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9회초 두산 박신지가 역투하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9회초 두산 박신지가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규리그 우승을 눈 앞에 두고 있는 두산이 LG전 전승을 이어갔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LG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14안타를 터트리며 9-3으로 승리했다. 올 시즌 LG전 12전 12승의 절대 우위를 지키고 있는 두산은 이날 한화 이글스에게 1-6으로 패한 2위 SK 와이번스와의 승차를 다시 12경기로 벌리며 정규리그 우승 매직넘버를 '5'로 줄였다(83승45패).

두산은 테이블 세터에 배치된 허경민과 최주환이 7안타3타점을 합작하며 맹활약했고 6회 투런 홈런을 터트린 박건우는 7월19일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두 달 만에 '손 맛'을 봤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이영하가 5이닝 6피안타 7탈삼진 3실점으로 시즌9승을 올린 가운데 9회에 올라온 어린 투수가 김태형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바로 두산 마운드의 막내인 루키 박신지가 그 주인공이다.

큰 기대를 모았던 '베이징 키즈' 곽빈의 아쉬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보며 야구를 시작한 1999년~2000년생들은 '베이징 키즈'로 불리는 한국야구의 또 다른 황금세대로 꼽힌다.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최대어 강백호(kt위즈)가 전학규정 때문에 2차지명으로 밀려났음에도 우수한 유망주들이 대거 쏟아져 나왔다. 대졸 선수 최채흥을 지명한 삼성 라이온즈를 제외한 9개 구단 1차지명 신인들의 계약금 합계만 무려 49억7000만 원이었을 정도. 

2018년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에서 두산의 선택은 배명고의 우완투수 곽빈이었다. 곽빈은 고교 시절부터 김경섭 감독의 철저한 관리를 받으며 성장했고 작년 청룡기에서 배명고를 우승으로 이끌며 MVP를 휩쓸었다. 배명고가 소위 '메이저 전국 대회(대통령기, 청룡기, 황금사자기, 봉황대기)'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두목곰' 김동주가 활약하던 1992년 이후 무려 25년 만이었다(청룡기 우승은 역대 처음).

계약금 3억 원을 받고 두산에 입단한 곽빈은 스프링캠프에서 강력한 구위를 과시하며 김태형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고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는 기쁨을 누렸다. 곽빈은 프로 데뷔 후 2번째 경기였던 3월28일 롯데전에서는 프로 첫 승을 올렸다. 두산팬들은 곽빈이 한 해 먼저 입단한 박치국과 함께 두산 불펜의 세대교체를 이끌 주역이 될 것이라며 더욱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힘만을 앞세운 곽빈의 단순한 투구는 아직 프로에서 곧바로 실적을 올리기엔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곽빈은 시즌을 거듭할수록 투구에 기복을 보이며 점점 필승조에서 멀어졌고 팔꿈치 통증까지 겹치며 6월 22일 삼성전을 마지막으로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곽빈은 퓨처스리그에서도 5경기에 등판한 후 두 달 넘게 재활에 전념하고 있어 사실상 시즌 내 복귀는 쉽지 않다.

두산은 201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2라운드로 지명돼 작년 시즌 3승5홀드를 기록하며 쏠쏠한 활약을 펼친 김명신도 지난 4월 팔꿈치 수술로 시즌 아웃됐고 7월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했다. 필승조로 성장한 박치국이 있지만 프로 1~2년 차 신인급 투수들의 활약이 전체적으로 미미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두산팬들은 시즌 후반에 등장해 씩씩한 투구를 하고 있는 박신지를 보며 다시금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투구폼 교정 후 환골탈태, 두산 불펜의 활력소로 성장 중

경기고 출신의 박신지는 2학년 시절이던 2016년 또래 중 가장 먼저 시속 150km의 강속구를 뿌리며 프로 스카우트들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신장(185cm)에 비해 너무 마른 체형(75kg)과 들쑥날쑥한 제구력 때문에 곽빈, 안우진(넥센 히어로즈), 양창섭(삼성) 같은 또래 투수들보다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박신지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두산은 2018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전체 10순위)로 박신지를 선택했다.

동기생인 곽빈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지 못한 박신지는 1군 스프링캠프에 참가했지만 시범경기에 등판하지 못하면서 퓨처스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4월 22일 KIA타이거즈전에서 1군 데뷔전을 치렀지만 2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고도 곧바로 다시 2군에 내려가야 했다. 박신지는 퓨처스리그에서 역동적이지만 안정적이지 못했던 투구폼을 집중적으로 교정 받았다. 

8월 9일 다시 1군에 올라온 박신지는 10일 kt전에서 0.2이닝 동안 안타 4개를 맞으며 불안한 투구를 선보였다. 하지만 8월 12일 롯데전과 15일 SK전에서 합계 4.2이닝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면서 두산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아직 경험이 턱없이 부족한 박신지는 점수 차이가 많이 벌어진 경기 후반에 등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1군 데뷔 후 10경기에 등판했음에도 아직 승, 패, 세이브, 홀드 기록이 없다.

하지만 박신지는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시속 145km를 넘나드는 뛰어난 구위와 한층 안정된 제구력으로 안정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올 시즌 10경기에 등판한 박신지는 14이닝을 던지며 1.29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표본이 적어 큰 의미를 부여하긴 힘들지만 제구 문제로 고전했던 투수였음을 고려하면 박신지의 프로 적응 속도는 대단히 빠르다고 할 수 있다. 박신지는 20일 LG전에서도 9회에 등판해 삼진 하나를 곁들이며 세 타자를 깔끔하게 막아냈다. 

두산은 불펜 평균자책점 5.20(6위)으로 다소 불안하긴 하지만 박치국, 김승회, 장원준, 김강률, 함덕주로 이어지는 풍부한 불펜진을 보유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박신지는 가을야구에서 엔트리 포함조차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두산은 시즌 막판 팀의 미래를 이끌어갈 1999년생 유망주 투수를 또 한 명 발굴했다. 두산팬들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박신지가 정재훈이나 이용찬에 버금가는 훌륭한 우완 투수로 성장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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