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가 팬들에게 한가위 선물을 제대로 선사했다. 25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CAR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의 홈 경기에서 13-2로 대승을 거뒀다. 매직넘버를 모두 지워내면서 잔여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2년 만의 정규시즌 우승을 일찌감치 확정했다.

매직넘버가 1이었기 때문에 2위 SK 와이번스의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두산만 이겨도 우승이 확정되는 상황이었다. 김태형 감독의 예상대로 지난주 내로 매직넘버를 모두 지우진 못했지만 지난주까지 매직넘버가 8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빠른 속도로 남은 숫자를 다 지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넥센 상대로 베스트 라인업 가동한 두산, 마침내 트로피 들어올렸다

김태형 감독은 25일 넥센전에서 허경민(3루수)-최주환(지명타자)-박건우(우익수)-김재환(좌익수)-양의지(포수)-김재호(유격수)-오재일(1루수)-오재원(2루수)-정수빈(중견수)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23일 NC전에서는 체력 안배 차원에서 몇몇 주전 야수들에게 휴식할 기회를 줬지만, 이 날 경기는 주전 선수들이 대부분 선발 출전했다. 외국인 타자 파레디스, 반슬라이크의 연이은 부진과 방출에도 불구하고 내국인 타자들로만 꾸려진 타선의 위력은 한결같았다.

포문을 연 팀은 넥센이었다. 1회초 1사 2루에서 서건창의 1타점 적시타로 선취점을 올렸다. 그러나 곧바로 두산은 1회말 양의지의 1타점 적시타, 김재호의 2타점 적시타로 리드를 잡았다. 선발 이용찬은 투구수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5이닝 동안 7피안타 4사사구 8탈삼진 2실점으로 팀의 리드를 지켰다.

두산이 확실하게 승기를 잡은 시기는 7회말이었다. 무사 1, 3루에서 터진 최주환의 1타점 적시타로 4-2로 달아났고, 2사 만루에서 김재호의 밀어내기 볼넷과 오재일의 만루포로 7회말에만 대거 6득점을 뽑아냈다. 8회말에는 2사 이후에만 네 점을 뽑는 집중력을 보여주며 정규시즌 우승을 자축했다.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던 김강률은 3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으로 넥센 타선의 추격을 뿌리쳤다.

9회초 박신지가 아웃카운트 두 개를 책임졌고, 함덕주가 마운드에 올라와 2사 1루에서 송성문을 좌익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두산의 통산 네 번째 정규시즌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승부의 추가 기울어진 상황이기는 했지만 두산팬들은 홈에서 선수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었다.

두산은 지난주 첫 2연전이었던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를 모두 내줬으나 LG 트윈스와의 2연전을 쓸어담았고, NC전에서 1승을 챙겼다. 매직넘버를 지운 것도 반가웠지만, 연패가 장기화되지 않은 것이 더욱 고무적이었다. 반면, SK는 KT 위즈와 한화 이글스에게 각각 1승씩 거두는 것에 만족해야만 했고, 22~23일 넥센전에서는 단 한 차례도 승리를 맛보지 못했다. 이른 시점에 두산의 정규시즌 우승이 결정될 수 있었다.
 
 25일 넥센과의 홈 경기에서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은 이후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나와서 우승 세레머니를 즐겼다.

25일 넥센과의 홈 경기에서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은 이후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나와서 우승 세레머니를 즐겼다. ⓒ 유준상

 
'압도적 1위' 두산, 이들의 대항마는 존재하지 않았다

올 시즌 개막 전,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디펜딩 챔피언' KIA 타이거즈와 함께 SK, 두산을 3강으로 분류했다. 패권에 도전할 만하다는 평가를 받은 두산이지만 나머지 두 팀에 비해선 의문부호가 붙어있던 게 사실이다. KIA의 경우 이렇다 할 전력 누수가 없었고, SK는 김광현의 복귀로 강력한 5선발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3년 연속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두산은 앞선 두 팀에 비해 변수가 많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보란듯이 변수를 하나씩 지워나갔다. 많은 변화가 일어난 마운드에서는 외국인 투수 후랭코프와 린드블럼은 벌써 15승 이상씩 책임졌고, 5선발로 시즌을 맞이했던 이용찬은 어느덧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하는 투수로 거듭났다. 9월 이후 유희관과 이영하가 힘을 보태면서 5선발이 완성됐고, 한국시리즈 직행을 위한 마지막 퍼즐조각이 맞춰지게 됐다. 불펜진에서는 '함박 듀오' 함덕주-박치국, '베테랑' 김승회가 팀의 독주를 이끌었다.

타선에서는 외국인 타자의 부진에도 3년 연속으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은 팀답게 올 시즌에도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잠실 홈런왕'을 꿈꾸는 김재환은 이미 40홈런 고지를 밟았고, '리그 최고의 포수' 양의지는 공-수 양면에서 활약을 선보였다. 주장 오재원을 비롯해 김재호, 오재일, 최주환, 허경민, 박건우 등도 팀의 정규시즌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제대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정수빈은 팀에 합류하자마자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부임 이후 팀의 4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만들어낸 김태형 감독의 지도력도 인정받아 마땅하다, FA로 팀을 떠나거나 보상 선수로 팀을 떠난 선수도 있었고, 2015년과 올해에는 외국인 타자가 김 감독의 속을 썩이는 일이 많았다. 전력에 마이너스가 될 만한 요소가 등장하곤 했지만 끊임없이 좋은 선수들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불가능한 결과다. 다른 팀들이 두산을 부러워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러 가지 악재를 딛고 빠른 속도로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두산은 2년 만의 통합 우승에 도전한다. 일정대로라면 한국시리즈는 11월 초에 열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한 달 이상의 시간이 주어진 셈이다. 한국시리즈 준비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투수, 야수 할 것 없이 지친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정규시즌 잔여 경기에서는 주전 선수들의 체력 안배가 적절하게 이뤄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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