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을 꺾고 AFC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 오른 수원이 오는 23일 오후 4시 다시 한 번 전북을 만난다. 나흘 만에 전북과 재격돌하는 수원이 이번에는 승리를 거둘 수 있을까.

지난 19일 수요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2018 AFC 챔피언스리그(아래 ACL) 8강 2차전 수원 삼성과 전북 현대의 대결은 ACL 역사에 남을 명경기였다. 1차전 전북 원정 경기에서 3-0 완승을 거둔 수원의 어렵지 않은 준결승 진출이 예상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다른 방향으로 경기가 전개됐다.
 
돌파하는 데얀 1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수원 삼성과 전북 현대의 경기. 수원 데얀이 돌파를 하고 있다.

▲ 돌파하는 데얀 1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수원 삼성과 전북 현대의 경기. 수원 데얀이 돌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세 골 차이에 스코어를 지키려는 수원의 소극적인 자세를 전북이 완벽하게 파고 들었다. 전북은 전반 11분 아드리아노의 선제 득점을 시작으로 시간대 별로 공격수들을 차례대로 투입해 맹공을 가했다. 기어코 전북은 후반 26분 김신욱이 세 번째 골을 터뜨리며 1·2차전 합계 3-3 동률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결과를 가져온 쪽은 수원이었다. 골키퍼 신화용이 후반 추가 시간에 아드리아노의 패널티킥을 막은데 이어 연장 승부차기에서도 선방쇼를 펼치며 수원을 구해냈다. 끝까지 준결승 진출 팀을 알 수 없는 치열한 승부였다.

불안한 4위 수원, 빈약한 공격력이 고민이다

수원의 ACL 8강전은 '해피엔딩'으로 종료됐다. 허나 경기 내용을 다시 복기하면 불만족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준 것이 사실이다. 전북과 ACL 8강 2차전은 신화용 개인의 힘으로 버텼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전북에 압도를 당했다.
 
헤딩슛하는 홍정호 1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수원 삼성과 전북 현대의 경기. 전북 홍정호가 헤딩슛을 하고 있다.

▲ 헤딩슛하는 홍정호 1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수원 삼성과 전북 현대의 경기. 전북 홍정호가 헤딩슛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근 흐름이 좋지 못한 수원이다. 월드컵 휴식기 직후만 하더라도 전북을 견제할 대항마로 여겨졌지만 현재 K리그1 순위는 4위(승점 41점)까지 떨어졌다. 27라운드 대구FC전을 시작으로 지난 주말 있었던 인천 유나이티드전까지 리그 3경기 연속 무승을 기록 중이다. 수요일에 있었던 ACL 8강 2차전 패배까지 포함하면 공식 경기 4경기 연속 승리가 없다.

4위 수원이 하위스플릿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하위권 그룹과 승점 차이가 좁기에 불안하다. 현재 하위스플릿에 해당되는 7위 제주 유나이티드의 승점은 34점으로 한 경기 결과에 따라 수원의 턱 밑까지 추격이 가능한 수준이다.

무엇보다 수원의 최근 가장 큰 걱정거리는 공격력이다. 공식 경기 3경기 연속 무득점 행진 중이다. 범위를 최근 5경기로 넓혀 봐도 단 3골을 넣는 데 그쳤다. 데얀이라는 훌륭한 무기가 있음에도 수원의 칼날이 무뎌진 셈이다.

일단 부상자가 많다. 바그닝요는 장기 부상으로 이탈한 지 오래고, 염기훈도 훈련 도중 부상으로 ACL 8강 2차전에 나서지 못했다. 근래에 조금씩 가능성을 보여주던 공격수 박기동도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당장 만나는 팀이 전북이란 점이다. 수원은 오는 23일 오후 4시 안방에서 전북과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29라운드 경기를 가진다. 전북은 지난 수요일 수원을 악몽에 빠뜨렸던 장본인이다. 리그에서는 압도적인 점수 차이로 고공행진 중인 강자다.

전북은 아시안게임을 마치고 김민재와 골키퍼 송범근이 팀에 복귀하면서 뒷문의 단단함을 회복했다. 당장 ACL 8강 2차전에서 수원은 김민재의 괴물 같은 수비력에 상당히 고전했다. 최근 수원의 공격력을 감안하면 쉽게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측면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홍철의 부상도 치명적이다. 상주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수원에 복귀한 홍철은 지난 11일 있었던 칠레와 A매치 평가전에 나섰다 부상을 당했다. 홍철의 무르익은 날카로운 왼발을 적극 활용하려 했던 수원 입장에서는 대단한 악재다. 전북과 나흘만의 재격돌이 수원에게 반갑지 않은 이유다.

승리를 위해 필요한 것은 역시 공격

ACL 8강 2차전 120분 혈투는 전북보다 수원의 머리를 아프게 만들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공격수를 비롯해서 선수단 전체에 부상 바이러스가 퍼진 상태다. 온전한 베스트 11을 구성하는 일도 쉽지 않은 수원이다. 반면 전북은 풍족한 선수단을 구축하고 있다. 체력적으로 수원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여러 가지 악조건 속에서도 승리가 절실한 수원이다. 홈에서 다잡았던 ACL 4강 티켓을 스스로 놓칠 뻔한 사실은 굴욕으로 다가온다. ACL 준결승 진출과 별개로 전북에 홈에서 0-3 참패를 당했기에 이번 주말 복수가 필요하다.
 
돌파하는 아드리아노 1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수원 삼성과 전북 현대의 경기. 전북 아드리아노가 드리블을 하고 있다

▲ 돌파하는 아드리아노 1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수원 삼성과 전북 현대의 경기. 전북 아드리아노가 드리블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결국 수원이 전북을 잡아내기 위해서는 과감한 공격이 요구된다. 당장 수요일에 있었던 ACL 8강 2차전 패배가 좋은 교훈이다. 경기 전 공격적으로 경기에 나서겠다고 말한 이병근 감독 대행의 말과 달리 수원은 수동적으로 전북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 급급했다.

악수였다. 수원의 방어적인 태도를 예측한 전북의 최강희 감독은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수원을 압박했다. 전북은 수원이 공격 의지가 그다지 없는 틈을 타 오른쪽 풀백 이용을 적극적으로 올려 활용했다. 수원의 수비 지향적 플레이는 각자 다른 매력의 공격수와 다양한 공격 패턴을 가진 전북의 화력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었다.

수원의 수비진이 잔실수가 많다는 점도 수비보다는 공격에 무게감을 둬야 함을 말한다. 수원은 오랜 기간 수비수들의 집중력 부족 문제로 골머리를 안고 있다. 결정적인 순간에 대형 실책을 수비수들이 번갈아 하고 있다. 수비에 집중하는 것은 수원에 자충수가 될 수 있다.

또한 이미 수원은 공격적 전술로 ACL 8강 1차전에서 전북은 잡은 기억이 있다. 구태여 수비 위주의 경기를 할 이유가 없다. 당시 경기에서 수원은 전북의 막강한 공격력을 고려해 기본적으로 수비에 중점을 뒀지만, 공을 탈취하면 빠른 속도로 전북의 뒷공간을 공략했다. 전체적인 수비 라인도 높게 형성해 중원부터 투쟁적인 수비와 빠른 역습을 병행했다.

'닥공' 전북은 수비 뒷공간이 넓은 팀이다. 무수한 슈팅 생성을 위해 감수한 위험 부담이다. 그리고 전북을 잘 괴롭힌 클럽은 언제나 이 약점을 치밀하게 파고 들었다. 이미 좋은 기억이 있고 전북을 무너뜨릴 확실한 비책을 굳이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수원이다.

다만 김민재의 복귀로 전북 수비 전체의 속도가 증대했다는 점은 수원에게 고민거리다. 게다가 한의권 정도를 제외하면 빠른 스피드로 전북의 수비 뒷공간을 기습할 선수가 전무하다는 한계도 있다. 이래저래 머릿속이 복잡할 이병근 감독 대행이다.

전북은 스플릿 라운드 이전에 리그 우승 확정이란 업적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전북을 ACL에서는 넘어섰지만 오랜 기간 지속되는 K리그1에서의 전북 천하는 수원에게 달갑지 않은 일이다.

두 팀 모두에게 이겨야 할 목적은 명확하다. 명경기 이후 나흘 만에 서로를 만나는 수원과 전북. 이번에는 누가 웃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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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수원 전북 ACL 재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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