2루 자리에 틈이 없었다. 그렇다고 손아섭,민병헌,전준우가 버티고 있어 교타자 김문호조차 자리를 잃은 외야를 넘볼 수도 없었다. 하지만 정훈은 등번호를 9번으로 바꾼 후 좁게만 보이던 롯데의 1군 엔트리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았다. 바로 좌완 스페셜리스트 및 내 외야의 유틸리티 요원이었다. 

정훈은 올해 84경기에 출전해 타율 .304 7홈런26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정훈은 우투수를 상대로 타율 .244 1홈런12타점19삼진, 잠수함 투수를 상대로는 타율 .167 1홈런3타점5삼진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좌완을 상대로는 타율 .419 5홈런11타점으로 매우 강한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삼진 10개를 당했지만 볼넷도 9개나 골랐을 만큼 좌완에게는 확실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는 뜻이다. 

정훈의 또다른 장점은 유사시 포수와 유격수를 제외한 내,외야의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자원이라는 점이다. 일부 롯데팬들은 정훈을 메이저리그 최고의 유틸리티 플레이어 벤 조브리스트(시카고 컵스)에 빗대 '벤 조툰리스트'라 부르기도 한다. 정훈의 이런 능력은 가을야구에 돌입하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 시즌 시작 전만 해도 1군에 마땅한 자리가 없던 정훈이 어느덧 거인군단의 믿음직한 '조커'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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