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올 시즌 첫 공격 포인트(도움)를 작성했지만 웃지 못했다. 팀이 리오넬 메시의 원맨쇼를 앞세운 바르셀로나에 무릎을 꿇었다. '경쟁자' 에릭 라멜라가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올 시즌 출전한 전 경기(6) 공격 포인트 달성에 성공하면서, 주전 경쟁에 대한 부담도 늘었다. 여러모로 힘겨운 시즌이 분명해 보인다.
 
손흥민이 선발 출전한 토트넘 홋스퍼가 4일 오전 4시(아래 한국시각) 영국 런던에 위치한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19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B조 2차전 바르셀로나와 맞대결에서 2-4로 패했다. 토트넘은 2연패에 빠지면서, 16강 도전이 더욱 험난해졌다.
 
차원이 달랐던 메시의 '원맨쇼'
 
토트넘은 시작부터 꼬였다. 부상에서 돌아온 '캡틴' 위고 요리스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며 실점을 내줬다. 전반 2분, 중앙선 부근에서 볼을 잡은 메시가 왼쪽 측면으로 패스를 찔렀다. 뒷공간을 절묘하게 파고든 조르디 알바가 볼을 잡았고, 무리하게 튀어나온 요리스를 따돌린 뒤 패스를 내줬다. 이를 필리페 쿠티뉴가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토트넘은 중원을 내주면서 답답함을 떨쳐내지 못했다. '패스 마스터'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부상 공백이 뼈아프게 느껴졌다. 상대의 압박에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에선 델레 알리의 부재가 떠올랐다. 부정확한 패스를 남발하고, 실수를 연발하는 상황 속에서 위협적인 공격 장면이 만들어질 리 없었다.
 
토트넘은 추가골까지 헌납했다. 전반 27분, 메시의 발에서 시작된 공격이 문전을 위협했고, 쿠티뉴의 슈팅이 골문을 향했다. 요리스 골키퍼가 쳐낸 볼이 골라인을 나가는 듯했지만, 쿠티뉴가 가까스로 살렸다. 흘러나오는 볼을 문전으로 빠르게 달려든 이반 라키티치가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했다. 볼은 환상적인 궤적과 함께 골대를 때린 뒤 골망을 출렁였다.
 
상대가 되질 않았다. 후반 2분, 메시의 간결한 드리블에 이은 슈팅이 골대를 때렸다. 메시는 후반 6분에도 드리블로 수비를 하나둘 따돌린 뒤 슈팅해 골대를 맞췄다. 후반 7분 해리 케인이 1골을 만회했지만, 메시가 곧바로 찬물을 끼얹었다. 후반 11분, 메시가 왼쪽 측면으로 볼을 연결한 뒤 문전으로 빠르게 침투했고, 알바의 낮고 빠른 크로스를 득점으로 연결했다.
 
메시의 활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후반 20분, 라멜라가 손흥민의 패스를 멋진 중거리 골로 연결하자, 메시는 좌절감을 안기는 쐐기포로 응수했다. 후반 44분, 토트넘의 패스 실수로 시작된 바르셀로나의 공격이 문전에 있던 메시를 향했다. 메시는 요리스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섰고, 이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메시를 위한 '경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어떤 선수를 '플레이메이커'라고 칭하는지 확실히 보여줬다. 그의 패스는 어김없이 토트넘의 뒷공간을 무너뜨렸고, 득점 기회로 연결됐다. 바르셀로나가 터뜨린 4골 모두가 메시의 발에서 출발하거나 터졌다. 외계에서 온 듯한 메시의 원맨쇼에 토트넘이 할 수 있는 것은 '반칙'뿐이었다. 토트넘은 실점으로 직결된 실수까지 연발하며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존재감 없었던 손흥민, 분발이 필요한 때
 
국내 팬들의 관심은 손흥민에게 쏠렸다. 메시가 이끄는 세계 최고의 팀 바르셀로나와 맞대결에서 선발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알리와 에릭센 등 토트넘 공격의 핵심 선수들이 잇달아 이탈하면서, 손흥민의 중요도도 커졌다. 뒷공간 공략에 능한 손흥민이기에 올 시즌 첫 골이 기대됐다.
 
그러나 손흥민의 경기력은 매우 아쉬웠다. 의지는 넘쳤지만, 몸이 따라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바르셀로나 우측 수비를 도맡는 세르히 로베르토가 부상으로 빠졌지만, 손흥민은 측면을 공략하지 못했다. 능력과 경험 면에서 떨어지는 넬슨 세메도를 상대로도 우위를 점하는 데 실패했다. 과감한 1:1 드리블 돌파는 손흥민의 반칙으로 마무리됐다.
 
토트넘이 두 번째 골을 헌납한 뒤 케인과 투톱 역할을 수행했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최대 강점인 슈팅을 시도할 기회조차 없었다. 에릭센이 빠진 토트넘의 공격 전개 작업이 순탄하게 이루어지지 못했다. 토트넘의 전반전 슈팅은 딱 하나였다. 손흥민의 움직임도 날카로움과는 거리가 있었다.
 
손흥민은 왼쪽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66분을 뛰었지만, 단 한 차례의 슈팅도 시도하지 못했다. 토트넘이 기세를 올릴 때도 손흥민은 보이지 않았다.
 
비슷한 흐름이 이어진다. 손흥민의 최대 강점은 탁월한 결정력이다. 2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 달성이란 결과물이 증명한다. 양발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하기에 어느 위치에서든 골문을 위협할 수 있다. 그런데 올 시즌은 다르다. 움직임이 무디다 보니 기회를 잡기부터가 어렵다. 막상 기회가 와도 슈팅이 아닌 패스를 선택하는 모습이 보인다.
 
라멜라가 바르셀로나전에서도 득점포를 가동했다. 올 시즌 자신이 출전한 전 경기에서 공격 포인트를 달성했고, 3경기 연속골에도 성공했다. 붙박이 주전인 알리와 에릭센이 돌아온다면, 공격의 남은 한 자리는 사실상 라멜라의 것이 됐다. 공격의 변화를 줘야 할 때,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모우라가 아닌 손흥민을 뺐다. 좋은 소식이 아니다.
 
손흥민은 욕심을 내야 한다. 자신의 강점을 찾고, 자신감을 회복해야 한다. 올여름 강행군으로 인해 체력이 고갈됐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해졌다. 팀이 위기에 빠졌고, 강력한 경쟁자가 물오른 상승세를 보인다. 기회가 주어질 때 결과물을 내보이지 못한다면, 밀려날 수밖에 없다. 프로의 세계는 언제나 냉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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