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 포스터

영화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 포스터ⓒ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어린이, 청소년 시절을 지나 성인이 되면서 우리는 많은 것들을 잊어버리고 지낸다. 유년기 시절 우리는 작은 것에도 행복해 한다. 작은 풍선 하나에 큰 웃음을 짓고, 단지 친구들과 만나 논다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낀다. 또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도 뭔가 큰일이 벌어지는 것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만큼 유년기 시절의 우리는 큰 욕심 없이 그저 하루하루 일어나 친구를 찾고 그들과 놀며 시간을 보낸다. 그 시간은 충분히 충만하고 부족함 없는 순간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른이 되면서 그런 작은 행복들을 잊고 살아간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배운다. 학교에서, 세상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정형화된 방식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래서 우리의 삶은 점점 더 팍팍해지는 것인지 모른다. 특히 지금의 중장년층은 자신의 꿈을 희생하면서 가족을 위해 살아왔다. 그저 가장이라는 무거운 책임을 다하기 위해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희생시키며 안정적으로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어쩌면 그들에게 그런 희생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졌을지 모른다.
 
 영화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 장면

영화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 장면ⓒ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가장의 무게를 짊어진 크리스토퍼 로빈의 이야기

영화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2018)는 그런 가장의 이야기다. 주인공 크리스토퍼 로빈(이완 맥그리거)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애니메이션 곰돌이 푸(위니 더 푸)에서 유일하게 등장하는 인간 캐릭터이다. 영화는 만화의 결말 이후, 크리스토퍼가 성인이 되었을 때 그가 어떤 사람으로 성장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원작 곰돌이 푸에서 크리스토퍼는 푸, 티거, 이요르, 레빗 등과 친구로 지내며 다양한 모험을 했다. 특히나 그가 어릴 적 '아무것도 안 하다 보면 대단한 뭔가를 하게 되지'라고 했던 이야기는 그의 친구들에게 어떤 진리처럼 계속 되뇌어진다. 그 친구들은 크리스토퍼의 꼬마 시절 그 모습을 그대로 기억하고 있으며, 변하지 않고 그때의 모습 그대로 살아가고 있다. 

영화는 초반부에 크리스토퍼의 유년기 시절과 자라온 삶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게 되는데, 각 성장 단계별로 책의 챕터처럼 구성하여 그가 어떤 삶의 과정을 거쳐 지금의 어른이 되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마치 책 한 권을 읽은 것처럼 아날로그 감성의 스케치와 함께 제시되는데 그것들을 보면서 그가 부딪혀야 했던 삶의 어려움들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 특히 어린 시절 아버지의 사망으로 너무 이른 나이에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하게 되면서 그가 짊어진 책임감이라는 짐은 그를 점점 꿈이나 이상향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영화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 장면

영화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 장면ⓒ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크리스토퍼가 유년기에 짊어졌던 짐은 결혼 후에도 계속된다. 부인 에블린(헤일리 앳웰)과 결혼하고 나서 터진 세계 전쟁에 군인으로 참여하게 되고 전쟁의 참혹함을 이겨내고 돌아왔을 때, 그와 딸이 처음 만나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어떤 뭉클한 감동을 준다. 하지만 그가 가장이라는 무게를 짊어지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생존하려고 애쓸 때, 결국 가족들과 멀어질 수 없었던 그 현실은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이 영화의 배경인 1950년대뿐만 아니라 지금도 가장들이 짊어진 무게는 여전히 무겁다. 아내와 남편이 같이 짊어지더라도 힘들게 살아가야만 하는 것이 현재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그들과 멀어진다. 

점점 가족, 친구들과 멀어져 가는 크리스토퍼, 곰돌이 푸를 다시 만나다

어느덧 회사의 관리자가 된 크리스토퍼가 직장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야근과 주말 근무를 하며 고민하는 모습을 통해 그가 짊어진 짐이 얼마나 무겁고 어려운 짐인지를 영화는 잘 보여준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의 영국 런던의 삶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팍팍했을 것이고 이는 크리스토퍼 가족에게도 영향을 주게 된다. 하지만 그가 짊어진 짐에 대해 가족은 이해하지 못한다. 어쩌면 크리스토퍼는 그가 짊어진 그 짐의 무게를 너무 무겁게 생각했던 것인지 모른다. 결국 그는 아내와 딸에게 실망만 안기고, 웃음을 잃어간다. 그는 유년기 시절의 행복감을 이미 잊어버렸다.

그가 우연히 곰돌이 푸를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잊었던 그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지만 그것은 현재 그가 겪고 있는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는 현실적으로 당장 그가 해결해야 하는 회사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그것을 해결하지 않으면 그는 회사에서 해직을 당할지 모른다. 그런 안정적인 삶이 끊길 거라는 두려움은 그를 갉아먹는다. 마치 그가 어렸을 적 푸, 그리고 친구들과 놀 때 보이지 않는 적을 두려워한 것처럼 그는 보이지 않는 상황을 미리 두려워하고 움츠려 든다. 이 모습은 부모라는 막중한 책임감, 그리고 어려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 시대 어른들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그들은 노는 것을 잊고 자녀들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맡긴다. 안정적인 생활과 자녀와의 시간 중 많은 이들이 안정적인 생활을 택할 수밖에 없는 시대적 환경이다. 
 
 영화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 장면

영화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 장면ⓒ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하지만 가족과의 시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결코 의미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영화는 보여준다. 그가 다시 푸와 친구들과 놀던 공간에 가서 그들과 잠시나마 시간을 보내는 순간들은 과거에 추구했던 가치관을 찾아준다는 의미와 함께 휴식의 의미도 있다. 그렇게 자신의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고 그저 편하게 시간을 보낸 후에 오히려 그는 편안함을 느낀다. 그리고 그의 딸이 없어졌을 때, 회의장을 나오며 무엇이 더 소중한 것인지를 스스로 깨닫는다. 그 과정을 거쳐 그는 결국 회사를 위한 좋은 아이디어도 떠올린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바로 '오늘'을 살아가는 것

그럼 우리는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물어봐야 한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그저 안정적인 삶을 이어가는 것만이 우리를 행복하게 할까. 영화는 아니라고 답한다. 그것 못지않게 가족과의 시간, 생각을 비우는 시간도 소중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삶의 여유를 가지면 안정적인 삶을 위해 싸울 힘도 얻게 된다. 영화 속 곰돌이 푸가 묻는다. ' 오늘이 무슨 요일이지?' , 크리스토퍼가 답한다. '오늘이야', 푸가 다시 답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날이네'. 삶은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는 오늘을 살고, 내일도 오늘이 된다. 곰돌이 푸가 크리스토퍼 로빈에게 선물한 '오늘'은 지금 우리에게도 유효한 선물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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