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곤조곤’은 책과 영화, 드라마와 노래 속 인상적인 한 마디를 이야기하는 코너입니다. 무심코 스치는 구절에서 인상적인 부분을 이야기로 풀거나, 그 말이 전하는 통찰과 질문들을 짚으려 합니다.[편집자말]
 영화 <매기스 플랜> 포스터.

영화 <매기스 플랜> 포스터.ⓒ 오드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제각각일 것이고 그런 만큼 하나의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도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히나 광범위한 대중을 목표로 한 작품의 경우, 어느 정도 비슷한 감상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런 일이 도저히 불가능한 영화들도 있다. 개인적으로 내게는 영화 <매기스 플랜>이 그런 작품이었다. 의외라고 생각할 것이다. 예고편만 봐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 무슨 논쟁할 구석이 숨어있을까. 하지만 나와 함께 영화를 본 친구들의 평가와 감상은 하나도 일치하는 구석이 없었다. 보다 정확히는 주인공인 매기의 행보에 대한 시선이 그랬다.

뜻하지 않은 논란(?)의 주인공인 <매기스 플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영화의 주인공 매기는 우연한 계기로 같은 학교에서 일하는 강사 존을 만난다.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관심과 호감을 드러내지만 존은 대학교수인 조젯과 결혼해 이미 두 아이까지 두고 있는 상태. 하지만 존은 조젯에게 감정이 식은 지 이미 오래고, 너무 똑똑하고 잘나서 자기 밖에 모르는 그녀 때문에 자신의 삶이 초라해졌다고 생각한다(물론 동의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당연히 두 사람의 결혼 생활도 잘 굴러가지 않는다. 결국 존은 매기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두 사람은 결혼하게 된다.

매기의 행동은 무책임한 '오지랖'이었을까? 
 
 영화 <매기스 플랜>의 한 장면.

영화 <매기스 플랜>의 한 장면.ⓒ 오드

 
여기까지가 영화의 전반부 내용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후에 발생한다. 알고보니 존은 생각보다 자신의 주변에 무관심한 사람이었고 매기는 홀로 육아와 일 속에서 지쳐간다. 여기에 존은 이혼 이후에도 조젯과 계속해서 교류하는데 영화를 보다보면 그가 매기와 재혼한 게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조젯과 더 깊은 대화를 나눈다. 또한 매기는 존이 자신과 함께 있다면 소설가로서 더욱 성장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500페이지에 달하는 원고를 쓰고도 그의 책은 완성되지 않는다. 결국 매기는 그런 그의 모습에 지쳐버리고 자신의 감정이 식어감을 확인하게 된다. 하지만 동시에 조젯이 존에 대한 애정을 여전히 거두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그래서 매기가 어떤 선택을 하냐고? 그녀는 존과 조젯을 다시 이어주고자 한다.

조젯의 표현을 빌리자면, 영화는 세 주인공이 이 '황당한 해피엔딩'에 이르는 좌충우돌을 담고 있다. 그리고 나와 친구들의 해석은 여기서 엇갈렸다. 존과의 결혼 생활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냥 혼자 떠나면 될 일이지 왜 멀쩡한 조젯까지 끌어들이는 '오지랖'을 부리냐는 의견, 남의 가정까지 무너뜨리고 재혼을 했으면 끝까지 책임을 다해야지 전 부인에게 '반품'을 하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냐는 의견, 어차피 존과 조젯이 다시 만날 운명이라면 결국 그렇게 되었을 것이란 의견까지.(불필요한 부연을 붙이자면 나를 가장 웃게 만든 의견은 '매기는 조젯과 결합해야 한다, 왜 실패한 이성애를 또 다른 이성애로 만회하려고 하느냐'였다) 물론 심정적으로 나는 매기의 편이긴 했지만 그녀를 향한 비판에 쉽사리 반박을 하긴 어려웠다. 어찌보면 매기는 지나치게 남의 인생에 참견하기 좋아하고 이와 동시에 어느 정도는 무책임한 인물로 보이니 말이다.

현실을 직시한 사람만 세울 수 있는 계획
  
 영화 <매기스 플랜>의 한 장면.

영화 <매기스 플랜>의 한 장면.ⓒ 오드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 날의 대화를 돌이키며, 나는 매기를 향한 비판에 전혀 반박할 구석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물론 '결혼'은 가벼이 여겨선 안 될 관계다. (사실 모든 관계가 그렇지만) 그리고 개인과 개인간에는 어느 정도 지켜야 할 선이라는 것이 있으며 특히나 감정과 대인관계와 같은 문제에 함부로 개입해선 안 되는 것도 맞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이런 규칙과 기준은 임의적이지 절대적인 게 아니란 것이다. 만일 이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면, 자신의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행동하지 못한다면, 서로가 더욱 행복해질 가능성을 놓지고 있다면 옳은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때로는 과감히 고정관념과 관습을 넘어보는 일도 필요하지 않을까?

흥미롭게도 영화의 초반 매기는 자신의 친구인 토니에게 인공수정으로 아이를 가지겠다고 선언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녀는 아이를 가지고 싶은데 적당한 남자가 나타날 구석이 보이지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매기에게 토니는 그런 일은 50대를 앞둔 절박해진 사람이나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물론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이는 결혼을 출산의 전제로 보는, 정상 가족 규범을 가진 사람들이 할 만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매기는 아이를 가지는 것을 최후의 보루로 남겨두고 싶지 않다고, 자신의 의지로 그 일을 하고 싶다며 이렇게 대답한다.

"난 내 현실을 직시하는 거야."

<매기스 플랜>이 전해주는 낙관과 선량함의 힘
  
 영화 <매기스 플랜>의 한 장면.

영화 <매기스 플랜>의 한 장면.ⓒ 오드

 
매기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재혼한 여성', '엄마', '상식적인 어른'의 역할을 따르지 않는다. 자신과 주변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 가능성을 놓치고 있다면 그것을 지키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대신 매기는 자신의 말처럼 현실을 직시하고 여기에 맞추어 계획을 세우고 행동한다. 물론 토니의 말처럼 인생은 단순하지 않다. 상자에서 죄다 꺼냈다가 도로 넣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사랑은 사방에 풀어져 얽힌 실타래처럼 너저분하고 소모적인 것이어서 깔끔하고 반듯한 결말을 기대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좋은 의도로 접근해도 일을 망칠 수 있다. 실제로 조젯이 매기의 계획에 동참한 이후에 일이 순조롭게만 풀리는 것은 아니다. 갈등과 충돌은 계속해서 일어난다. 가령 조젯과 자신의 재결합이 매기의 의도였음을 알게 된 존은 그녀 때문에 불필요한 부정을 저지르고 죄책감에 시달렸다며 잠적을 하게 되니 말이다.

하지만 이 좌충우돌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진심을 확인한다. 조젯은 사실은 자신이 지난 결혼 생활에서 실수를 저질렀으며 같은 일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고 존에게 고백한다. 존 역시도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조젯이며 그녀가 필요한 사람임을 확인하게 된다. 매기의 말처럼 그녀의 행동은 결국 난장판을 초래했지만, 사람들이 현실을 마주하고 자기 자신에 대해 더욱 잘 알게 되었다면 그 난장판은 애초에 그들에게 필요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실제로 매기 같은 사람을 주변에 둔다면 상당히 피곤할 것이다. 매기의 '관심'은 '참견'처럼 느껴질 것이고, 사람들을 배려하는 '계획'은 '오지랖'처럼 느껴질 것이다. 아무리 선한 의도라지만 가만두어도 될 일을 복잡하게 만들고 여러 사람을 괴롭게 한다고 여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매기와 같이 선량한 존재들에게 너무 각박한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그들이 유발하는 피로함이 더 행복한 삶을 위해 거쳐야 할 과정이라면. 그러니 우리가 '상식'으로 위장된, 때로는 불필요한 관습을 넘어서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더욱 이로운 것을 얻을 수 있다면. 매기와 같은 사람들을 더 이상 민폐가 아닌 존재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덧붙이는 사족과 같은 이야기. 사실 <매기스 플랜>은 개인의 관계뿐만 아니라 보다 사회적인 영역에도 적용해 볼 수 있는 이야기다. 모든 사회 운동에는 당사자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지지하고 연대를 자처하는 앨라이(Ally)들도 함께한다. 이들의 열정을 높게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자기 일도 아닐 텐데 왜 저렇게 나서냐고 볼멘 소리를 하기도 한다. 자기 인생이나 잘 챙기지 남의 문제에 참견한다고 비아냥을 던지기도 한다. 그리고 운동의 목표는 달성되지 않을 것이라고 그것은 사회의 상식에 어긋난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매기의 유례 없는 계획에 조젯이 참여하고 존이 함께하여 결국은 이상적에 결말에 이른 것처럼, 가능성이 희박해보이는 일이라도 선한 사람들이 한 명씩 함께 하다보면 목표에 다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매기스 플랜>의 주인공이 그렇게 되었듯 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그리고 주인공인 매기는 내게 무척 소중하다. <매기스 플랜>은 각박한 현실을 살다보면 우리가 잊을 수 있는 낙관과 선량함 그리고 용기를 우리에게 전달한다. 나는 이 따스한 온기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