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션샤인>의 한 장면

<미스터 션샤인>의 한 장면 ⓒ tvN

 
tvN <미스터 션샤인>에는 '이름'이 많다. 24부작의 긴 이야기를 유기적으로 이끌고 가기 위해서는 그만큼 인물들이 많이 필요했을 것이다. 조력자도 필요하고, 악역도 필요하다. 그런데 당연히 여길 일은 아니다. 캐릭터를 창조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물론 그것이 소모품에 불과하다면 뚝딱뚝딱 만들어내면 그만이겠지만, 거기에 애정을 담는다면 이름을 짓는 일은 여간 어렵지 않다. 

애정을 담는다는 건 '(그만의) 이야기'를 담는다는 뜻이고, '주인공의 OO'이라는 '(수동적) 관계'로 그 캐릭터를 설명하는 게 아니라 황은산(김갑수), 장승구(최무성), 고사홍(이호재), 홍파(서유정), 임관수(조우진), 이완익(김의성), 일식이(김병철)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만든다는 의미다. 그렇게 불리기 시작한 이름들은 능동적으로 극에 개입하고,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 극에 기여한다. 

익숙한 배우들
 
 <미스터 션샤인>의 한 장면

<미스터 션샤인>의 한 장면 ⓒ tvN

 
<미스터 션샤인>에는 이병헌, 김태리, 유연석, 김민정, 변요한까지 '익숙한 이름'들이 많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제 이병헌을 '유진 초이'로, 김태리를 '고애신'으로, 유연석을 '구동매'로, 김민정을 '쿠도 히나'로, 변요한을 '김희성'으로 부르는 게 더 익숙하다는 것이다. 입에 착 달라붙는다. 그만큼 캐릭터와 완벽히 녹아들었다는 뜻이다. 이렇듯 익숙한 이름들의 활약은 그들에 대한 재평가를 가능케 했다. 정말 훌륭한 배우들이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건, '새로운 이름'들의 경이로운 존재감이다. <미스터 션샤인>을 보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많은 새로운 이름(얼굴)들이 각광받았던 드라마가 또 있었던가? 드라마 곳곳에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넘쳐나고, <미스터 션샤인>은 그 자리를 맛깔스러운 연기를 펼치는 새로운 이름들로 채워 넣었다. 그들은 이름은 없되, '연기'에 대한 열정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이들이었다. 

애신 아가씨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고 있는 함안댁 이정은과 행랑아범 신정근은 드라마 초반 최고의 신스틸러였다. 그들은 '진짜 조선시대 사람을 데려 놓은 것 같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혼신의 연기를 펼쳤다. 그런가 하면 유진 초이의 더할 나위 없는 조력자 카일 무어의 데이비드 맥기니스의 활약도 돋보였다. 고종 역의 이승준의 심금을 울리는 연기는 또 어떠한가. 그나마 이들은 '얼굴'만큼은 익숙했던 배우들이었다. 

악랄하기 그지없는 일본군 츠다 하사를 연기했던 이정현은 누구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조선인을 괴롭히는 츠다의 잔인함에 치가 떨릴 정도였다. 그만큼 이정현은 분노유발자 역할에 충실했다. 또, 능숙하게 일본어를 구사해 수많은 시청자들이 그를 일본인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길지 않은 분량이었음에도 그의 이름은 확실히 기억됐다. 그의 죽음이 아직까지도 기억되는 까닭은 이정현의 열연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모리 타카시는 츠다보다 훨씬 더 악독했다. 이정현이 그랬던 것처럼 김남희 역시 '일본인 아니었어?'라는 반응을 자아냈다. 이병헌과의 연기 대결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 내공을 과시했다. 새로운 이름(얼굴)이라 반향은 더욱 뜨거웠다. 만약 익숙한 배우였다면 지금의 신선함을 주진 못했으리라. 일본어를 전혀 몰랐던 김남희는 오디션에 합격한 후 도쿄에 가서 그곳의 분위기를 익힐 만큼 열의를 보였다. 

이정현과 김남희뿐인가. 고애신을 구박해 얄미웠지만, 아픈 속사정을 안고 있었던 고애순 역의 박아인, 고애신의 목화 학당 동무인 윤남종 역의 박보미, 대사 한 마디 없이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호타루 역의 김용지, 구동매의 충복으로 남다른 눈빛 연기를 선보였던 유조 역의 윤주만 등도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이들은 <미스터 션사인>으로 확실히 자기 이름을 알리며 앞으로 창창한 미래를 예약했다. 

소모적이지 않았던 조력자들
 
 <미스터 션샤인>의 한 장면

<미스터 션샤인>의 한 장면 ⓒ tvN

 
 <미스터 션샤인>의 한 장면

<미스터 션샤인>의 한 장면 ⓒ tvN

   
<미스터 션샤인> 속의 수많은 캐릭터들은 드라마의 주요 이야기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 어떤 인물이라도 허투루 등장하는 경우가 없다. 그건 역시 작가의 능력이라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김은숙의 힘이다. <미스터 션샤인>은 '대한민국에 이런 배우들이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역량 있는 새로운 배우들을 많이 발굴해 냈다. 좋은 드라마의 영향력이란 이런 것이 아닌가 싶다. 

격변의 시대를 살아갔던, 이름 없는 의병들의 삶과 죽음을 새롭게 조명하고 있는 <미스터 션샤인>이 세상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수많은 배우들을 찾아내(거나 재조명해) 우리에게 돌려주고 있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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