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의 가사들이 간직한 심리학적 의미를 찾아갑니다. 감정을 공유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의미까지 생각하는 '공감'을 통해 음악을 보다 풍요롭게 느껴보세요. - 기자 말

가을이다. 날씨가 스산해지면서 유독 사랑과 이별에 대한 노래들이 많이 들린다. 뭐 가을뿐이겠는가. 그리고 노래뿐이겠는가. 대중문화 콘텐츠들은 장르에 상관없이 대부분 '사랑'을 이야기한다. 특히, 사랑 중에서도 연인간의 사랑은 그 자체가 마치 삶의 목적인 것처럼 그려진다. 이토록 중요하게 다뤄지는 사랑이 추구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2015년 가을, 신승훈이 발표한 '인터스텔라'(작사 최은하, 작곡 MELODESIGN, 신승훈)는 사랑의 궁극적인 지점을 노래하고 있다. 둘이 시작한 사랑이지만 그 궁극적인 도달점은 결국 온전한 홀로서기, 그러니까 개성화이다.

결국, 다르다는 깨달음
 
 신승훈 < I am...& I am > 앨범 재킷.

신승훈 < I am...& I am > 앨범 재킷. ⓒ 도로시컴퍼니

 
신승훈은 지금까지 해왔던 너와 내가 하나라고 믿었던 사랑이 착각이었다는 깨달음으로 노래를 시작한다. '같은 꿈을 꾸던 우리'는 알고 보니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었다. 마치 서로를 소유할 수 있을 것처럼 뜨겁게 사랑했지만, 사랑할수록 알게 된 사실은 '결국 서로를 가질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 사이의 거리는 보통 먼 거리가 아니다. '너와 나 사이에 우주'가 놓여 있을 만큼 우리는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다. 이 믿기 힘든 깨달음에 도달한 신승훈은 지금 이별로 노래하고 있는 것일까?

저명한 정신분석가 융은 사람이 보다 온전한 한 개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개성화'(individuation)라고 했다. 개성화는 사회적 기대에 맞춰 살아왔던 자신의 모습 속에 억눌렸던 욕구와 감정, 상처, 아픔 등을 모두 수용해 나만의 색을 가진 보다 통합된 한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을 말한다. 쉽게 말해, 자신 만의 색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융은 사람은 평생토록 개성화를 추구하며 이를 통해서만이 온전한 한 개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정신분석에서는 사랑의 궁극적인 목표 역시 개성화를 추구하는 것, 즉 사랑하는 이를 통해 보다 온전한 나를 찾아가는 것에 있다고 본다. 신승훈은 '서로 다른 걷고' 있다는 깨달음에 이어 '두려움에 흘린 나의 눈물이' '멀어질 수록 더 빛나고 있죠'라고 노래한다. 이는 이 커플이 이별이 아닌, 서로 완전히 다른 개성을 지닌 존재임을 인정하고, 각자의 개성화를 돕는 길로 나아가고 있음을 뜻한다. 때문에 서로 거리를 둘수록 더 빛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홀로서기' 위해 만나는 우리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홀로서기' 위해 만나고 사랑을 하는 것일까? 온전한 한 개인이 되어 가는 개성화는 내가 모르던 나의 면들을 알아가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내가 누구인지를 혼자서는 알아낼 수 없다.

어린 아이들은 양육자의 반응을 통해 자신의 정체감을 찾아간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나 상태를 명명할 수 없는 유아들은 양육자가 이름 붙여주는 것을 통해서만 이를 알아간다. 아기가 울 때 양육자가 '슬프구나'라고 말해주면 그 감정은 슬픈 것이 되고 '두렵구나'라고 말해주면 그것은 두려움이 되는 것이다. 청소년기에는 자기 자신을 비춰주는 대상이 더욱 다양해진다. 양육자에게 전적으로 의존했던 것에서 벗어나 친구들, 선생님 등으로 자신을 비춰보는 대상이 넓혀진다. 그리고 이들의 반응을 통해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적합한 자신의 모습(융은 이를 '페르소나'라고 했다)을 찾아간다.

이렇게 어른이 된 후 대부분 사람들은 사회적인 자아, 즉 사회에서 인정해주는 역할이 진짜 자기 자신인 것처럼 여기며 살아간다. 하지만, 역할이 아닌 진짜 나를 찾고 싶은 마음은 마음 속 깊은 곳에 언제나 남아 있다. 이 사회적 자아와 진짜 나의 간극이 클수록 사람들은 외로움과 공허감을 느낀다. 그리고 이런 진짜 나를 비춰줄 대상을 본능적으로 찾아 나선다.

'서로의 궤도를 돌고 있다가 너무 외로워서 부딪힌 거죠'라는 가사는 이를 표현한 부분이다. '서로의 궤도 돌고 있다가'는 역할에만 매몰돼 살아가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 때 느끼는 외로움과 공허감을 없애기 위해 우리는 누군가를 찾는다. 마침 내가 모르던 나의 모습이나 욕구를 비춰주는 상대방을 만났을 때 우리는 그만 부딪히고 만다. 즉, 서로가 서로의 욕구를 투사하며 사랑에 빠져드는 것이다.

멀어질수록 더 빛나는 우리
 
 신승훈.

신승훈. ⓒ 도로시컴퍼니

 
흔히들 이 '부딪친' 상태를 사랑이라고 한다. 사랑에 빠졌을 때 사람들은 더 이상 외롭지 않을 것이라 여긴다. 상대방을 통해 해결되지 못한 욕구들을 모두 채울 수 있을 것만 같고, 둘이 하나가 되면 영원히 외롭지 않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하지만, 외로움은 다양한 나의 측면들을 스스로 소외시킨 데서 비롯된다. 때문에 상대방에게 투사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이 외로움을 해소할 수 없다.

다투고 화해하기를 반복하면서 연인들은 점차 깨달아간다. 상대방은 나의 외로움과 결핍된 욕구를 결코 채워줄 없음을, 상대방의 매력적인 모습과 진절머리 나게 싫었던 그 모습 모두가 결국은 내가 모르던 나의 모습임을 말이다. 그리고 욕구들을 스스로 충족하고, 나 자신 안에 통합해 내는 것만이 유일한 외로움의 해결책임을 깨닫게 된다. 결국 우리가 그토록 치열하게 사랑하는 이유는 나의 다른 모습을 상대방을 통해 찾고, 이것을 내 안으로 통합해내기 위해서인 것이다.

신승훈이 도달한 지점은 바로 여기다. 신승훈은 이렇게 반복해서 노래한다. '우리 조금 떨어져서 걸어 봐요, 있는 그대로의 서롤 바라보며 가장 소중한 게 뭔지 느껴봐요'라고. 이는 상대방에게 투사한 욕구들을 거둬들이고, 상대방을 통해 알게된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는 뜻이다. 나아가 내게 가장 필요한 것들을 스스로 충족하고자 노력하자는 의미다. 이는 융이 말한 통합된 한 사람으로 홀로서기 즉, 개성화의 중요한 과정 중 하나다.

이제 신승훈의 노래 속 연인들은 투사를 거둬내는 단계를 지나 서로의 개성화를 돕는, 즉 각자가 온전한 한 사람으로 성장하는 단계로 나아가게 됐다. 때문에 신승훈은 '그 때쯤에 우리는 더욱 눈부시게 빛날 거예요' 라고 자신있게 노래한다. 개성화로 나아가는 사람은 자신의 자리에서 그 자신 만의 색으로 빛나기 마련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랑은 둘이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상대방을 통해 나의 다른 모습을 찾아 낸 후 온전한 한 사람으로 더욱 단단히 홀로서기 위해 사랑을 한다. 사랑하는 이가 멀리서도 찾아 볼 수 있게 나의 모든 면을 통합한 고유한 색으로 반짝 반짝 빛나도록 노력하는 것. 그리고 상대방 역시 나와는 완전히 다른 온전한 한 사람이 되어 빛날 수 있도록 돕는 것. 이것이 우리가 사랑을 하는 이유고, 심리학에서 이야기하는 진정한 사랑이다. '빛나줘. 어둠 속에서도 찾을 수 있게'라는 신승훈의 마지막 호소야말로 우리가 사랑을 통해 성취해야 할 궁극적인 목적인 것이다.
 
인터스텔라 가사
I don't believe 같은 꿈을 꾸던 우리가 uh~
I don't believe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죠 uh~
I don't believe 두려움에 흘린 나의 눈물이 um~
I don't believe 멀어 질수록 더 빛나고 있죠 in my mind

별이 어둠을 만나서 빛이 되듯
슬픈 기억들도 추억이 될 거야
결국 서롤 가질 수 없단 걸 알아
같은 하늘 아래서
우린 다른 세상 속에 있는 걸 oh~
너와 나 사이의 우주

I don't believe 생각 보다 멀리 있던 우리 uh~
I don't believe 다른 시간과 공간의 우리 uh~
I don't believe 서로의 궤도를 돌고 있다가 um~
I don't believe 너무 외로워서 부딪친 거죠 in your mind

별이 어둠을 만나서 빛이 되듯
슬픈 기억들도 추억이 될 거야
결국 서롤 가질 수 없단 걸 알아
같은 하늘아래서
우린 다른 세상 속에 있잖아

사랑 하나만으론 안 되는 게 너무 많단 걸
우린 이제서야 알게 된 거죠

우리 조금 떨어져서 걸어 봐요
있는 그대로의 서롤 바라보며
가장 소중한 게 뭔지 느껴봐요
그때쯤에 우리는 더욱 눈부시게 빛날 거예요

우리 조금 떨어져서 걸어 봐요
있는 그대로의 서롤 바라보며 빛날 거예요
가장 소중한 게 뭔지 느껴봐요
그때쯤에 우리는 더욱 눈부시게 빛날 거예요 uh~
눈부시게 빛날 너와나

Woo~ 빛나줘
어둠 속에서도 찾을 수 있게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송주연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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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의 시선으로 일상과 문화를 바라봅니다. 사람은 물론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기'를 소망하며 평등과 생명존중을 담은 글을 쓰고 소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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